[출판] 역사적 인류학적으로 바라 본 性

■ 미켈란젤로는 왜 천사에게 옷을 입혔을까

/ 김승일 지음

성(性)에 관한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관심을 끄는 소재다. 하지만 성에 관한 담론처럼 편협하고 단편적인 시각에서 다뤄진 것도 드물다. 지금까지 국내 성 담론서들은 말초적이고 감각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대종을 이뤘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성을 상업적인 면으로만 이용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신간 '미켈란젤로는 왜 천사에게 옷을 입혔을까'(삼진기획 펴냄)는 성을 역사적, 인류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신선하다.

이 책은 역사학이나 문화인류학 연구에 있어 성에 대한 바른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며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간다. 그러기 위해 원시사회에서 고대, 중세, 현대 등 각 시대별로 지역과 종교 상황에 따라 변해온 성의 유형과 변천사를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150만년전에 살았던 북경 원인과 자바 원인이 같은 인간을 죽이는 동종 살해의 카니발리즘(Cannibalism)의 시조다.

이때부터 인간은 천이나 나뭇잎으로 성 신호계를 감추기 시작했고, 그것은 발정기를 없애 성적 충동을 제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런 성적 욕망은 결국 전쟁 같은 비극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자궁 입구가 좁아져 출산기간이 10개월로 늘었고, 난산과 미숙아가 많아져 결국은 육아법의 발달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또한 발정기가 없어져 본능을 표현하는 신호 체계가 없어지면서 자연히 안면 감각이 발달해 대면성이 발달했으며, 그것이 언어와 문자 개발로 이어졌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보다 정확한 정보 전달 체계의 필요성이 생기면서 인간의 좌뇌와 우뇌가 분리됐고, 그것이 이성과 정서가 분화되는 현생 인류를 탄생시켰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이런 원론적 내용 외에도 조각상을 통해 본 둔부 비대증의 원시시대 여성상, 여성 숭배의 사상까지 있었던 고대 동굴벽화에 대한 내용 등이 들어 있다.

또 기원전 2000년전경 오리엔트 각국 신전에서 매음이 신전 수입원의 중요한 요소로 성행했으며, 메소포타미아 등 매음이 유행했던 곳의 매춘부 중 상당수가 동성애자였다고 폭로한다.

이밖에 남편이 죽으면 함께 부인도 화장하는 인도의 수티(Suttee) 풍습, 일부다처제에서 여성들을 폐쇄된 공간에 가두는 아라비아의 하렘제, 그리고 미켈란젤로가 바티칸 성당에 나체로 그린 '최후의 심판'작품 인물에 옷이 덧칠해진 사연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4/03 19:32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