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예산 계획없이 허비"

[인터뷰] '밑빠진 독'지킴이 정창수 팀장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정창수(32) 예산감시 시민행동 제보처리 팀장은 정부 당국과 지자체장들이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이다.

정 팀장은 '밑 빠진 독 상(償)' 수상 단체를 선정하고 있다. '밑 빠진 독 상'이란 매달 정부나 지자체의 불필요한 예산 낭비 실태를 밝혀내 수상자를 결정, 그 폐해를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시민 감시 작업이다.

지난해 8월 △하남 국제환경박람회를 시작으로 △제일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 △보석 없는 보석박물관을 지은 익산시장, △천년을 후회할 천년의 문 △혈세를 휴지로 만든 금융감독위원회 △초정약수 스파텔에 혈세를 쏟아 부은 청원군수 △혈세를 방류하는 시화호 △밑 빠진 유람선 테즈락호에 혈세 붇는 부산관광개발 △한송이 무궁화 꽃을 피우기 위해 17만원을 들이는 행정자치부 등 9곳이 이 상을 받은 영광스런(?) 단체들이다.

특히 이중 '국제환경박람회'와 '천년의 문'사업은 정 팀장의 노력으로 사업 시행을 저지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정 팀장은 "엄청난 예산이 무계획적으로 허비되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까워 이를 감시 하자는 차원에서 일을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정보를 취합하는데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지금은 각계 각층으로부터의 제보와 지원이 쇄도해 자료 수집과 활동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 조사나 기획예산처 행자부의 행정지침, 국회 예결위와 상임위 속기록, 각 당의 정책자료 등이 공식적인 정보 수집처이며 언론사 기자나 의원 보좌관들과도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정보력은 막강하다"며 "단지 이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실제 압력을 행사할 실무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시민행동(이필상ㆍ정상용 공동대표)은 경실련에서 예산 감시운동을 하던 팀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1월 창립된 시민단체다. 현재 회원은 500여명이다. 이 단체는 정보화 시대의 시민운동을 표방하기 때문에 소식지 대신 E메일을 사용한다.

정 팀장은 "솔직히 해당 단체나 관련 업체들로부터 협박을 받는 경우도 자주 있다"며 "지금까지 1,000억원 가량의 낭비 예산을 저지했는데 올해에는 1조원의 예산 낭비를 막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시민행동에 가입하려면 인터넷(www.ww.or.kr)이나 전화(02-765-4708)로 연락하면 된다.

입력시간 2001/05/0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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