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신문사 상장시대 연다

국내 신문사 코스닥 등록, "언론사 투명성 제고 계기"

인쇄 매체의 '상장 시대'가 열린다. 국내 최고 전통의 스포츠ㆍ연예 일간지인 일간스포츠가 6월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다.

신문사의 상장은 국내에서 처음이고 일본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증시 관계자들도 "언론사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간스포츠의 상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길무역 인수로 사업 다각화

일간스포츠의 상장은 한국미디어그룹(HMG)이 지난 3월 코스닥 업체인 한길무역을 인수하면서 시장에 알려지게 됐다.

HMG는 한국일보의 최대주주인 장중호 상무가 '일간스포츠를 한국일보로부터 분리해 운영할 목적'으로 지난해 말에 설립한 지주회사(holding company). 자본금 50억원의 HMG에는 스포츠복권사업자인 한국타이거풀스도 20% 지분을 출자했다.

HMG는 모피제조업체로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한길무역과 '사업체를 인수한 다음 종합미디어업체로 발전시킨다'는 A&D(인수후개발)에 대한 합의를 끝내고 지분 인수를 시작했다.

첫 단계로 3월말께 한길무역의 전환사채(CB) 50억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 21억원어치를 인수하고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 신주 21만5,000주도 넘겨받았다.

또 기존 대주주로부터 구주 11만주를 인수, 62만5,000주로 늘어난(기존 40만주) 한길무역의 총주식 가운데 53.6%의 지분을 확보했다.

HMG가 대주주로 바뀐 한길무역은 4월19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일간스포츠로 사명(社名)을 변경하고 사업목적에 신문ㆍ영화ㆍ비디오ㆍ전자상거래 등을 추가했다. 일간스포츠의 상장은 사실상 이 시점부터 구체화했다.

HMG관계자는 "인수작업이 완료되면 A&D된 한길무역의 매출구성은 일간스포츠가 60%, 기존 모피사업은 30%로 축소된다"며 "사명에서 회사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인지도가 높은 신문 명칭을 그대로 채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HMG는 6월8일 한길무역의 주총 전까지 일간스포츠의 인수ㆍ인도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인수ㆍ인도 계약은 끝났지만 한길무역이 기존에 일간스포츠를 사업부문으로 소유하고 있던 한국일보측에 인수대금을 지불하는 과정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인수대금은 나라감정평가사에서 제시한 758억원 내외로 정해질 전망이다.

HMG는 국내외에서 투자를 받아 적어도 주총 전까지는 인수대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언론개혁의 새로운 모델 제시

한길무역이 주총 전까지 일간스포츠의 인수를 마무리짓고 주총에서 사명변경까지 이뤄지면 일간스포츠는 정규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국내 최초의 신문사가 된다.

지금까지 언론사로는 서울방송과 디지털조선이 코스닥 시장에 등록돼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인쇄 매체인 신문사가 상장된 적은 없었다. 외국의 경우 가까운 일본에는 신문사가 상장된 사례가 없고 미국에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이 상장돼 있다.

HMG는 일간스포츠 상장과 관련,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생소한 백도어 리스팅(backdoor listing)의 방법을 이용했다.

'우회상장'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로 번역되고 있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한 상장 방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신규상장에 따른 시간과 금전적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백도어 리스팅은 효율적인 상장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일간스포츠의 상장은 정부가 강력한 언론개혁 정책을 펴고 있는 시점에서 '언론개혁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개별 기업체가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것은 기업을 공개함으로써 지분 분산과 투명경영을 투자자에게 약속한다는 의미여서 언론사도 기업공개를 통해 해묵은 과제로 지적돼온 지분과 경영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자협회 관계자는 "다른 언론사도 기업공개로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을 일간스포츠가 앞서 보여준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국내 최초의 신문사 상장에 대해 증권가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동양증권 최성희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이 33배로 주식가치가 시장에서 상당히 높게 평가되고 있다"면서 "일간스포츠는 일단 비교가능 종목이 없다는 희소성의 이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합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재탄생

한길무역은 4월 이사회에서 사명변경 이외에 신문발행, 인터넷사업, 영화ㆍ음반 제작, 각종 이벤트 사업 등의 사업목적 추가를 결의했다.

한길무역의 대주주가 된 HMG가 향후 일간스포츠로 변경 등록될 한길무역을 종합 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 업체로 키우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지난해 9월 갤럽조사에 따르면 일간스포츠는 전체 스포츠신문 시장의 37.1%를 점유, 최고의 스포츠지 자리를 확보해 놓고 있다. 지난해 영업실적 추정치는 매출액 700억원, 순이익 1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HMG는 이와함께 일간스포츠가 보유하고 있는 이벤트 사업인 미스코리아와 백상예술대상 등을 최대한 활용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HMG 관계자는 "미스코리아에 선발된 미인들을 매니지먼트하는 독점계약권 등 수익사업을 적극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일보의 인터넷신문인 한국i닷컴(www.hankooki.com)을 합병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다양한 수익모델의 개발도 추진중이다.

흑자를 내고 있는 기존 모피사업도 계속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길무역은 모피사업만으로 312억원의 매출과 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HMG는 모피사업 부문을 일간스포츠의 이벤트 사업과 연결시키는 시너지 효과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광고비 등을 감안, 전량 수출에 의존하고 있지만 가령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면 내수시장 개발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진성훈 경제부 기자

입력시간 2001/05/02 19:19


진성훈 경제부 blueji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