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갈등] 변호사 두들겨 팬 경찰

변호사 단체와 경찰간에도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이 대우자동차 집회 진압 과정에서 변호사와 노조원을 폭행하면서 불거진 이 싸움은 이미 해당 경찰서장이 경질됐는데도 쉬 수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공격(변호사)과 수비(경찰)가 뻔한 싸움이지만 공격하는 측의 자세가 자뭇 거세다. 게다가 노동단체가 같은 피해자로 원군이어서 경찰로서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발단은 4월 10일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시위다.

경찰이 부평공장 노조원 시위진압 과정에서 윗옷을 벗고 누워 시위하던 노조원들을 군화와 곤봉으로 폭행, 박훈 자문 변호사와 노조원 홍모씨 등 40명이 골절상을 입었다.

이날 박 변호사가 인천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 근거를 들며 대우차 노조원들이 노조 사무실 진입을 막는 경찰에 항의하자 부평경찰서장은 "정권은 법에 우선한다"는 막말을 하며 사무실 들어가려는 박 변호사와 조합원들을 폭행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과 대우차 노조는 12일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비디오 테이프를 공개하며 경찰 책임자를 살인 미수 및 직권 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정재헌)와 서울지방변호사협회(회장 박재승),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회장 송두환)등 변호사 단체들도 12일 "법원 판결을 무시한 폭력진압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 행위이자 법칙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불법적인 폭력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당국자의 공식적인 사과, 그리고 부평 경찰서장과 이기호 경감 등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경찰은 변호사 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날 서둘러 부평경찰서장을 직위해제했다.

하지만 판결에 근거한 집행을 하려는 변호사를 집단폭행한 경찰의 폭거에 대한 변호사측의 공격은 경찰 상부로 향하면서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입력시간 2001/04/19 16:07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