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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골 性市] 밤낮이 뒤바뀐 紅燈의 불야성

수도권 북부 윤락가 '용주골 性市'

용주골 사람은 고향을 말하지 않는다. 어쩌다 외지에서 마주친 사람이 고향을 물으면 그냥 "파주"라고만 대답한다. 이 대답에 간혹 사람들은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되묻곤 한다.

"거기 용주골이 끝내준다던데.." 용주골 사람에게는 이때가 정말 곤혹스럽다.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연풍2리, 속칭 '용주골'이 최근 몇년 사이 수도권의 새로운 윤락가, 즉 '섹스 테마파크'로 알려진 탓이다.

용주골 주민은 불만이 많다. 윤락가의 존재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닌데 갑자기 매스컴이 떠들어대면서 고향 이미지가 말이 아니게 됐다는 것이다. "언론에 용주골이 오르내릴 때마다 외지 손님이 늘어난다"며 "매스컴이 윤락가를 홍보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또 윤락가와 생계의 고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언론이 용주골을 들먹일 때마다 단속이 강화돼 장사에 타격을 받는다"며 목청을 돋운다.

용주골로 알려진 윤락가의 정확한 지명은 '대추벌'이다. 연풍리를 가로 지르는 갈곡천을 경계로 해 현재 윤락가의 반대편이 진짜 용주골이다. 하지만 외부에는 윤락가와 용주골이 동의어가 돼있다.


"붉은 등불 아래" 전형적인 홍등가 모습

용주골 윤락가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해야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갈곡천 하천변을 끼고 100여m 거리에 다닥다닥 붙여 세워진 건물에 불그스레한 등불이 켜진다.

쇼윈도 안쪽 홍등(紅燈) 아래에는 착 달라붙은 원피스나 바지 차림의 아가씨들이 손님 맞을 준비를 서두른다. 10cm가 넘는 하이힐을 신은 아가씨의 걸음걸이가 오히려 부자연스러워보인다. 갈곡천에 비친 홍등 불빛이 물위의 온갖 쓰레기들을 뚜렷이 보이게 했다.

갈곡천변의 매매춘업소는 일부에 불과하다. 연풍교에서 파주경찰서 연풍초소에 이르는 약 150m 거리의 대로변에는 오른쪽으로 6개의 골목이 있다. 골목 안쪽은 모두 매매춘업소다. 팔소매를 잡고 호객하는 아가씨와 남자들로 골목 안은 늘상 작은 승강이가 벌어진다.

용주골 윤락가의 매매춘 업소는 모두 156곳. 경찰조사에 따르면 3월12일 현재 107개 업소가 문을 열고 있고, 나머지 49곳은 휴업중이다. 골목 안에는 홍등이 꺼진 채 을씨년스런 느낌을 자아내는 휴업업소가 듬성듬성 눈에 띈다.

이들 휴업업소는 대부분 지난해 1월 경찰이 '50일 소탕작전'을 벌였을 때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곳의 매춘여성은 오히려 수가 늘었다. 지난해 340명이었던 매춘여성은 3월12일 현재 387명으로 47명이 늘었다.

매춘여성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분명치 않다. 대도시에서의 단속이 심해 이곳으로 밀려왔다는 해석도 있지만 이곳 역시 단속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설득력은 별로 없다.

'물이 좋다'는 최근의 소문이 외지 손님의 수를 늘렸고, 수요가 증가하는 것에 따라 '아가씨'도 많아졌다는 설명이 오히려 그럴싸해보인다. 실제로 매춘여성의 수가 주기적으로 들쭉날쭉하다는 것이 용주골 '고참 업주'(포주)의 말이다.

용주골 윤락가는 구관과 신관으로 구별된다. 대로변의 골목에 과거부터 있던 곳이 구관, 안쪽으로 더 들어가 새로 생기고 있는 곳이 신관이다. 3~4년 전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신관의 업소는 30여곳. 지금도 건축중인 건물이 여러 동 보인다.

신관은 건물을 현대식 2~3층으로 지은데다 내부시설도 구관보다는 훨씬 좋다. 자연히 쇼윈도와 홍등 장식도 구관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눈길을 끈다.

신관은 경지를 주택지로 용도변경해 건물을 지은 뒤 매춘업소로 사용된다. 집주인은 대부분 서울 등에 사는 외지인이다. 윤락업소가 늘어난다는 주민의 탄원이 빗발치자 파주시측이 지난해 건축불허 명령을 내렸지만 곧 뒤집혔다.

땅주인들이 낸 행정소송에서 시가 패했기 때문이다. 땅주인들은 집을 지은 뒤 포주에게 임대하면 그만이다. '법대로 하자'는 건물주들의 법정신이 매매춘을 확산시키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밤 11시 이후 절정, 새벽 5시면 파장 분위기

용주골의 밤은 11시가 지나야 절정으로 치닫는다. 서울, 일산, 의정부 등에서 1~2차로 술을 마신 외지 단체손님이 주류다. 물론 주변 군부대의 직업군인도 찾는다.

