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미들넷 族

미국의 인터넷 조사기관인 닐슨 넷레이팅스은 최근 우리나라 사람의 월평균 인터넷 이용시간이 16시간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조사결과를 내놔 관심을 끌었다.

이는 아마도 초고속 정보통신망 보급, PC방 확산 등 튼튼한 인터넷 인프라에서 연유할 것이다. 어느 나라와 비교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인터넷 환경 덕택에 남녀노소, 연령을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10~20대만 북적거리던 사이버 공간에 30대 이상 네티즌을 의미하는 '미들넷'(middle aged netizen)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미들넷은 인터넷에 익숙한 중장년 네티즌을 일컫는다. 인터넷과 친숙하지 않았던 30대 이상의 세대가 대거 인터넷 문화에 동참하면서 실질적인 구매력 집단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들은 비슷한 또래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해 사회에 봉사하고 여가생활을 즐기는 등 신세대 못지 않은 사이버 파워 군단으로 자리를 잡아 눈길을 끌고 있다.

온라인 채팅 서비스업체인 하늘사랑(www.skylove.com)의 30대 이상 회원은 1999년 12월 26만명 정도에 머물렀으나 2000년 중반의 60만명에 이어 최근에는 100만명을 육박하고 있으며 실시간 접속 인원도 5,000명에 달한다.

하늘사랑은 30대 이상 회원의 가입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자 30대 이상의 나이별 전용 채팅방을 개설했다. 30대 이상 커뮤니티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스카이러브에 개설되어 있는 미들넷 동호회로는 '꼬꼬방'(57년), '61년 우정반', '58 상록회', 'www.63클릭.co.kr', 'n.m 용가리'(64년생), '70 개띠들만의 모임', '60년 쥐띠 모임방' 등이 있으며 이들은 친목도모뿐 아니라 정보교류, 사회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 포털 서비스업체인 다음(www.daum.net)도 지난해 6월보다 30대 회원이 2배, 40대 회원이 3배 가량 늘었다. 네띠앙(www.netian.com) 채팅방에선 10대방 접속 평균인원이 400여명인데 반해 386방 접속인원은 460여명으로 대화방의 주요 이용층인 10대를 앞질렀다.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업체인 프리챌(www.freechal.com)도 30만개 가량의 동호회 가운데 30대 이상이 주관하는 커뮤니티만 5만여개에 이른다.

특히 40~50대를 위한 친목모임인 '낭만의 방', 댄스모임인 '쉘 위 댄스', 독서모임인 '북스포유', 골프모임인 'FGA'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프리챌은 중년층 네티즌을 겨냥, 'e-동네' 라는 지역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구, 노트북, PDA 등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품목을 대상으로 e메일 마케팅을 계획중이다. 중장년 네티즌이 크게 늘면서 신세대와 학생이 대부분이었던 사이버 공간이 점차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또 건전한 사이버 문화를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모든 참여자가 동시에 이용하는 게시판에는 지나친 표현은 자제하자는 자정의 게시물이 등장하고, 내가 읽은 책을 소개하는 코너에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감상문이 게재돼 젊고 감각적인 대신 다소 가벼웠던 사이버 문화가 점차 진지해지는 효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가지 부차적인 소득은 오프라인에서 경제적 기반을 갖춘 미들넷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온라인 구매 집단을 형성해 최근 경기불황으로 다소 침체된 전자상거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소득이 적은 신세대 네티즌은 인터넷 이용 시간은 길지만 온라인 쇼핑몰 이용률이 낮은데 반해 중장년층은 인터넷 이용 시간이 짧으면서도 쇼핑몰 이용빈도가 높아 인터넷 업체의 로얄 고객이 되고 있다.

신세대의 전유물이었던 사이버 공간에 점차 '쉰세대'가 밀려 들면서 인터넷 세상도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점차 균형을 맞춰나가고 있다.

강병준 전자신문 인터넷부 기자

입력시간 2001/04/1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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