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메이션] 한잔 술에 담긴 인생의 의미

■ 술꾼

이은홍 글ㆍ그림

술은 단순히 에틸알코올(CH₃CH₂OH)이라는 화학 물질로만 한정할 수 없는 요상한 물건이다. 그 속에는 기쁨의 환희와 지옥 같은 절망이 공존한다. 한 잔의 술에는 깊고 오묘한 인생의 여운이 담겨 있다.

한 술꾼이 있었다. 41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인생의 여정 중 25년간을 줄기차게 술과 함께 살아온 술꾼이다. 그는 '돈이 없어도 먹을 수 있는 것이 술'이라서 술을 마셔댔다.

그리고 이런 세상의 후한 술 인심과 술꾼 체질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 드린다고 했다.

그토록 지독한 술꾼인 그에겐 취미이자 직업이 꼭 하나 있었다. 바로 만화다. 술이 그의 내면을 지배했다면 만화는 그런 내면의 외적 표출이었다. 그래서 그의 만화에는 항상 술 냄새가 진동한다. 하지만 그 술의 내음은 역겹지 않은 구수함이 풍긴다.

그리고 힘겨운 인생의 한(恨)과 애환이 흐른다.

알아주는 술꾼인 이은홍이 만화책 '술꾼'(사회평론 펴냄)을 펴냈다. 이은홍은 1980년대 운동권 만화가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홍익대 미대를 나온 그는 1982년 졸업과 동시에 인천공단 노동자 생활을 하다 서울노동운동연합에 합류해 '깡순이'라는 민중 만화를 그렸다.

그후 운동권 만화가로는 처음 보안사로 끌려가 서대문구치소에서 6개월간을 술과 격리된 생활을 하기도 했다. 출소 후 서노협신문, 전국노동자신문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삐라 만화 수천장을 그렸다. 그러다 1989년 결혼후에야 비로서 그는 전문 만화가로서 소양을 쌓기 시작했다.

이번에 펴낸 만화 '술꾼'은 그가 선보인 첫번째 대중 작품이다. 이 속에는 술과 얽힌 작가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노동운동가 출신답게 그림의 선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주는 감동은 은근하면서도 훈훈하다. 복잡한 세상사에 지친 이시대 보통 사람들이 한번쯤 음미해 볼 만한 얼큼한 술 향기 풍기는 작품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5/02 21:59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