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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고성 상족암

남쪽 끄트머리의 땅 중 하나인 경남 고성(固城), 그곳에서도 가장 남쪽인 하이면 덕명리의 바다에 섰다.

한려수도 국립공원의 한 가운데에 있는 해변이다. 푸른 물과 고깃배의 똑딱거림은 여느 바닷가와 같지만 파도를 맞고 있는 육지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그것은 세월과 파도만이 만들 수 있는 장관이다. 풍광에 압도돼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고 바위 해안에 내려섰다.

덕명리 해안을 대표하는 것은 거대한 돌출바위이다. 상족암(床足岩)이라 불린다. 바위 절벽 아래부분이 파도에 깎여 동굴이 됐다. 멀리서 보면 평평한 돌상을 받치고 있는 다리 같다. 그래서 이름이 '상다리 바위'이다. 높이 20m가 족히 넘는 바위는 책을 켜켜이 쌓아놓은 듯하다.

수억 년에 걸쳐 퇴적된 수성암이다. 땅 속에서 스스로의 무게에 눌리며 돌로 단단해진 퇴적층은 지각변동에 의해 땅거죽으로 솟았다가 파도와 만났다.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의 채석강과 비슷하다. 채석강의 켜가 조금 더 두껍고 햇살이 적은 서쪽을 바라보고 있어서인지 색깔이 검다. 그래서 뽀얀 상족암의 바위가 더 정교하고 세련돼 보인다.

큰 바위에 굴이 나 있다. 굴은 두세 사람이 어깨동무하고 들어갈 정도로 넓다. 열 십자(十) 모양으로 가운데에서 만났다가 다시 사방으로 헤어진다.

바위 속 교차로는 열명이 둘러 앉아도 될 만큼 널찍하다. 선녀들이 목욕을 했다는 선녀탕도 있다. 동굴 입구 중 하나는 바로 바다로 드리워져 있다. 용왕이 선녀를 유혹하려 드나들었던 문일까.

비스듬한 바위를 타고 파란 물길이 찰랑댄다.

상족암을 중심으로 서쪽은 너럭바위, 동쪽은 자갈해안이다. 사람들은 주로 서쪽 너럭바위를 찾는다. 물이 완전히 빠지면 1,000명은 족히 올라탄다고 한다. 완만하게 물 속으로 드리워진 이 바위는 여름이면 그대로 해수욕장이 된다.

한반도에서 이렇게 크고 평평한 바위해수욕장은 흔치 않다. 몸에 모래를 묻히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누워 일광욕을 즐길 수 있다. 바위 앞 바다 건너편으로 꿈같은 경치가 펼쳐진다. 여인의 가슴을 닮았다는 유방도, 병풍처럼 이어진 병풍바위, 용이 살았다는 전설을 간직한 용굴..

아름다움에 비해 다녀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서울에서는 거의 7시간 가깝게 차를 달려야 하는 먼 길이기 때문이다. 남쪽 대도시에서도 아는 이들이 드물었다. 그래서 개발의 때가 덜 탔다. 그러나 앞으로는 남녘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될 전망이다. 다름 아닌 공룡 발자국 때문이다.

이곳에는 한반도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를 통틀어 가장 많은 공룡발자국이 있다. 수를 센 것만 4,000여 개. '공룡의 낙원'이 아닐 수 없다. 아직 발굴이 진행 중인데다가 일반인 관람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가 미흡하지만 이 작업만 마무리되면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 여행객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될 수도 있다.

발자국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냥 해변의 바위에 널려 있다. 바위의 모습에 탄복하면서 자세히 들어다 보면 크고 작은 발자국이 혹은 바다로, 혹은 산으로 향하고 있다.

발자국만 따라 해안을 빙 둘러보아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권오현 생활과학부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1/04/1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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