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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들여다보기] 봄의 불청객

워싱턴도 보통 이맘때면 봄이 완전히 무르익어 대낮에는 한여름의 더위를 느끼게 한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봄이 오는가 하면 어느새 무더운 여름으로 바뀌어 제대로 봄다운 봄을 즐길 여유가 없다.

벚꽃이 피는 4월에는 아직도 꽃샘 추위가 가시지 않아 여전히 아침 저녁으로는 어깨가 움츠러들지만, 달력이 5월로 넘어가면 완전히 달라진다.

서울에선 봄이 되면 꼭 치르는 행사가 하나 있다. 황사 현상이다. 중국 대륙에서 불어오는 먼지 바람 때문에 하늘이 누렇게 변하고, 심한 경우에는 입가에 앉은 노란 황토가루를 씻어내야 하기도 했다.

여기에 서울 시내의 공해까지 곁들이면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싫은' 계절이 바로 봄이었다. 요사이는 중국의 산업화로 오염된 공기마저 바람을 타고 건너온다니, 서울은 중국의 공해마저 덤터기를 쓰는 꼴이 된 것 같다.

워싱턴에도 봄이 되면 꼭 치르는 행사가 하나 있다. 알레르기다. 만물이 생동한다는 봄날, 모든 초목들이 꽃가루와 꽃씨를 날리면 이 조그만 가루들이 사람의 눈이나 코로 들어가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봄이 되면 이유 없이 계속 눈물을 흘리거나 연신 코를 풀어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이런 봄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심한 경우 호흡 곤란을 일으켜 생명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니, 그리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수만도 없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봄철만 되면 워싱턴의 병원과 약국은 알레르기 환자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특히 워싱턴 지역은 변변한 '굴뚝 산업'이 없어서 도시지역치고는 나무와 풀이 우거져 다른 지역에서는 아무렇지도 않던 사람도 이곳에만 오면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 환자가 많다보니 많은 제약회사들이 알레르기를 다스리는 약을 개발해 팔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쓰이는 항 히스타민제 약들은 복용후 졸음이 오는 등의 부작용이 많아 그 약을 먹고나서는 운전도 하지 말라고 할 정도다. 부작용 없는 약을 만드는 것은 제약회사의 꿈이었고, 드디어 한 회사가 개발에 성공하여 특허를 얻었다.

그러나 약품을 개발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그 약을 인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10여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물론 최근에 들어서는 심사기간을 단축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로 인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약품들이 사용된다는 비난이 높아지면서 "예전처럼 심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호응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여하튼 특허를 받은 알레르기 약품은 FDA의 승인을 받는데 많은 시간이 걸려 약품을 시판할 때는 이미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기간이 채 얼마 남지 않게 되었던 모양이다. 그 회사는 워싱턴의 실력 있는 로비회사와 법률회사를 고용하여 의회에 로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여러 가지 이유와 논리를 들어 의회를 설득해 결국에는 그 약품에 대한 특허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법을 만들었다.

특허 보호기간을 1년 정도 연장함으로써 그 회사는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었다고 하니, 법률회사와 로비회사에 얼마를 지불하였는지 모르지만 충분히 수지타산이 맞는 도박이었다. 워싱턴의 많은 의원들은 알레르기로 고생하고 있어 제약회사 쪽에 표를 던졌는지도 모른다.

서울에도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제 봄철 꽃가루가 사람을 괴롭힐 정도로 서울에도 녹지가 많이 늘어났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박해찬 미HOWREY SIMON ARNOLD & WHITE 변호사 parkh@howrey.com

입력시간 2001/05/0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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