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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기지개 펴는 금융시장

금융시장이 모처럼 안정세를 찾아가며 금리하락, 환율안정, 주가상승 등 이른바 '트리플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신경제 거품 붕괴 이후 처참할 정도로 추락했던 주식시장은 5월 유동성 장세가 현실화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1,3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무역흑자폭 확대와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수 재개 등의 영향으로 1,290원~1,300원선에서 하향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 7%대에 이르렀던 금리(회사채 3년 만기 기준)도 낮아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 증시하락과 선진국 경기침체 등 대외적 악재와 수출의 급격한 감소, 성장률 하락 등 대내적 걸림돌이 복합적으로 작용, 금융시장이 죽을 쑤고 있었던 것에 비하면 시장에너지는 아연 충만해지고 있는 셈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호재에는 소 닭보듯이 무덤덤하고, 악재엔 사자의 포효에 놀란 누우떼처럼 주식을 내다팔기 바빴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미 금리인하에 세계의 이목 집중

이번 주 증시의 최대 관심사는 '세계 경제의 마술사'인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입에 쏠리고 있다.

페드워처(Fed watcher,미 FRB의 정책방향을 주시하고, 전망하는 월가의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인플레이션보다 미국 경기의 침체를 더욱 우려하는 그린스펀 FRB의장이 연방기금 금리를 다시 한번 내릴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지난주말 미국증시는 4월 미국의 실업률이 당초보다 악화한 4.5%로 높아졌다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급등세로 마감한 것은 그린스펀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달콤한 예감'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게 작용했다.

월가의 점쟁이들은 미국의 고용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린스펀이 추가 금리인하카드로 경기침체를 막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현해탄 건너 일본 증시도 고이즈미 신임 총리의 개혁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거듭해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번 주에는 이미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와 주 중반 이후 공개될 4월 수출입지수, 4월 생산자물가지수 등도 미국의 추가금리인하 기조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그린스펀이 만약 금리를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까지 화끈하게 내린다면 국내 증시에도 유동성 장세의 불씨를 지피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경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갈 곳 몰라 헤매고 있는 수백조원의 시중 부동자금 중 일부가 증시로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

세계은행(IBRD)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지난 주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하반기에 회복되고, 한국경제도 하반기부터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도 시장 참여자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에 앞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6%대에서 3%대로 대폭 하향조정한다는 '배드 뉴스(Bad news)'에 비하면 그래도 희망적인 메시지다.

당정은 극심한 불경기로 인한 민심이반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경기부양카드를 수면위로 급부상시키는 등 잔뜩 몸이 달아 있다. 야당의 비판에도 불구, 지난주말 세계잉여금 등을 활용해 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도 지난 주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6월말로 예정된 임시투자세액공제 혜택기간을 12월말로 연장시키기로 했다. 얼어붙은 기업들의 설비투자심리를 녹이려는 고육지책이지만, 기업들이 얼마나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경기부양카드, 경기 겨울잠 깨울 수 있을까

경기부양카드는 아직도 겨울잠을 자고 있는 경기를 녹이는 '쇄빙선'역할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야당에선 세계잉여금을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정부 부채를 갚는데 우선 사용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국회심의 과정에서 여야간 샅바싸움이 예상된다.

국내외에서 불어오는 훈풍에도 불구, 국내 악재들은 여전히 우리경제의 허리를 짓누르고 있다.

현대문제는 여전히 시장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있다. 예컨대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의 외자유치를 통한 경영정상화 해법은 투신권과 은행간의 이견으로 해법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인들의 눈과 귀는 5월9~11일 하와이에서 열리는 제34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쏠려 있다. 금융구조조정의 키를 잡고 있는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을 비롯, 국내의 은행장들이 현지로 대거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중 진 부총리는 은행장들과 별도 모임을 가질 예정이어서 은행 추가합병, 금융구조조정, 현대처리 문제 등이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 부총리의 중매노력과 은행장들간의 '은밀한 연애(합병설)'설이 불거진다면 은행가는 다시 한번 추가합병 테마로 바빠질 수도 있다.

이의춘 경제부 차장 eclee@hk.co.kr

입력시간 2001/05/0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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