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시위'

의외의 효과로 경찰 '곤혹'

서울 시내를 걷다 보면 요구사항을 적은 벽보나 구호를 온몸에 두른 '움직이는 시위판'이 낯설지 않다. 온갖 구호를 몸에 붙이고, 손에 들고, 어께에 걸치고, 머리에 인 채 홀로 외롭게 시위를 벌이는 '1인 시위'의 현장이다.

1인 시위는 이제 국회나 관공서앞은 물론, 외국대사관, 신문사 등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사라진다.

스크럼을 짠 학생들이나 노조원들의 구호, 화염병과 최루탄 세례, 경찰과 시위대의 살벌한 대치 등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나홀로 시위'는 신선하면서도 슬며시 웃음기까지 자아내는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르 잡아가고 있다.

지난 4월7일 하루만도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앞에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재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가 벌어진 것을 비롯해 서울시내 4곳에서 나홀로 시위가 있었다. 시위 주최와 방법도 이미 다양해졌다.

'장애인 편의시설 촉진시민연대'는 정부중앙청사앞에서 휠체어를 탄 나홀로 시위를 벌이고, 박정희 기념관 건립반대 1인 시위는 서울시 의회앞에 계속된다.

또 새만금간척사업에 반대하는 환경인들의 1인 시위도 산발적으로 벌어진다. 대규모 도심집회를 주도해온 민주노총(위원장 단병호)측도 최근 광화문앞에서 '의료보험인상반대' '대우차 정리해고 철회'등을 요구하는 '도심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움직이는 시위판, 다양한 퍼포먼스도

1인 시위는 다양하고도 부담없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주로 정오 시간대에 길어야 1시간 30분정도 벌이다 사라진다. '나홀로'라는 제약을 뛰어넘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미사일 조형물, 맞춤옷 피켓 등 여러시각적 도구가 동원되고 미라처럼 등 퍼포먼스 형식을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

1인 시위의 원조는 역시 지난해 12월 참여연대 윤중훈 조세개혁팀장이 국세청 앞에서 벌인 '삼성변칙증여항의 나홀로 시위'다

원래는 온두라스 대사관이 입주한 집회금지구역이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2인 이상'이란 규정을 위반하지 않으려는 취지에서 1인 시위를 계획했다.

그러나 반응이 의외로 괜찮자 곧바로 다른 시민단체들에게로 확산됐다.

1인 시위는 이제 서울에만 한정되지 않고 부산 군산등 지방은 물론 해외로까지 뻗어가는 추세. 민주당의 김영진 의원이 일본국회의사당 정문앞에서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대표적이다.

1인 시위가 확산되자 경찰당국은 상당히 곤혹스런 표정이다.

1인 시위의 경우, 경찰서에 미리 신고할 필요가 없는 '신고 불필요'행위,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각급 법원, 국내 주재 외교기관 등의 청사 및 저택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시위'같지 않는 1인 시위를 단속하자니 껄끄럽다.

고민하던 경찰은 4월13일 광화문앞에서 온몸에 붕대를 감은 미라 차림으로 시위를 벌인 김순환(40)씨를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연행, 즉결 심판에 넘겼다.

이에 민주노총은 즉각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연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고, 일반 시민들도 "경찰이 너무 했다"는 반응이다. 다양한 1인 시위와 경찰당국이 숨바꼭질은 앞으로 시민들의 눈길을 끄는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입력시간 2001/04/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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