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향계] 이계성 정치부 차장

제 220회 임시국회가 4월2일 열렸다. 회기는 4월30일까지 29일간. 이번 임시국회는 3ㆍ26 개각으로 민주당과 자민련, 그리고 민국당의 3당연합이 이뤄진 뒤 개회한 첫 국회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권은 불안하긴 하지만 137석(민주당 115+자민련 20+민국당 2)의 과반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주요 법안을 표결로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현재 국회에는 돈세탁방지법, 인권위법, 반부패기본법 등을 포함, 개혁ㆍ민생 법안이 밀려있다.

민주당 이상수 원내총무는 "인권위법 등은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야당과 최대한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처리를 시도하되 안되면 표결처리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개각문제 등으로 임시국회 여야 격돌 예상

반면 한나라당은 이번 국회에서 3ㆍ26 개각의 부당성, 건강보험 재정파탄 문제, 현대건설 출자전환 처리,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다는 방침이어서 한바탕 파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현대문제와 건강보험 문제에 대해서는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이번에 입각한 각료에 대해서는 대정부 질문과 상임위를 통해 인사청문회에 준하는 검증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회상황과는 별도로 여권 대권주자의 활발한 움직임도 정가 안팎의 관심사다.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3일 오후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대규모 후원회를 가졌다. 이 최고위원측은 조기 대선경쟁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경계하고 있지만 수천명의 인파가 몰려 사실상 출정식이나 다름없는 행사였다.

이 최고위원은 논산시장 공천문제도 자민련에 양보하고 일단락지었다. JP와의 관계개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김근태 최고위원도 같은 날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개인 연구소인 '한반도 평화와 경제발전 전략연구재단'(한반도재단) 설립식을 가졌다. 오랜 기간 공들여온 지식인 그룹의 지지를 한데 묶은 작업으로 각 광역시에 지부도 결성할 방침.

재단에는 장영달 이창복 이재정 의원 등 재야출신 의원과 이현재 전 국무총리, 강만길 상지대 총장, 이세중 변호사 등 각계의 중도개혁 지식인 그룹이 참여했다.

특히 군 출신으로 5공 시절 안기부 차장을 역임한 손장래 현대모비스 고문도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재야출신인 김 최고위원이 개혁 이미지뿐만 아니라 건강한 보수층도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해양수산 장관에서 물러난 노무현 상임고문도 4월2일 당에 복귀했다. 그는 4ㆍ26 기초 자치단체장 재ㆍ보선 지원유세를 당기반 강화에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인데 그의 활발한 행보는 영남 대표주자 자리를 굳히려는 김중권 대표와 긴장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 3일 부산시지부와 경남도지부를 방문, PK민심 얻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동교동계 대표주자인 한화갑 최고위원은 당분간 요란한 행사보다는 강연 등 비교적 조용한 활동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가 대선경쟁 조기과열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는 것이다.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 정동영 최고위원 사이의 갈등 기류도 정가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정 최고위원의 2선후퇴론 제기로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났던 권 전 최고위원은 최근 마포에 개인 사무실을 열면서 정 최고위원에 대해 언론을 통한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3ㆍ26개각에서 권 전 최고위원과 비교적 가까운 인사들이 약진해 그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된 상황이어서 정 최고위원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심이다.

정 최고위원은 미국 방문을 마치고 1일 귀국,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갑갑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권 전 최고위원의 사과요구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당내의 초ㆍ재선의원도 2일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하는 등 이 문제가 만만치 않은 당내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


한나라당, 내부단속에 분주

한나라당도 내부 문제가 간단치 않다. 이회창 총재는 자신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비주류 인사의 다독거리기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비주류 선두에 서 있는 김덕룡 의원은 3월30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이 총재를 "제왕적 총재"라고 지칭하며 비난했다. 이 총재가 김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비판한 것에 빗댄 비난이다.

이 총재는 다음날 김 의원과 조찬을 함께 하며 1시간 30분가량 얘기를 나눴지만 앙금을 다 해소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동 후 이 총재측은 "전반적 당운영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분위기가 대단히 좋았다"고 말했지만 김 의원측은 "이 총재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식의 만남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시큰둥해했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1/04/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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