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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안전사용법] 카드 관리…자칫하면 물린다

분실·비밀번호 유출되면 돈 잃고 신용불량자로 전락, 명의도용 피해자도 증가

서울 성동구에 사는 20대 여성 김모씨는 핸드백에 넣고다니던 신용카드가 없어진 줄 모르고 있다가 지난해 11월 청구서를 받은 뒤 이를 확인, 서둘러 신고했다.

그러나 카드는 이미 사용됐고, 카드회사에서는 카드 소지자의 부주의가 인정된다며 카드 사용대금 200만원중 20%를 부담하라고 요구해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30대 가정주부인 오모씨는 더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들어본 적도 없는 인터넷 홈쇼핑 가맹점에서 지난해 말 무려 400여만원을 청구해온 것이다. 두 사람은 즉시 소비자보호원이나 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등 소비자단체에 피해구제를 호소해 금전상의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수도권에 사는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한 경우. 지난해 말 카드를 도난당한 직후 신고했으나 범인들이 이미 지하철역 현금자동지급기(CD)에서 현금서비스로 수백만원을 빼내간 것으로 확인돼 카드회사로부터 한푼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

'비밀번호의 타인 공개 불가'라는 카드소지자의 의무사항을 소홀히 하는(CD에서 현금인출시 비밀번호를 공개한 것으로 간주) 바람에 어렵게 번 돈 수백만원을 날린 것이다.


신용카드 관련 분쟁 갈수록 늘어

이처럼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의외로 신용카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사람이 많다.

특히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면세혜택과 카드 영수증 복권추첨 등 정부 당국의 '신용카드 많이 쓰기 정책'으로 카드사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카드사용에 관한 분쟁과 소비자 피해는 그 이상으로 증가했다.

자칫 잘못하면 수백만원의 돈을 만져보지도 못한 채 날려 시중엔 '카드 괴담'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 인터넷 이용시에는 안전장치를 확인하지 않고 카드번호나 비밀번호를 노출할 경우 신용카드를 남의 손에 쥐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미국 등지에서는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 접속요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러시아나 동유럽 출신 해커들이 신용카드 내역을 알아내 카드를 복사하거나 국제우편을 통한 홈쇼핑을 마음껏 즐긴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로 돼 있다.

지난 한해 동안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신용카드 관련 상담건수는 1만805건, 피해구제 신청은 625건으로 전년 대비 각각 71.3%, 89.4%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실에 접수된 신용카드 민원도 1,033건으로 59.2%나 늘었다. 신용카드 도난, 분실시 제3자의 사용대금에 관한 분쟁(40~50%)이 대부분이고, 사용하지 않은 대금 청구(16.0%)도 적지 않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본인도 모르게 발급된(명의 도용) 카드에 의한 피해가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는 카드회사의 경쟁적인 회원모집과 카드 발급단계에서의 신분확인 절차 무시, 혹은 개인의 정보관리 부주의가 빚은 결과로서, 개개인의 정보관리가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신용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삼성카드와 LG카드와 같은 대기업 카드사들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면서 살벌한 전쟁터로 변했다.

기존의 삼성과 LG에다 최근 SK그룹이 동양카드를 인수해 신용카드업계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자 금융권 카드(국민, BC)의 시장 지키기와 대기업 카드사의 시장 빼앗기 싸움이 점입가경의 상태로 접어들었다.

치열한 싸움의 현장은 서울 시내 곳곳에 설치된 신용카드 가판대에서 확인된다.


치열한 시장쟁탈전, 미성년자에게도 발급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는 평소 신용카드 가판대가 4곳 정도이나 휴일 전날이나 주말에는 6곳까지 늘어난다.

밀레니엄 빌딩과 종로서점 인근지역으로 몰리는 젊은이를 고객으로 잡기 위해서다. 카드 가판인 생활을 1년 가까이 했다는 S카드 태평로상담사팀의 강모(여)씨는 "카드를 즉석에서 5분만에 발급해주기 때문에 하루 평균 20~30건을 올린다"고 말했다.

알선수수료는 2만-4만원 안팎으로 카드사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열심히 모집하면 아이들의 과외비까지도 벌 수 있다는 게 그녀의 귀띔이다.

다만 실적에 따라 돈을 받기 때문에 실적을 채우기 위해서는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카드 신청자격은 만18세 이상이라고 버젓이 적혀있지만 그것을 확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 서울시내 41곳의 카드 모집 실태를 조사한 녹색소비자연대측은 전체의 96.1%인 39곳이 신분증 확인없이 신용카드 발급신청을 받고 있었으며 먼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 곳은 한곳도 없었다고 밝혔다.

중ㆍ고등학생이 주로 방문하는 인기 동창회 사이트인 다모임과 같은 인터넷 사이트는 S카드와 제휴한 뒤 회원에게 주소확인만 한 뒤 학생에게도 카드를 발급하는 편법마저 쓰고 있다. 카드 발급 건수를 올리려는 얄팍한 상술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부적절한 과정을 통해 발급된 카드는 선량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게 제3자가 남의 이름을 도용해 카드를 발급받고 사용하는 경우다.

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경우와는 달리 카드소지자의 책임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카드 발급과정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요구되나 당사자로서는 사후처리가 가장 중요하다.

소비자보호원측에 따르면 A 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는 오모(경기 구리시)씨는 A사로부터 날아온 카드 대금 청구 및 독촉을 무시하다 큰 낭패를 당했다.

A사가 오씨를 신용불량자 리스트에 올려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확인 결과 오씨의 형이 카드를 발급받아 부정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카드 대금 청구서가 날아왔을 때 적절히 대처했다면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오씨는 뒤늦게 카드회사측에게 본인 확인 의무의 불이행 책임을 물어 카드대금 청구 취소 및 신용불량자 리스트 삭제 조치를 얻어냈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컸다.


허술한 회원관리, 피해대책도 미흡

당국은 카드분실시 보상기간을 종전의 15일에서 25일로 늘리고,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하루에 빼낼 수 있는 돈의 한도를 줄이는 등 선량한 카드 사용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나 아직도 대책은 미흡한 편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의 도영숙 고발상담실장은 "카드수가 5,700만매를 넘어서고 이용금액이 224조원를 넘어선 상황에서 소비자에 대한 당국의 배려는 아직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TV나 인터넷을 통한 홈쇼핑에서 카드로 결제할 경우 배달된 제품이 수준에 미달하거나 불만족스러울 경우 카드회사의 적극적인 중재 혹은 보상 조치가 필요하다고 그는 밝혔다.

카드회사의 허술한 회원 정보관리도 문제다. 정기승 금감원 비은행감독국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인터넷 해킹이나 폭력조직과 연계된 전문 범죄단이 카드사 내부직원과 공모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용카드 사용자의 비밀정보를 빼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용카드가 대중을 상대로 선보인 지가 올해로 21년째. 카드는 이제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카드사용에 대한 국민의식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신용카드에 대한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 생활화해야 편리하면서도 안전하게 카드를 100% 활용할 수 있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1/04/1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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