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라 메' 영화 3개부문 수상 영예

영화는 '리베라 메', TV는 '은사시나무'와 '아줌마', 연극은 '의형제'와 '마르고 닳도록'.

한국일보ㆍ일간스포츠 주최, SK 주식회사 후원으로 3월 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던 제3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은 이들 다섯 작품을 위한 자리였다.

지난해 3월1일부터 올해 2월 말일까지 국내에서 공연된 연극, 영화, 방송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백상예술대상은 이들 작품에 각각 영화 부문 대상, 작품상, 남자 연기상, TV 부문 대상과 극본상(이상 '은사시나무'), 작품상, 여자 연기상, 인기상(이상 '아줌마'), 연극 부문 대상과 연출상(이상 '의형제'), 작품상과 희곡상(이상 '마르고 닳도록')을 몰아주었다.


소방관의 애환 그려 높은 점수

영화 부문에서 3개의 상을 거머쥔 '리베라 메' (양윤모 감독)는 역대 최고 흥행작인 '공동경비구역 JSA' (박찬욱 감독)와 평단에서 좋은 평을 받은 '오! 수정'(홍상수 감독)과 치열한 3파전을 벌였으나 재난영화가 드문 한국 영화계에서 화재라는 새로운 소재, 그리고 최근 사회문제가 된 소방관들의 애환을 진지하게 접근했다는 점이 심사위원진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듯.

개봉 당시 기대만큼의 흥행성적을 올리지 못해 다소 침울해하던 제작사 드림 서치 측은 이번 수상으로 그동안의 불편한 심기를 말끔히 털어 버린 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인간적인 소방관 상우 역으로 남자 연기상을 수상한 최민수는 수상 직후 "개인적으로 소방병원이 하루 빨리 건립되기를 바라며 이 상을 지금도 화재 진압을 위해 애쓰고 있는 모든 소방관 여러분에게 바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혀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한편 영화 부문 감독상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찬욱 감독이, 여자 연기상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평범한 보습학원 강사 역을 실감나게 그려낸 전도연이1999년 '약속'에 이어 다시 한번 영광을 안았다.

전도연이 이날 앞뒤가 시원하게 파진 하늘하늘한 녹색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자 객석에서는 찬사가 터지기도 했다.

시나리오상은 '번지 점프를 하다'로 데뷔한 고은님이 차지했다. 이밖에 신인 감독상은 전도연이 출연한 같은 작품의 박흥식 감독이, 신인연기상은 '번지 점프를 하다'의 여현수와 '섬'의 서정이 각각 수상했다. 인기상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송강호와 '단적비연수'의 이미숙에게 주어졌다.


TV 부문 '아줌마'위력, 한껏 멋 낸 박경림 인기

TV 부문에서는 아버지의 사랑을 그린 '은사시나무'가 메시지와 작품성으로 어필했다면 '아줌마'는 사회적 영향력과 대중적 인기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지난해 11월 SBS 창사 특집극으로 방영된 '은사시나무'는 늙어서 혼자 된 아버지와 네 자녀 이야기를 통해 부성이 상실되어가는 시대에 아버지에 관해 생각해 보게 한 인간적인 작품.

이 드라마를 쓴 김수현(59)은 작가 생활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백상예술 대상으로 수상하고 몹시 쑥스러운 듯 "앞으로도 나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드라마를 쓰겠지만 설사 상을 받더라도 다시는 이런 큰 무대에 서라고 하지는 말아 달라"고 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아줌마'는 작품상과 함께 시청자를 울리고 웃겼던 중견 배우 원미경과 강석우에게도 큰 상을 안겨 주었다. 소녀 같은 치렁치렁한 머리에 흰 색 드레스를 입고 시상대에 오른 원미경은 자신을 후원해 준 남편과 아이들에게 감사를 표했으며 "아줌마도 여자라는 것을 항상 잊지 말라"는 당부의 말로 '아줌마 신드롬'의 대변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 멜로 전문 배우에서 밉살 맞고 위선적인 장진구 역을 훌륭하게 소화,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강석우는 인기상을 수상하고 나서 "나 자신도 내가 이런 연기를 해낼 수 있을 지 놀랐다"며 "요즘 가장 나쁜 욕이 '이 장진구 같은 놈'에서 '이 강석우 같은 놈'으로 와전되고 있다면서요?"라고 말해 폭소를 연출했다.

TV 부문에서는 또 김영철이 '태조 왕건'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남자 연기상을 수상했고 연출상은 SBS 드라마 '덕이'의 장형일 PD가 수상했다.

코미디 연기상은 김용만과 박경림의 몫. MBC 시트콤 '뉴 논스톱'에서 못 생긴 여대생으로 출연 중인 박경림은 이날 시상식에 가장 모양을 내고 온 연예인으로 꼽힐 정도로 차리고 나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올해 화장품 모델도 되고 백상 예술대상까지 받았으니 모든 것을 이룬 것 같다. 이제 스캔들 나는 일만 남았다"고 말해 또 한번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신인 연기상은 '가을 동화'의 원빈과 '비밀'의 하지원이 차지했고 '가을동화'의 송혜교와 '여인천하'로 2년 반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전인화가 강석우와 함께 인기상을 수상했다.

MBC '코미디 하우스'와 SBS '진실게임'은 예능부문에서 KBS '영상기록 24시'는 교양부문에서 각각 작품상을 받았다.


연극 '의형제' '마르고 닳도록' 2관왕

연극 부문에서 각각 2관왕에 오른 '의형제'와 '마르고 닳도록'은 지난해 연극계에서 가장 의미있는 작품들로 손꼽힌다.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번안한 뮤지컬 '의형제'는 쌍둥이 형제의 일생을 그린 윌러 러셀의 원작을 한국 상황에 맞게 바꿔 현대사의 비극을 돌아본 작품이다.

지난 가을부터 유난히 불황에 시달렸던 연극계에서는 지원금 한푼 못 받는 소극장을 운영하며 뮤지컬에 정진해 온 김 대표의 이번 수상을 당연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대표는 자신이 번안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베를린 공연 차 독일 출장 중이어서 시상식에는 참석치 못했다.

비록 대상은 놓쳤지만, 작품상과 희곡상을 휩쓴 '마르고 닳도록' (이강백 작, 이상우 연출)은 국립극단이 창단 50주년을 기념해 만든 작품. 무거운 연극을 주로 해온 국립극단 사상 가장 파격적이고 재미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가 귀화해 살았던 스페인 마요르카 섬의 마피아가 한국정부에 애국가 저작권을 요구한다는 다소 엉뚱한 줄거리로 1965년에서 1998년까지의 한국 현대사를 풍자한다. 극본을 쓴 이강백은 '동지 섣달 꽃보듯이'(1992년), '불지른 남자' (1995년)에 이어 세번째 수상.

한편 남자 연기상은 라신의 고전 '브리타니쿠스'에서 광기 어린 네로 황제 역을 연기한 이상직이, 연자 연기상은 '바다의 연인'에서 주연을 맡은 김호정이 각각 수상했다.

신인연기상은 탤런트 최민식의 친동생으로 형에 이어 '에쿠우스'의 앨런 역을 연기한 최광일과 '분장실'의 장영남이, 인기상은 정규수와 뮤지컬 '시카고'로 처음 연극 무대에 선 재즈 싱어 윤희정에게 돌아갔다.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4/04 21:26


김지영 주간한국부 koshaq@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