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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지 받으려면 줄 서?"

너도 나도 킹메이커, 정치적 영향력 극대화 노림수

'차기 킹메이커는 나의 몫?'

2002년 대선고지를 향한 차기주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면서 덩달아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인사들도 바빠지고 있다. 대선무대에서 주연은 아니지만 감독, 조감독은 내가 하겠다는 중진 정치인들의 색다른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가장 먼저 불을 댕긴 쪽은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 이미 1998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실적이 있다. 16대 총선에서 참패한 뒤 '기자기피증'으로 불릴 만큼 언론을 피했던 그가 지난달 중순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물론 그가 진짜 하려했던 얘기는 그 뒤에 있었다. "출마하지 않는 대신 이 사람이다 싶으면 성심성의껏 돕겠다"는 '킹메이커 선언'이었다.

JP는 이날 누구를 대통령감으로 찍었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대선고지를 노리는 이들의 속을 태우기에는 손색없는 이벤트였다.


3金 최후의 대결

'돌다리를 두드려본 뒤에도 남이 먼저 가기전에는 절대 건너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중한 JP가 킹메이커 선언 만큼은 뒤질세라 서둘러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자민련의 한 중진의원은 재미있는 분석을 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여권의 후보경쟁이 본궤도에 오른다. 세상의 관심도 무대 뒤의 감독(킹메이커)보다는 주연배우(차기주자)에 쏠린다. 당연히 JP가 낄 여지가 별로 없다. 정치9단인 JP가 이를 간파, 여권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하도록 선수를 친 것이다."

실제 JP의 계산은 틀리지 않은 듯 자신과 이념적으로 대척점에 있던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은 물론, 지난 총선이후 충청권의 맹주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던 이인제 최고위원까지 그를 붙잡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유신체제에 맞서 싸웠던 김 최고위원은 4월4일 한반도재단 출범식을 빈 대선출정식 때 JP에게 축사를 요청했다.

이 와중에 이 최고위원은 "킹메이커 운운은 시대착오적이다. 진짜 킹메이커는 국민"이라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JP가 은밀히 화해의 손길을 던지자 주저없이 맞잡았다.

이 최고위원은 지역구인 논산시장 재선거 후보를 자민련에 양보했고, JP는 대신 그의 후원회(4월4일)에 거액의 후원금을 보내고 이어 28일 대전에서 열리는 '운정(雲廷ㆍJP의 호)배 바둑대회'에 그를 초청했다.

아마 2급의 바둑광인 JP와 아마 5단의 이 최고위원은 이날 수담을 통해 '킹과 킹메이커의 가능성'을 치열하게 탐색할 것이다. 이처럼 JP는 DJP 공조로 다시 찾은 여권내 2인자의 자리와 선수를 치는 노련함으로 킹메이커의 위치를 선점했다.

하지만 당장 반발이 터져나왔다. 먼저 상도동측에서 "진짜 킹메이커는 YS"라며 치고나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이 JP의 킹메이커 선언직후 부산ㆍ경남권의 정치적 기반을 무기로 '원조론'을 꺼낸 것이다.

물론 대선이 2년 가까이 남은 탓인지 YS 본인은 여전히 가타부타 말을 않고 있다. 하지만 YS 역시 대선경쟁이 본격화하면 킹메이커 경쟁에 뛰어들 게 분명하다.

YS가 틈만 나면 김대중 대통령을 거세게 비난하는 것도 반DJ정서가 강한 영남권의 민심을 자기편으로 묶어두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야당의 가장 유력한 차기주자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잦은 파열음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YS에게 공을 들이는 것도 최소한 부산ㆍ경남 지역에서만큼은 YS의 폭발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JP, YS와 달리 현직 대통령이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DJ 또한 킹메이커로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민주당 총재로 여권의 후보선출은 물론 정권재창출과 맞물리는 대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게 틀림없다. 1970년대 이후 30년 가까이 대권을 놓고 경쟁했던 3김이 바야흐로 21세기의 첫 대선에서는 킹메이커로서의 싸움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김윤환·권노갑 등도 '끼어들기'

3김이 경륜과 지역적 기반을 업고 킹메이커의 감독을 자처한다면 조감독으로 거론할 만한 중진들은 누가 있을까. 우선 "YS나 JP가 앞장서 킹메이커를 한다면 나는 옆에서 도와줄 수도 있다"며 '킹메이커 보좌론'을 꺼낸 민국당 김윤환 대표를 들 수 있다.

그는 이달 초 비주류의 반대를 제압하고 민주당ㆍ자민련과의 3당 정책연합을 성사시켰다. 한나라당 낙천에다 국회의원 선거까지 떨어진 뒤 찾아온 정치적 위기를 영남권이 취약한 여권과의 연대로 메운 것이다.

그는 "차기 대선에서는 영남권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이른바 '영남후보론'으로 킹메이커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동교동계 좌장으로 최근 마포에 사무실을 낸 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도 빼놓을 수 없다. 가신그룹의 속성상 그의 행보가 DJ의 이른바 '김심'과 별개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역설적이게도 그의 이러한 위치가 킹메이커로서의 주가를 높이게 한다.

여권의 적지않은 인사들이 '권심=김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때문인지 민주당에서 킹메이커로서 그의 입지는 현재까지는 독보적이다.

당내 기반이 전혀 없던 이인제 최고위원이 지난해 최고위원 경선에서 한화갑 최고위원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등 손쉽게 당내에 기반을 내린 것도 그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최근 두 사람 사이가 예전같지 않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 최고위원쪽에 동교동계 인사의 발길이 뜸해졌을 정도다.

소수정파이긴 하지만 JP와 결별한 한국신당 김용환 대표와 무소속의 강창희 의원도 나름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두 사람은 7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골프회동을 한 영향인지 정치권은 이들을 이 총재를 도울 외곽의 지원그룹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들과 다른 자리에 서있긴 하지만 여야의 상당수 차기주자 역시 예선전을 거치면서 킹메이커로의 변신이 예상된다.

여권의 경우 자천타천의 차기주자는 당내에서 김중권 대표, 한화갑ㆍ이인제ㆍ김근태ㆍ정동영ㆍ정대철ㆍ박상천 최고위원, 노무현 고문 등이고 당외 인사로는 고건 서울시장, 정몽준 의원 등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 총재외에 최병렬ㆍ박근혜ㆍ이부영 부총재, 김덕룡 의원, 홍사덕 국회부의장, 손학규 의원 등이 거명된다.

이들중 당내경선 등에서 탈락한 인사는 지난 대선 때처럼 자연스럽게 킹메이커군으로 흡수될 게 분명하다.

이동국 정치부 기자 east@hk.co.kr

입력시간 2001/04/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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