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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증시, 뒤늦은 봄바람

[경제전망대] 증시, 뒤늦은 봄바람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으면서 우리 경제에도 봄기운이 조금씩 감돈다. 성장 물가 수출 고용 등 거시지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만병의 근원인 증시가 바닥을 다지며 상승에너지를 축적해가고 있고 해외여건도 나아지는 추세다.

물론 현실은 여전히 팍팍하고 앞으로 감내해야 할 고통의 정도도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어둡고 긴 터널의 끝에서 한줄기 빛이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은 꺾지않아도 된다.


연착륙 가능성 높아진 미국경제

최대의 굿 뉴스는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1/4분기 GDP성장률. 비록 추정치이기는 하나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1.1%의 2배에 가까운 2%로 나타나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매우 엷어졌다.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이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은 없다”고 쌍수를 들어 반겼는가 하면 워싱턴에서 열린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는 “세계 경제는 아직 건실하다”고 선언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도 대부분 낙관적 전망에 힘을 싣는다. 다우 및 나스닥 지수가 조정을 받으면서도 1만800선과 2,000선을 견고하게 지키고 있는 것도 이르면 올 4/4분기, 늦어도 내년부터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일본의 고이즈미 새 정권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처리 및 산업 회생을 첫 과제로 삼은 것도 주목된다.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처럼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신중파도 적지 않다. 미국의 4월중 소비자신뢰지수와 소비자기대지수가 3월보다 하락해 1/4분기 성장률만으로는 향후 경기회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 세계경제 성장률이 1998년 이후 최저인 3.2%에 머물 것이라는 IMF보고서도 최근 나왔다.

그러나 국내 증시가 악재보다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은 분명히 엿보인다. 좀처럼 낙관론에 귀를 열지 않던 애널리스트들의 입에서도 “조만간 큰 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고객예탁금의 급증,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 견지, 바닥권 인식의 확산 등 날로 시장에너지가 쌓여가 모멘텀만 주어지면 상반기중 650선까지의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대우자동차 등 우리 경제의 ‘지뢰밭’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이다. 심현영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맞은 현대건설은 주초 이사진을 전면 개편하고 소액주주 감자비율을 5.99대1로 확정했다.

남은 것은 총 채무액을 확정, 채권금융기관별로 출자전환 비율을 결정한 뒤 사업내용과 수익구조를 전면 수술하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절차다.

그러나 출자전환 기준과 방식을 놓고 투신권 등 채권단 내부의 저항이 거세 진통이 예상된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살로먼스미스바니(SSB)가 주관하는 외자유치(1조8,000억원 규모)를 위해 내년 도래하는 대출금 1조6,000억원의 상환연기 등 금융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채권단간에 공유돼 있다.

내년 상반기 도래하는 회사채 1조원을 전환사채 또는 신규회사채로 차환발행해 달라는 SSB의 요청에는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5월초 해외로드 쇼에 나서려면 이 문제는 어떤 식이든 조기 매듭될 전망이다.

금주 주목되는 지표는 물가와 금리다. 주초 발표된 4월중 소비자물가는 3월 중순부터 급등한 환율 효과와 공공요금 및 과일ㆍ채소류 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나 올랐다.

IMF의 분석대로 올 성장률이 3%대에 그칠 경우 저성장-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마저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계절적 요인이 제거되면 하반기부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심상찮은 물가 금리가 경기회복 '발목'

지난 주말 법인세 납부 등 월말 자금수요가 몰리고 시중금리 인상(채권값 하락) 조짐이 나타나면서 투신사 머니마켓펀드(MMF)의 환매요구가 이어져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고인 7%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이 신속하게 채권시장 안정방안을 발표, MMF 환매러시가 진정되고 금리도 급등세를 멈췄지만 엔화 및 원화의 약세 기조, 시중자금의 초단기화 등 금융시장 교란요인들은 널려 있다.

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인하여부도 지켜볼 대목이다. 복병은 물가. 금리인하론자들은 “최근의 물가상승 원인은 수요보다 비용증대에 따른 것”이라며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도 인플레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현재의 콜금리 수준(5%)이 바닥이고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 금리를 내려봐야 소비와 투자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인플레 심리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금통위가 양자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으나 현재론 후자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다.

이번 주에 지켜봐야 할 해외변수의 하나는 아르헨티나발(發) 금융위기 가능성이다. 전세계 신흥시장 국채발행액의 20%(1,500억 달러)를 차지하는 아르헨티나는 4월 23일 국채발행을 중단했다.

이후 런던과 뉴욕 등 국제금융시장은 이 나라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 채무의 대부분은 미국 연금펀드에서 조달된 것이어서 디폴트 선언이 가져올 파괴력은 거의 재앙수준이 될 것이다.

이유식 경제부차장 yslee@hk.co.kr

입력시간 2001/05/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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