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면도날' 사카다의 도전

- 오청원의 치수고치기 10번기(17)

제8국은 7국이 있은 지 2개월이 지나서 벌어진다. 운명의 한판이었다. 하시모토가 지면 영락없이 치수가 바뀌는 그런 중차대한 시합이었다. 백차례인 오청원은 중반까지 고전중이었다.

그러나 오청원은 사실상 진 바둑에서 막무가내로 백돌을 끌어내 움직이는 최후의 승부수를 택했다. 의외로 흑이 대응을 잘못하는 바람에 역전 불계승을 거뒀다. 6승2패. 약속대로 치수가 고쳐지고 말았다. 선상선-.

치수고치기 10번기는 치수가 고쳐져도 고쳐진 대로 계속 두는 것이 처음의 약속이었다. 김이 빠질 대로 빠진 하시모토는 이겨도 그만인 시합이었다.

선상선(두 번은 정선으로 한번은 호선으로 두는 치수)으로 두었으나 제9국은 빅, 10국은 하시모토의 불계승이었다. 그러나 치수가 고쳐진 다음 에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대 하시모토 8단 제1차 치수고치기 10번기 결과

·제1국 1946년 8월26일/동경 흑5집패

·제2국 1946년 8월29일/동경 백1집승

·제3국 1946년 9월/지바겐노다 흑불계승

·제4국 1946년 9월/경도 백불계승

·제5국 1946년 9월/경도 흑불계승

·제6국 1947년 7월/고베 백2집패

·제7국 1947년 7월/고베 흑불계승

·제8국 1947년 10월3일/도쿄 백불계승

·제9국 1947년 12월/지바겐노다 백번빅

·제10국 1948년 1월/시즈오카겐 흑불계승


하시모토 8단과의 10번기가 끝나자 당시 신진기사로 이름을 날리던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 7단과의 3번기가 기획되었다. 사카다 7단은 그때 면도날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로 날카로운 기풍에다 공격도 좋고 수습도 잘해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훗날 일본 바둑계 영원불멸의 대기록인 통산최다타이틀 66회 획득을 자랑하는 시카다 에이오.

지금껏 깨어지지 않는 그 기록은 타이틀전이 드물었던 시절이라 그 가치는 더욱 빛나는 것이다. 그 기록을 깰 사람은 조치훈 밖에 없으나, 조치훈도 급격한 하향세를 타고 있어 가능성은 희미하다.

당시엔 치수고치기 10번기 외의 3번기, 6번기가 많이 치러지고 있었다. 암울한 일본의 시대였으므로 보다 일본 팬들을 자극할 수 있는 라이벌전을 자주 펼친 셈인데, 지금으로 치면 조훈현 서봉수 간의 라이벌전이라든가, 이창호 조훈현간의 사제대결을 자주 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일본팬들은 오청원에 열광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누군가가 그를 꺾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을 것이다.

사카다 7단과 겨룬 3번기는 그가 아직은 오청원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선상선으로 시작된 3번기는 3:0으로 시원스럽게 끝을 맺는다. 3:0으로 전적으로 따지다 보면 그것이 완승이라고 할지라도 1,3국은 오청원이 백을 들고 간신히 1집을 이긴 바둑이니 아슬아슬했다.

그 때 오청원도 소장기사의 기세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훗날 사카다는 정식으로 오청원에게 10번기로 도전을 해온다.

다음 상대는 이와모토 가오루(岩本薰) 8단.

이와모토는 하시모토 8단이 2대 본인방이 되고 난후 도전자 자격을 따내 종전 직전의 히로시마에서 원폭대국을 포함해 도전기를 거듭하고 있었는데, 1945년 11월에야 3승3패의 무승부로 끝이 났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최종 3차례 승부를 벌였고, 이와모토 8단은 2연승을 거둬 3대 본인방에 취임했다.

이와모토와의 10번기는 제한시간으로 난항을 겪었다. 오청원은 하시모토 8단과의 선례를 들어 7시간 하루 마감을 주장했으나 이와모토는 13시간 3일제를 주장했다. 결국 본인방의 주장대로 결정났다. 제한시간을 길게 가져가려는 사람은 필시 기력에 흠집이 나 있게 마련이다.


[뉴스화제]



●최철한, 류재형 꺾고 8강전 진출

중국진출을 선언한 한국 기사들이 중국바둑리그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한국기사들은 장준(將軍)배 중국바둑리그 갑조에서 4전 전승을 기록, 소속팀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4월5일에 벌어진 제1차전 결과, 원난성 샹그리라팀의 유창혁 9단은 광둥팀의 리화송 3단을 꺾어 팀의 4:1승리에 기여했고, 김영환 6단은 둥엔 3단에게, 목진석 5단은 장둥위 3단에게, 박승철 2단은 장원둥 9단에게 승리를 거두어 갑조 소속 기사 전원이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4월2일부터 스위스식으로 펼쳐진 을조 리그에서는 김영삼 4단이 7전 전승으로 우승한데 힘입어 선전팀이 결선 진출을 확정했으며 서봉수 9단은 2승5패, 김승준 7단은 5승2패를 거뒀다.

진재호 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1/04/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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