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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비상] 환율 '주저앉히기' 정부가 나섰다

엔화 약세, 원화 폭등으로 시장개입 단행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이 4월들어 가파른 상승세로 바뀌면서 IMF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융시장에 환율비상이 걸렸다.

달러/원 환율은 4월4일 1,365.30원까지 치솟으며 1998년 10월7일 1,380원 이후 3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튿날 한국은행 국제담당 부총재보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외환보유고 사용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6일에는 5억달러에 투입, 달러를 매도하는 시장 직접개입을 단행했다.

그 결과 환율은 4일 종가(1,365.20)보다 23원10전이나 낮은 1,342.10으로 급락했지만 환율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엔화 약세가 환율상승 부추겨

달러/원 환율이 3월28일의 저점(1,300원)에 비해 6일만에 65원이상 급등한 것이나 2월중 저점인 2월21일의 1,232.90 원에 비해서는 무려 130원이나 폭등한 것은 한국과 수출경쟁 관계에 있고 동아시아 경제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일본의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달러/엔 환율 급등) 외부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달러/엔 환율은 일본이 지난 10년간의 경기침체에서 탈피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통화팽창, 제로금리정책을 사용한데 이어 엔화의 약세를 적극 유도하면서 3월말엔 달러당 125엔을 돌파, 126엔대까지 치솟았다.

엔 환율은 일본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야 떨어질 수 있는데, 최근 일본의 구조적인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용등급의 추가하향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어 엔 약세에 따른 원화동반 약세는 대세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달러/엔 환율만 급등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겠으나 동아시아 국가의 통화가 모두 절하추세를 보이면서 원화 절하 폭이 상쇄되고 있어 수출 가격 경쟁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원화가치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엔화를 따라가는 속도 등으로 인해 수출증대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감소 로 지난 3월의 수출증가율이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0.6%로 반전됐다.


내부요인은 현대문제

환율급등에 대한 외부 요인이 엔화 약세라면 내부요인은 역시 현대문제다.

현재 현대건설과 현대전자, 현대상선 등이 정부의 지원에 의해 연명하고 있는 상태에서 과연 이 회사들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환율상승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장래 희망이 있다면 미래 기대치가 미리 반영되면서 환율이 하락반전을 시도할 수도 있을 테지만, 미국의 주가하락과 세계 경기침체라는 먹구름이 짙게 깔린 상태에서 언제 현대문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지 아무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는 전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채 신속인수, 지급보증, 출자전환 등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받은 현대건설 운명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당국자가 현재로선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죌릭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현대전자에 대한 산업은행 지원을 WTO협정 위반이라며 특혜시비까지 거론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7일 경제전략회의에서 현대전자 지원을 올해로 끝내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

이미 고려산업개발이 부도가 났고 현대상선, 현대아산 등 대북사업지원에 따른 출혈로 흔들리는 기업이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에 조속한 시일내에 현대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면 향후 환율급등을 촉발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1997년 한보와 기아의 부도가 환란의 촉매제로 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외국인 자금 유입중단도 악재로 작용

게다가 외국인 주식순매수 행진이 중단되고 직접투자자금 유입마저 급감하고 있어 외환시장 수급은 날로 취약해지는 상황이다.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을 포함, 1월에 2조9,000억원에 달했던 외국인 주식순매수 규모는 2월3,500억원, 3월 800억원으로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급기야 4월 들어서는 900억원(6일 기준) 순매도로 돌아섰다.

3월중 외국인 직접투자자금도 전년 동월대비 19.1%나 감소하는 등 IMF이후 환율안정을 뒷받침하던 무역흑자렛倂뮌 주식투자자금렛倂뮌 직접투자자금 등 3개 축에서 2개 축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자금 중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SK텔레콤 등 굵직굵직한 것들이 무산 또는 상당기간 지연되고 있어 향후 수급전망도 밝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측은 지난 5일 외환보유고를 풀어 시장개입에 나설 것임을 선언하면서 3월중 경상거래 흑자가 13억2,000만달러, 외국인직접투자가 4억3,000만달러에 달해 수급에 문제가 없고 향후 무역흑자 등으로 수급사정이 원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이 투자자금을 헤지하고 공기업 등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부채에 대해 헤지 매수에 나설 경우 연간 100억달러 정도의 무역흑자로는 수요를 상대하기 벅찰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강력한 개입의지 표명

금융당국은 환율이 4월중 예상 변동범위(1,280원∼1,350원)를 벗어나고 멈출 줄 모르자 급기야 시장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김용덕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이 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강력한 개입의지를 피력한데 이어 4일에는 차관급 금융정책협의회에서 환율안정대책이 논의됐다. 이튿날 이재욱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외환보유고 방출을 공식 표명하는 등 정부의 '환율잡기' 방침은 확고해졌다.

외환당국의 강력한 시장개입으로 1,365원이었던 환율을 하루만에 1,342원으로 급락시켰다.

그러나 뉴욕증권시장에서 나스닥이 9% 가까이 폭등하고 126엔대에서 거래되던 달러/엔 환율이 124엔대로 하락하지 않았더라면 시장개입에 나선 당국이 완패했을 여지가 있을 정도로 시장매수세는 강했다.

당국은 물가와 환율을 안정시키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번 주에도 외환보유고를 사용해 시장에 개입하는 조치를 쓰겠지만 무리한 시장 직접 개입은 외환보유고를 거덜나게 한다. 특히 IMF직전 시장개입 실패에 따른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고, 또 수출증대를 등한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외환보유고를 무작정 사용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당국의 시장개입은 환율상승 속도를 조절하는 일과성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미국 달러화가 전세계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면서 엔화는 물론 동아시아 국가 통화가 모두 약세를 보이는데, 우리만 물가나 외환 불안감을 잡겠다고 시장 개입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미일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나마 수출확대를 위해서라도 원화절하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

만일 달러/엔 환율이 130엔선을 돌파하고 미국의 주가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달러/원 환율도 1,400원선을 향해 상승할 것이며, 달러/엔이 140엔선까지 치솟는다면 달러/원도 1,450원∼1,500원 정도까지 동반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기가 살아난다면 원화도 강세(환율하락)로 돌아서겠지만 미국 경기 침체가 2∼3년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엔화강세 반전은 불가능에 가깝고, 기업구조조정도 이미 때를 놓친 감이 없지 않기 때문에 원화약세(환율상승)는 속도만의 문제일 뿐 향후 상당기간 지속될 여지가 높아 보인다.

홍재문 머니투데이 기자 jmoon@moneytoday.co.kr

입력시간 2001/04/1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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