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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경영'으로 세계를 관리한다

첨단기술 이용한 21세기 경영시스템

글로벌 비즈니스에 성공한 작은 실례로 미국의 외식업체 '파파이스 치킨 & 비스키트'가 호주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무려 21개국에 285개의 체인망을 구축한 것이 있다.

그러나 이젠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의 빠른 세계적 네트워크화는 옛날 이야기가 됐다. 새로운 뉴스는 세계 경영의 첨단화다. 미국 본사에 있는 매니저가 인터넷, e메일, 전화, 비디오 화상회의 등을 통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어떻게 관리하고 차질없이 운영하느냐다.

첨단기술은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웹호스팅 회사나 화학업체에 이르기까지 수백개의 다국적기업에게 현지에 매니저를 파견하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미국 애틀랜타 외곽 고층빌딩에 있는 파파이스 본사에서는 지난달 '가상 보스'(virtual boss) 8명이 아이슬랜드의 새 레스토랑 개업을 지휘하고, 온두라스의 새 레스토랑 디자인을 결정하고,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의 치킨 공급문제를 해결했다. 알래스카는 애틀랜타 본부에서 멀리 떨어진 탓으로 해외지점으로 분류된다.


수백개에 달하는 다국적 기업 효율적 관리

페어뱅크스의 치킨 공급문제는 먼저 카렌 유스틴 해외훈련 및 운영시스템 국장의 e메일로 보고됐다. 카렌 국장은 새 레스토랑으로 사람을 모으는 것보다 신선한 치킨을 확보하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해법찾기에 들어갔다.

파파이스 치킨은 항상 신선하고 절대 얼리지 않는 게 특징. 그래서 선적에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까지 운반에는 8일을 넘기지 않는다.

그러나 본사에서 트럭이나 배로 치킨을 페어뱅크스로 운반하면 12일이 걸린다. 비행기로 수송하면 문제가 없지만 수송비용이 너무 들어 현실적이지 못하다.

2시간에 걸친 e메일, 전화, 팩스 상담을 통해 카렌 국장은 비용이 약간 더 들지만 치킨을 진공포장하기로 결정했다. 진공포장하면 신선함을 4일간 더 유지할 수 있기 때문.

그녀는 치킨 배송 전문가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의뢰했다. 카렌의 상사인 앤터니 파버스 국제담당은 "필요할 때마다 매번 비행기를 탈 수는 없다"면서 카렌의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몇년 전만 해도 미국에 본부를 둔 다국적기업은 해외에 미국인 매니저를 파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잘 훈련된 매니저에게 괌이나 글라스고우 등지로의 해외파견 여부를 물어보면 대번에 "노"라고 말한다.

해외근무는 맞벌이 부부를 떨어져 살게 만들고, 부부가 함께 해외에 나가더라도 아이 교육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를 초래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디오 화상회의나 웹회의(web conferencing), 인터넷에 관한 첨단기술은 세계 곳곳에 빠르게 퍼졌고 그것이 가상경영(virtual management)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쿠퍼의 조사에 따르면 82개 다국적기업 가운데 24%가 해외에 사람을 파견하기보다는 본국에서 가상경영을 도입했다.

물론 아직도 많은 기업이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가능한 한 빨리 가상 접근방식의 채택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니피 네트워크의 톰 캐세이 현장경영팀장은 "첨단기술의 발전은 기업경영에서 새로운 사고를 강요하고 있다"면서 가상경영을 권했다.

그는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있고 전화로 대화하기 때문에 뭔가 잘못될 것 같이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근로자들은 자율을 원하고, 보스가 눈앞에 없으면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거나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하이테크회사 도입비율 높아

가상경영은 회사에게는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클렌 헬턴 파파이스 영업부사장은 "적은 팀을 갖고도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하면 잘 할 수 있다"면서 "첨단기술을 잘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최소한으로 고용하는 것이 고만고만한 사람을 많이 고용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현재 파파이스는 6명의 매니저를 해외에 파견해놓고 있는데 한 사람당 50개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관리한다.