자정이 가까워오면 택시에서 내리는 2~3명의 양복차림 남자들과 마주치기는 어렵지 않다. 4~5명이 떼지어 골목안을 어슬렁거리며 '아가씨 쇼핑'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골목 밖 한길로 나와 호객하는 여성은 없다.

밤2시쯤 대로변은 나가는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들로 즐비하다. 대부분 서울과 경기지역 번호판을 달고 있다. 이 시간이면 한길의 상가 간판은 절반 이상이 불을 끈다. 남은 것은 야식집과 해장국집 등.

홍등가 골목으로는 김밥 등 야식을 배달하는 캐리어의 바퀴 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새벽 5시가 되면 손님의 발길은 뜸해진다.

하지만 쇼윈도 안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아가씨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전 출신이라는 한 아가씨는 "업소 규정이 그렇다"고 했다. "손님이 없어도 6시나 6시반까지 자리를 지키는 게 형부(업주)와의 약속이예요."

용주골에서 상호나 간판을 단 윤락업소는 한 군데도 없다. 쇼윈도 위쪽 창틀에 붙어있는 조그만 번호판이 전부다. 흰바탕에 빨간 글씨로 새긴 '00호'가 그것이다. 경찰의 관리편의를 위해 붙인 것이다.

파주경찰서측은 윤락업소를 월 2회 호별방문해 거주자를 파악한다. 여성의 주민등록증을 제출받아 주소와 미성년 여부를 파악한다.

단속활동은 매주 1회. 이밖에도 절대 보안속에서 관할 경찰서 모르게 상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기습단속이 있다. 올들어 용주골에서 즉심에 넘겨진 윤락녀는 56명에 이른다.

형사입건된 업주와 윤락녀, 상대 남자는 모두 27명.

용주골에는 현재 미성년(19세 이하) 윤락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속도 단속이지만 업주끼리의 감시와 견제도 심하다. 한 업주의 이야기.

"적어도 용주골에는 미성년 아가씨가 없다. 옛날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미성년자 데리고 영업하다 걸리면 해당업주는 끝장날 뿐 아니라 용주골 전체 영업에 타격이 온다. 미성년자를 고용하면 다른 집에서 고발한다." 이 업주는 요즘 용주골은 "살벌하다"고 말했다.

경찰과 업주, 그리고 윤락여성들에 따르면 용주골 '아가씨'의 연령은 20~25세가 60% 이상이다. 25~30세가 30% 가량이고 30세 이상도 일부 있다.

매춘여성의 용주골 체류기간은 6개월 안팎이 가장 많다. 2~3년 있는 아가씨도 있지만 대부분 1년 이내에 다른 곳으로 간다. 이곳에 오기전에 매춘여성이 체류했던 지역은 다양하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와 중소도시 윤락가를 전전하다 친구소개나 소개소를 통해 이곳으로 온다. 손님이 많다거나, 대우ㆍ환경이 좋은 곳이 있다는 소문이 들리면 다시 그곳으로 떠난다.


수도권의 대표적 윤락가

업주와 경찰은 "최근 용주골로 매춘여성이 대거 몰리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강자 서울경찰청 방범지도과장이 종암서장 재직시절 미아리를 강력히 단속하자 미아리 출신 매춘여성이 이곳으로 몰렸다는 이야기도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용주골 여성들은 미아리뿐 아니라 전국의 윤락가에서 모여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용주골 신관지역에 건물이 계속 신축되고 있는 것은 이곳에서 섹스의 수요ㆍ공급이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민에 따르면 용주골이 윤락가로 자리잡은 것은 한국전쟁 직후. 미 2사단이 주변에 주둔하면서 현재 주택가로 변모한 '진짜 용주골'에 미군을 상대로 하는 클럽과 하우스가 등장했다.

1970년대 말까지 용주골에는 소위 '양색시'만 1,000여명이 있었다고 한다. 반면 현재 용주골로 알려진 연풍교 이쪽의 대추벌에는 한국인만 상대하는 윤락가가 형성되었다. 연풍교를 경계로 저쪽에는 미군용, 이쪽에는 한국인용 윤락가가 병존하고 있었던 셈이다.

미 2사단 주둔군이 급감하면서 용주골의 미군 상대 업소들은 1980년대 급속히 사라졌지만 대추벌의 윤락가는 명맥을 유지했다. 한 업주에 따르면 '현재의 용주골'(대추벌)의 윤락가가 번성한 것은 1993~1994년.

일산 신도시가 들어선데다 경기가 좋아 손님이 부쩍 늘어났다. 1998년 IMF위기 직후에도 재미가 좋았다. 일 하러오는 '아가씨'도 많았고, 막노동판 출신의 손님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3년전 임진강 유역이 수해를 입은 뒤로는 지금까지 경기가 별로라고 한다.

용주골이 전국의 다른 지역 윤락가와 별다른 점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존재와 당위, 현실과 법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파주경찰서 연풍지소 20m 밖에서 호객과 매매춘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그게 그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경지가 주택지로 용도변경되고 신축된 주택이 윤락업소로 임대되는 현실은 씁쓸하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김명원 사진부 기자 kmx@hk.co.kr

입력시간 2001/04/1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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