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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들여다 보기] 북경의 맥도날드

최근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한동안 미국의 첩보 비행기와 중국의 전투기가 충돌하면서 야기된 양국간의 긴장 상태에 관한 기사를 머릿기사로 올렸다.

미국의 사과를 강하게 요구하는 중국정부에 대해 미국은 두 비행기가 충돌한 곳이 중국의 영공도 아니므로 국제법상 잘못한 것이 없는데, 무엇을 사과하라는 것이냐며 버티다 결국 very sorry선으로 물러났다.

미국의 양보로 중국의 하이난섬에 불시착한 미국 첩보기의 승무원 24명은 풀려났으나 기체 송환을 놓고 양국간에 또 한차례의 '기싸움'이 불가피하다.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이번 사건에서 중국을 향해 양국 관계의 손상 위협을 계속했는데, 그것은 21세기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쥐려는 두 국가간의 팽팽한 신경전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20세기를 지나면서 명실상부한 경제ㆍ군사 대국으로 떠올랐다. 20세기 후반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던 소련이 붕괴되면서 세계 질서는 미국이 기획하고 의도된 대로 형성돼가고 있다.

가끔 중동지역에서 이란이나 이라크가 회교세력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대들고 있지만 미국은 언제나 이를 제압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무시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분쟁이 6개월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지만 이것 역시 미국의 조정,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 그리 큰 골칫거리는 아니다.

북한이 미국에 위협을 줄만한 미사일 개발 능력과 어쩌면 핵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도, 국내 정책적인 요소가 많이 고려된 하나의 가상적인 시나리오일 뿐이지 실제로는 국제 사회에서 미국을 위협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미국의 최첨단 장비보다는 뒤쳐지겠지만 이미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는 끊임없이 발전하여 이미 세계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20세기 후반의 중국을 폐쇄된 사회주의로 인한 낙후된 경제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이용하여 미국 주도의 국제 사회에서 고립시킬 수 있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을 20세기 중반에 있었던 미국 U-2 정찰기의 소련 불시착 사건과 비교하기도 한다. 미국과 소련간에 냉전이 극도로 치달았을 때 일어난 이 사건은 미군 조종사가 결국 스파이 혐의로 소련에서 복역하는 것으로 끝나고, 비행기도 돌려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승무원의 송환에서 보듯 그렇게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미국과 중국간의 경제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의존하고 있다. 미국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의류, 신발제품은 중국산이다.

건전지나 아이들의 장난감, 전화기 등의 소형 전자제품들도 거의가 중국산이다. 상표는 미국이나 일본제품일지라도 실제 물건은 전부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만일 중국 제품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한다면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엄청나게 뛰어오르게 된다.

또한 13억이나 되는 인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산업들이 항상 눈독을 들이고 있는 황금 시장이다. 자동차, 통신, 전자 및 금융 보험 등 서비스 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양국간의 관계가 악화해 자신들의 중국 사업이 위축되는 것을 원할 리가 없다.

이러한 사정들이 1950년대의 미국과 소련사이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양국간의 외교적 타협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미국은 실종된 중국 조종사 등에 대한 강한 유감 표명으로 나름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또 기체송환 등 남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려 할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북경의 맥도날드는 여전히 붐빈다는 점이다.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로 상징되는 미국의 상징인 맥도날드를 찾는 북경의 엘리트들에게 물어보면 "이번 사건으로 미국에 대해 분노하고 있지만 그 때문에 맥도날드를 찾는 아이들을 막을 수는 없다고 대답한다"고 한다.

노근리 사건이나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이야기만 나오면 머리에 띠를 매고 주먹을 휘둘러대는 우리를 보면서, '적 아니면 동지'라는 냉전적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듯한 현 부시 행정부가 여전히 맥도날드를 즐겨 찾는 북경인들과 남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지켜보는 것 또한 흥미 있는 일인 것 같다.

박해찬 미HOWREY SIMON ARNOLD & WHITE 변호사 parkh@howrey.com

입력시간 2001/04/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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