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어설픈, 그러나 진한 '웃음별곡'

■'나사 빠진 놈','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제목에서부터 웃음이 묻어나는 코미디 영화 두 편. 2000년 작품인 <나사빠진 놈 Screw Loose>(12세 관람, 콜럼비아)은 이탈리아의 유명 코미디언인 에지오 그레지오가 제작, 감독, 각본, 주연을 맡아 바보의 웃음을 전한다.

이탈리아산 웃음이라면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가 떠오르는데, 베니니보다 미남이고 체격도 좋은 그레지오는 말끔한 외모 덕분에 더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내고 있다.

즉 어딘가 모자라보이는 사내가 바보짓하는 것은 당연하다 싶은데, 양복이 근사하게 어울리는 신사가 어벙하게 구니 더 관심을 갖게 된다고나 할까.

<나사빠진 놈>에는 미국의 패러디 코미디의 원조인 멜 브룩스가 출연하고 있다. 제작, 각본, 연출, 연기를 도맡아 하는 브룩스는 <유쾌한 프로듀서> <영 프랑켄슈타인> <못말리는 로빈훗> <못말리는 드라큐라> <스파이 하드>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26년 생이니 적지 않은 나이인데 친구인 그레지오를 위해 대본을 함께 쓰고, 오락가락하는 정신 상태로 갖가지 사고를 일으키는 역을 무난히 해내고 있다.

두치니 건강식품 공장 사장인 귀도가 심장마비로 쓰러진다. 그는 병상에서 아들 베르나르도(에지오 그레지오)에게 LA로 가서 2차대전 때 목숨을 구해준 은인 잭 고든(멜 브룩스)을 찾아오라고 명령한다.

못미더운 아들 취급당했던 베르나르도는 이번 일로 아버지 신임을 얻고자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데, 고든은 정신병원에 입원한 노인이 아닌가.

극단적 상황하에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아들의 노력을 그리고 있다. 심장마비로 쓰러진 아버지의 주치의가 고령의 심장마비 환자라 쓰러진 환자를 보고 심장마비사하고, 주치의의 주치의 역시 심장질환 환자라 이 소식을 조심스럽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웃겨주는 영화다.

알란 A. 골드스타인의 2000년 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A Space Travesty> (12세, 스타맥스)는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 S.F.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A Space Odyssey>의 제목을 패러디하고 있다.

그러나 제목과는 달리 S.F. 영화에 대한 진정한 패러디는 찾아보기 어려운 말장난과 슬랩스틱 연속의 묘기 대행진. 비밀 요원이 우주 공간에서 활약한다는 정도로는 패러디 운운하기가 계면쩍다.

그렇다고 아주 미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75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흰 머리 배우 레슬리 넬슨의 활약.

<총알탄 사나이> 시리즈, <못말리는 드라큐라> <스파이 하드> <미스터 마구> <롱플리 어큐즈드> 등 패러디 영화 단골 배우인 넬슨은 이번에도 뜻하지 않게 사건이 해결되어 신임을 얻는 비밀요원으로 출연하고 있다.

둘째 <맨 인 블랙> <스타워즈> 등을 뒤집고, 클린턴과 힐러리 부부, 조지 부시, 마돈나,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프린스, 교황 등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물량 공세. 음악 활용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큐브릭의 <스페이스->에 절묘하게 쓰인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푸른 다뉴브강'을 써먹고,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 플라치도 도밍고의 쓰리 테너 콘서트를 야유하며 이들로 하여금 'In the Navy'를 부르게 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4/2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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