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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은 '사극의 바다'

안방극장은 '사극의 바다'

방송 3사 드람 흐름 주도, 시청률 전쟁으로 번져

여의도에 사극 바람이 거세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사극 경쟁에 총력을 기울이며 야심작을 방송하거나 준비중에 있다. KBS가 5월 9일부터 대하사극 100부작 '명성황후'를 방송하게 되면 시청자는 안방에서 일주일 내내 사극을 보게 된다.

월ㆍ화요일에는 MBC의 '홍국영'과 SBS '여인천하' 가 한판 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수ㆍ목요일에는 KBS의 '명성황후'가 시청자와 만나고 토ㆍ일요일에는 KBS '태조왕건' 이 안방을 찾는다. 이들 사극이 끝난 뒤에도 방송사들은 후속작으로 또 다른 사극을 준비하고 있어 올해 방송사 드라마 흐름은 사극이 주도하고, 시청률 전쟁도 사극에서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사극바람의 진원지는 '태조왕건'

MBC는 '홍국영'의 후속작으로 조선시대 여인의 삶을 그린 '다모'와 한국일보에 연재돼 인기를 끈 뒤 요즘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는 최인호 원작의 '상도'를 11월쯤 방송할 예정이다. KBS는 요즘 최고의 인기 드라마 '태조왕건'의 후속작인 '제국의 아침'을 12월쯤 방영할 계획이다.

각 방송사가 현재 방송중인 사극도 내용과 형식에서 차별화되고 있다. 우선 4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태조왕건' 은 역사적 사실을 근간으로 픽션적 요소를 가미한 정통 사극이다.

고려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사극으로 평가받는 '태조왕건' 은 캐릭터가 전혀 다른 궁예 왕건 견훤 등 세 영웅의 삶과 정치 철학을 스펙터클하게 그리고 있다.

'태조왕건' 은 드라마 시청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성인 남성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들여 방송 초반부터 시청률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궁예 역을 맡은 김영철은 카리스마가 강한 개성적인 연기를 선보여 최대의 스타로 부상했다.

중반 들어서는 궁예의 부인 연화(김혜리)와 왕건의 세여인(박상아 염정아 전미선)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여성들까지 '태조왕건'의 시청대열에 합류했다.

'태조왕건'의 탄탄한 줄거리와 극적 구성은 2년여에 걸친 자료 조사와 작가 이환경씨의 노력이 빚어낸 산물이다. 이환경씨는 "우리의 뿌리인 고려사를 조명할 기회를 갖고 싶었다. 역사적인 사실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세트나 무대배경은 전문가의 고증을 받았다"며 정통 사극임을 주장했다.

이에 비해 MBC '홍국영'은 '트렌디 드라마'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면서 현대적인 대사와 분위기로 색다른 사극의 맛을 느끼게 하고 있다. 조선 정조때의 풍운아, 홍국영의 일대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역사서에 나타난 홍국영과 상반된 모습을 그린다. 각종 역사서에서 묘사되는 홍국영은 세도를 부리다 강릉에 유배돼 쓸쓸한 최후를 마쳤다.

그러나 드라마 '홍국영'에서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며 자신의 웅지를 펴다 권력의 최정점에서 용퇴한 영웅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재갑 PD는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픽션이다. 역사적 인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볼 수 있다.

홍국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좌절과 어려움을 겪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홍국영'은 극중에 사랑하는 연인과의 키스, 폭탄주 등 요즘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 간간히 튀어나오는 등 역사와 현대를 합친 '퓨전 드라마' 스타일. 대사 역시 요즘 말투로 진행된다. 그래서 일부 시청자들은 역사적 인물 '홍국영' 에 대한 왜곡 문제를 제기하고 사극을 너무 자극적으로 만든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서서히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SBS의 '여인천하'는 여성들의 궁중암투를 기반으로 하는 사극이다. '여인천하'는 조선 중종때 기생에서 정경부인자리까지 올라 권력을 휘두르다 몰락한 정난정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에 전념하던 강수연이 정난정역을 맡아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것이 방송 초반 화제가 됐으나 기대만큼 연기는 따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문정왕후 역을 맡고 있는 전인화의 개성적인 연기가 호평을 받고 있다.

'여인천하' 의 연출자 김재형 PD는 40여년간 '용의 눈물' 등 사극을 전문적으로 연출한 베테랑이다. 그는 " 사극은 연출적인 측면에서 현대극과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연기자의 액션과 대사 톤도 다르다. 40여년의 연출 경험을 '여인천하'에 쏟아붓겠다" 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심은하 고소영 이영애 등 스타들을 대상으로 한 캐스팅 작업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KBS '명성황후' 의 타이틀 롤은 영화배우 이미연이 맡게 됐다.

1993년 '세남자 세여자'의 출연을 끝으로 충무로로 떠난 이미연이 8년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해 주연을 맡은 '명성황후'는 기존의 드라마에서 그려진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기존의 명성황후는 대원군과의 대립적인 인물로 투기와 정치적 야망에 몸을 던진 민비였으나 이번 드라마에서는 정치력과 외교력을 갖춘 정치인이자 백성을 사랑하는 국모의 모습이 강조된다.

KBS 드라마국 윤흥식 국장은 "기존의 명성황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일본의 식민사관에서 초래된 것이다. '명성황후' 를 새롭게 그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그의 면모를 많이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각 방송사가 앞다투어 사극을 제작, 방송하는 것은 사극에 대한 시청자의 인식이 크게 달려졌기 때문이다. 사극은 시청률이 낮다는 고정 관념이 '용의 눈물' '허준' 등으로 깨지면서 방송사들이 '사극도 경쟁력이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역사적 왜곡·전문인력 부족 등 문제점도

또한 사극 출연을 기피했던 젊은 스타급 연기자들이 사극 출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사극 붐 조성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극 출연은 연예인의 막대한 수입원으로 작용하는 광고 출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사극을 기피했던 스타들이 '허준'의 주연을 맡았던 전광렬, 황수정의 엄청난 광고출연을 보면서 생각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극 붐은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사극의 역사적 왜곡에 대한 문제점이다. '허준'에서 드러났듯이 사극을 역사 교과서로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늘면서 드라마의 픽션조차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아졌다.

'허준'의 작가 최완규씨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는 정통사극과 픽션을 기반으로 하는 일반 사극의 구분을 명확히 해 정통사극은 역사적 사실을 충실히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일반 사극은 내용이 허구라는 점을 방송전에 시청자에게 고지시켜야 역사왜곡의 논란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극 전문 작가와 연출자, 연기자의 부족은 사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보다 경쟁력 있고 완성도 높은 사극이 나오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극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배국남 문화부 기자 knbae@hk.co.kr

입력시간 2001/05/0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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