그러나 어떤 분야든 가상경영이 맞는 것은 아니다. 대외관계나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하는 업종에는 가상경영을 도입할 수 없다. 가상경영은 확실한 향후 일정을 지닌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경우에 유용하다.

월드컴의 조사에 따르면 하이테크 회사가 다른 업종의 회사보다 가상경영을 도입하는 비율이 4배나 높다. 그것은 하이테크 회사들이 새로운 원거리 경영시스템에 투자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원거리 경영의 공동저자인 컨설턴트 맥린 던칸 피셔는 "가장 큰 문제는 가상경영에 돈을 쓰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월드컴 조사에 따르면 비즈니스맨 510명 가운데 대다수가 아직도 오래된 e메일과 전화에 기대고 있다. 20% 정도만 원거리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가장 첨단방식인 웹회의를 이용하고 있다. 웹회의 시스템을 이용하면 참여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토론이 가능하고 지도나 슬라이드, 웹자료 등을 함께 볼 수 있다.

웹회의는 아직도 많은 기업에게 새로운 기술이지만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 비디오 화상회의를 쓰고 있는 회사보다 웹회의를 채택한 회사가 조금 더 많다고 한다.

웹회의 시스템을 제공하는 덴버사의 재클린 코스트너 부회장은 "앞으로 제대로 운영만 된다면 웹회의가 다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완전히 제압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웹회의에 참가한 사람은 즉석에서 온라인 투표까지 가능하다. 눈과 귀는 회의에 있으면서 e메일 체크도 가능하다.

그의 고객중에는 큰 화학업체도 있다. 이 회사는 12개국 132개 플랜트에서 제조과정을 환경친화적이고 건강 및 안전 기준에 맞게 개조하는 5년짜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웹회의 시스템을 10개월만에 완성했는데 이를 활용하면서 이미 2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24개국에서 6,440개 호텔을 운영하는 호텔체인인 센던트는 이집트에 호텔을 짓기로 했다.

디자인이 문제가 되자 뉴저지의 본부에서 e메일을 통해 디자인 설계를 현장으로 보낸뒤 현장직원들을 불러 회의를 가졌다. "만약 과거 같으면 직원을 파견하는데 몇만 달러가 들었을 것"이라고 호텔파트 팀장인 에릭 페퍼는 말한다.


인간적 신뢰나 충성심 유발은 불가능

기술의 발전과 가상 경영으로 근로자들이 보스와 대면할 기회는 줄어들었다. 얼굴을 보면 근로자의 사기를 북돋아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만드는데 가상경영으로 그런 장점은 사라졌다. 또 회사의 독특한 문화를 온라인으로 다른 곳으로 보내줄 수는 없다.

회사내 인간적 신뢰나 충성심을 공유할 수도 없다. 그래서 가상경영 전문가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보스가 현장으로 나가 직원들과 만나야 한다"고 권고한다.

아시아 13개국에서 서비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시카고의 서비스 매스터의 랄프 오드만 부회장은 "기술의 발전으로 그 어느때보다 프랜차이즈의 일에 더욱 많이 개입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와 3개 팀은 6개국에서 일어나는 계약서의 체결이나 서비스의 질 향상 등 여러 면에서 프랜차이즈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오드만은 여전히 1년에 10번쯤은 짐을 꾸려 현장으로 나간다.

웹호스팅회사 옵티글로브의 스코트 퓨리츠도 가상경영의 지지자다. 해외파견 직원이 언어습득과 문화적응에 최소한 2년간의 기간이 필요한데 현지인을 고용하고 가상경영 시스템을 활용하면 더 효율적이라고 그는 말한다.

또 미국식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해외에 수출하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문화와 고객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 한국에 문을 연 파파이스 체인점은 처음에 미국식 메뉴인 팥밥을 제공했으나 곧 바꿨다. 팥을 이용하는 팥빙수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제 여름철이면 팥빙수가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한다.

미국식 비즈니스 모델을 현지문화에 적응시키고 여행경비나 인력파견 비용을 최소화하면 새로운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1/04/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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