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한달] 순조로운 이륙…연착륙 두고봐야

핵심시설 작동 '이상 무', 운영미숙·시설미비 등 '암초' 많아

'일단 안정궤도에는 진입, 안착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개항 한달을 맞은 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 허브(hubㆍ중추)공항이라는 정상궤도를 향해 순항중이다. 3월 29일 문을 연 인천공항은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심각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아 '합격 커트라인'은 통과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항전 종합시운전과정에서 번번히 말썽을 빚었던 수하물처리시스템 등 주요 핵심시설에서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유일한 공항접근로인 전용고속도로도 대체로 원활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공항 전반에 걸친 운영미숙이나 노하우 부족, 대중교통편 및 서비스 시설 부족 등 순항을 가로막는 '암초'들이 곳곳에 잠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성공개항'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김포에 비해 항공기 늘고 승객은 감소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개항이후 지금까지 하루평균 309편의 항공기가 뜨고 내려 지난해 같은 기간 김포공항에 비해 10%가량 늘었다.

그러나 이용승객은 하루 4만3,000여명으로 김포공항의 5만4,000에 못미쳤다.공항공사측은 "경기침체와 연계교통망의 부족으로 승객이 감소했다 "고 말했다.

화물은 김포공항에 비해 하루평균 1,400톤이 늘어난 4,460톤이 처리됐으며, 수하물처리는 하루 3만8,000여개에 달했다. 공항전용고속도로는 하루 평균 5만여대가 이용했으며, 여객터미널 승하차장 진입차량은 3만8,000대로 조사됐다.

운영수입은 짭짤했다. 개항후 항공기 착륙료, 탑승교 사용료, 국제여객공항 이용료, 단기주차장 사용료 등으로 올린 수입은 하루평균 5억5,000여만원에 이른다. 이는 김포공항(4억8,000만원)보다 15%이상 많은 수익이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연평균 3,400억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감안하면 하루 1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려야 한다"면서 "앞으로 취항 항공사와 운항편수가 증가되면 내년 후반기에는 목표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공항이용객에게 안내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자원봉사자는 하루평균 200여명이 투입됐으며 귀빈실 사용자는 하루 3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항에 가면 '해외여행' 기분 만끽

인천공항은 단순히 비행기만 타고 내리는 곳이 아니다. 볼링장 전자오락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고루 갖춘 데다 여객청사 곳곳에 휴식공간이 즐비해 공항 자체가 하나의 관광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중앙에 위치한 밀레니엄홀은 개항이후 이용객들이 가장 많이 붐빈 '사랑방 쉼터'. 이곳은 여객청사 1층에서 4층까지 높이 33m의 건물이 훤하게 뚫린 데다 유리천장을 뚫고 쏟아지는 따사로운 햇살은 하늘의 관문임을 실감케 한다.

홀주변에는 20여m의 인조 소나무와 각양각색의 꽃들로 어우러진 정원이 있어 마치 공원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홀가운데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대가 있는 연못도 이용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장소다. 연못속에는 이용객들이 소원을 빌며 던진 동전이 이미 수북이 쌓여 있다.

공항 4층 한가운데 있는 라운지바도 전망이 좋아 이용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원스럽게 쭉 뻗은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오르내리는 광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환송객들은 "출국하지 않더라도 잠시나마 '해외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560개의 좌석과 30여명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룸까지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는 한ㆍ중ㆍ일 요리는 물론 음료, 포도주까지 뭐든지 주문할 수 있다.

공항청사 곳곳에는 초고속인터넷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 네티즌 여행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들도 즐비하다.

1층과 3층에는 패스트푸드점이, 지하1층에는 한식, 일식 등 식당 10여곳과 커피전문점, 제과점 등이 각각 자리잡고 있어 기호에 따라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다.

또 지하 1층에는 간단한 종교의식을 치를 수 있는 종교실과 이ㆍ미용실, 유아휴게실, 세탁소도 마련돼 있다. 전자오락실(120평)에서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고, 600평규모의 사우나와 볼링장도 곧 문을 열 예정이다.


자동화시스템, 교통난 등 문제점 여전

인천공항은 그러나 주요 핵심시스템의 완전자동화문제, 교통대책, 운영미숙 등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 진정한 동북아의 중추공항으로 발돋음하려면 이들 시설과 운영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항이후 준자동화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항공사체크인 공용시스템(CUS)과 수하물처리시스템(BHS) 등을 완전 자동화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이 당면 과제.

시스템 불안정으로 불가피하게 인력이 많이 소요되는 비상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연결과정의 오작동도 제대로 시정되지 않아 공사측이 약속한 조기 정상화가 가능할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체크인, 수하물처리, 운항정보를 종합해 자동처리하는 종합정보통신시스템(IICS)을 완전 자동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주요 시설들의 연결과정이 수작업이나 준자동화방식으로 당분간 계속 운영될 전망이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수하물처리시스템 등 주요시설들을 각기 별도로 운영할 경우에 대비한 시스템운영시나리오를 검토중"이라며 "이들 시스템간에 연동이 되지 않더라도 이용객들에게는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대중교통 이용안내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해 이용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여객터미널의 4개 매표소와 500여개 버스노선 매표소에는 버스이용 안내문이 없고 여객터미널 1,000m안에서 입국여객이 타고자 하는 버스의 안내표지판을 찾기가 힘들 정도.

버스노선의 중복도 문제다. 서울 삼성동의 한 대형호텔로 가는 노선은 무려 6개가 집중돼 있는 반면 다른 호텔이나 김포공항을 경유하는 노선은 운행사마다 각기 달라 불편하다는 평이다. 또 인천공항행 버스중 대전이나 춘천 등 지방도시를 운행하는 버스는 배차간격이 1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비싼 택시요금을 감안, 대중교통의 효율적 이용을 높여야 한다.


운영미숙, 시설미비. 위험요소 많아

입출국 절차는 김포공항보다 간편해졌지만 심사인력 부족에 따른 대기 시간 지연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체크인 컴퓨터의 조작미숙으로 발권이 지연되는 일도 잦다.

항공기와 탑승교를 연결하는 지상조업업체의 조작 미숙을 비롯, 국내외 항공사와 공항공사, 세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상주 기관직원들의 운영 미숙도 이른 시간내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또 장기주차장과 여객터미널 사이에 보도가 없어 이용객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인천공항은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그야말로 거대한 '장애물'그 자체다. 휠체어 탑승시설을 갖춘 공항행버스가 전혀 없고, 점자보도블록도 설치돼지 않았다. 입출국장 로비 등에 설치된 안내정보단말기에는 장애인 관련 시설정보가 전혀 없다.

화물터미널내 화물처리 과정도 개선이 시급하다. 개항후 입출국 승객처리는 비교적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화물터미널의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수입화물중 일부는 1주일이 지나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항공편으로 부품 등을 수입한 중소업체들은 수출 납기일정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큰 손실을 당하는가 하면, 화물운송업자들은 물건을 찾기 위해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송원영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1/04/25 17:36


송원영 사회부 wy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