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현의 영화세상] 돈, 돈, 돈

4월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영화 '친구' (감독 곽경택) 서울 100만명, 전국 300만명 돌파 기념행사가 열렸다.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 최재승 국회 문광위원장, 강신성일 엄호성 박종웅 의원, 유길촌 영화진흥위원장, 주연배우 유오성 장동건 등 300여명이 '친구'의 흥행성공과 기록경신을 축하했다.

3월31일 개봉한 '친구'는 한국영화 사상 최단기간 (개봉6일 만))에 전국 관객 100만명을 기록했고, 15일만인 14일에 서울 100만명, 15일에 전국 300만명을 넘어서며 맹렬한 기세로 지난해 '공동경비구역 JSA' 의 전국 580만명에 도전하고 있다.

개봉 첫 주말 '친구'는 전국 60만명 가까이를 기록해 제작비를 건지고 남았다.

순제작비 18억원. 5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가 난무하는 판에 이 '작은 영화' 는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거창한 액션이나, 볼거리, 몸값만 비싼 스타가 아닌 우리시대가 그리워하는 정서들.

이란영화 '천국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몇 천만원짜리 수입외화가 전국 40만명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힘 안들이고 큰 수익을 올렸다. 운동화 한 켤레가 소중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행복이란 뭔지 일깨워 주는 영화. 크다고 거창하다고 좋은 영화가 아니다. 돈이 더 벌리는 것도 아니다. 기분좋은 '친구'와 '천국의 아이들'의 돈.

영화진흥위원회는 17일 심사의 공정성 시비로 보류해 왔던 제3차 극영화 제작지원작으로 장길수 감독의 '난나', 이윤택 감독의 '살아있는 동안만 날마다 축제', 오석근 감독의 '이클립스' 등 5편을 최종 선정했다.

영진위는 "장선우 감독의 '바리공주'는 제작사가 신청을 취소해 제외했고,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는 제작사인 마술피리(대표 오정완)가 제1차 지원작인 '미소'를 아직 제작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는 이유로 지원결정을 유보한다" 고 밝혔다.

영화인협회(이사장 유동훈)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사회를 열고 영진위 유길촌 위원장과 이용관 부위원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영화인협회는 "내부감사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한 이상 7편 모두를 무효처리하고 새로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일부 영진위 위원들조차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고양이를 부탁해' 처럼 특정 제작사나 감독의 작품을 연속 지원하려는 것이나, '클럽 버터플라이' 같이 이미 개봉돼 작품성과 흥행에서 실패한 작품을 지원작으로 선정한 것은 공정하지 못하며, 편당 5억원이나 되는 지원금의 낭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극영화제작지원금'은 그야말로 공짜 돈. 손해를 보면 안갚아도 되고 수익이 생겨 제작비를 충당하고 남으면 갚는 돈이다. 당연히 이래저래 제작비를 늘려 손해라고 하고 갚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문제는 그 돈이 다 국민의 세금이라는 것이다.

하긴 국민들 혈세가 어디 한 두사람의 주머니 채우는데 들어갔나. 자기들 것도 아니면서 공짜니까 영화인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으르렁거리는, 한국영화발전과는 거리가 먼 한심한 돈.

영화펀드 바람이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제작사인 명필름(대표 심재명)과 투자ㆍ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대표 이강복)은 17일 영상투자전문조합 '페타엔터테인먼트' 결성식을 가졌다.

총 100억원 규모의 페타엔터테인먼트는 명필름과 CJ엔터테인먼트, 페타캐피탈이 각각 20억원, 중소기업진흥공단이 30억원, 새롬엔터테인먼트가 10억원, 페타 캐피탈이 15억원, 서울음반이 5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말 튜브영상투자조합 제1호를 출범시킨 튜브엔터테인먼트(대표 김승범)도 지난달 중소기업진흥공단(30억원), 튜브인베스트먼트(10억원) 등과 함께 100억원 규모의 제2호를 결성해 한국영화 제작과 외화수입에 활발히 투자를 하고 있다.

이미 '파이란'(감독 송해성)이 촬영을 끝내고 28일 개봉하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2009 로스트메모리즈' '내츄럴 시티' 도 제작중이다. 올 가을 제작에 들어갈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유상효씨의 데뷔작 '아이언 팜' 과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 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영화 펀드의 전체규모는 약 8,00억원. 여기에 시네마서비스와 우노필름의 지분을 산, 그래서 매일 코스탁 지수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벤처. 영화를 문화나 예술보다는 투기상품으로 생각하는 위험한 돈. 한국영화에는 이런저런 돈들로 넘쳐나고 있다.

입력시간 2001/04/2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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