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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마약전쟁

아마존의 마약전쟁

미국, 중남미국가 내세워 대리전쟁

이퀴토스는 아마존에 관한 조셉 콘래드의 글에 나옴직한 마을이다. 그곳에는 세상을 바꾸려는 온갖 사람들이 모여 있다. '십자군'도 두 부류다.

하나는 아마존강을 따라 움직이는 마약 루트를 차단하려는 무장세력이고 다른 하나는 오지에 기독교를 전파하려는 선교 집단이다. 4월20일 페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세스나기에 타고 있던 로니 보우어(35)가 후자에 속한다.

마약을 쫓는 '마약 십자군'은 2년전 미국에서 흔했던 인터넷 사업가들처럼 아마존 주변에 널려있다. 그것은 분명히 급성장 비즈니스다.

코카인 생산과 관련 범죄의 그래프는 1998년의 나스닥을 닮았다. 그래서 콜롬비아와 페루, 볼리비아의 정글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약 십자군 전쟁에 필요한 장비들, 미국의 레이더 시스템과 공군기지, 특별 훈련소 등이 들어서 있다.

보우어와 그의 딸이 탄 세스나기의 추락으로 미 국민은 아마존 전쟁의 이면을 보게 됐다.

지난 2~3년간 콜롬비아와 페루의 상공에는 언제나 미군기가 떠 있었다. 이들의 첫 번째 임무는 안데스 산맥의 정글에서 재배된 코카인 원료(코카, coca)를 콜롬비아에서 가공하기 위해 운송통로로 이용하는 항공로(sky bridge)를 차단하려는 현지 정부를 지원하는 일이다.

또 마약 밀매 거점을 찾아내고, 코카 재배지역에 고엽제를 살포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미국무부와 계약한 용병

이 임무는 쉽지 않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남미지역을 담당했던 베르나르드 아론손은 이에 대해 "장기전이다. 시간이 가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계속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 사용하는 마약 퇴치 경비는 연 19억달러. 코카인 19톤의 시세 정도다. 마약 카르텔이라면 이 정도의 돈은 몇번의 밀거래 실패에서 볼 수 있는 피해 규모이고, 손실이라고 거의 느끼지 않는다.

미국은 아마존 마약전쟁에 직접 간여하기를 원치 않는다. 현지 상황이 현대전을 치루기에는 부적합하고 미군 병사를 위험한 정글 전투에 내보내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가 베트남의 사이공과 다른 점은 미 의회가 미 지상군의 주둔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콜롬비아에 주둔한 300명의 미군은 훈련과 에스코트만 맡는다.

그래서 미 국무부와 계약한 마약 십자군(용병)들이 정글 속으로 들어간다. 헬기와 비행기를 조종하는 용병들은 1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미국이 마약 항공로를 차단하는 정책은 합법적일까? 90년대 초에 이런 의문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아마존의 군사작전은 법 집행의 근본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경찰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때 총을 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군이 도망가는 마약 비행기를 향해 무력을 쓰는 것은 분명 위반이다.

또 비무장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행위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국제사회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미국이 대안으로 생각해낸 것이 현지 국가들과의 협력이다. 미군 비행기는 감시 역할만을 맡고, 발포명령을 내릴 수 있는 현지 국가의 고위관리를 통해 해당 국가의 전투기에게 법 집행을 넘기는 방식이다. 바로 이런 시스템 때문에 세스나기가 희생됐다.


마약운반기로 오인, 세스나기 격추

보우어의 선교 비행기가 콜롬비아 인근의 아마존 도시 레티시아를 떠났을 때, 미 CIA 첩보기의 레이더에 잡혔다. 미국 조종사는 페루측에 경보를 내렸다.

CIA측은 미국 조종사들이 세스나기가 마약을 실어나르는 비행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공격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항변한다. 조종사는 세스나기가 이퀴토스 관제탑과 교신하는 것을 듣고는 즉시 동승한 페루측 관리에게 "쏘지 마라. 그들(페루 전투기)에게 쏘지말라고 해라. 안돼"라고 소리쳤지만 너무 늦었다고 한다.

그러나 페루측은 전투기 조종사가 발포할 때까지 미국측으로부터 경고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 작전은 마약전쟁의 핵심이다. 콜롬비아는 거의 1주일에 1건당 강제착륙이든 격추든 성과를 올린다. 페루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약 30대 의 마약비행기를 강제착륙시켰다.

루이스 페르난도 라미레즈 아쿠나 콜롬비아 국방장관은 "이 정책은 아주 성공적이다. 우리는 후회할 게 없다"고 만족해한다.

그러나 이 작전이 코카인의 국제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마약 업자들은 생산 장소를 옮기고 운반루트를 하늘에서 바다와 강으로 바꾼다. 또 볼리비아와 페루에서 생산량이 줄어들면 콜롬비아에서 그만큼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이를 '풍선효과'라 부른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반대쪽이 부풀어 올라 풍선이 터지지 않듯이 마약업자들은 비행기 대신 고속정을 이용하고, 재배지역을 페루에서 콜롬비아로 옮기기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약전쟁은 마약거래의 속성을 바꾸었다. 10년전 마약거래는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호르지 루이스 오초아와 같은 마약 카르텔에 의해 주도됐다. 카르텔은 볼리비아와 페루에서 채취한 원료를 콜롬비아로 옮겨 가공하고, 미국 시장으로 코카인을 수출하는 형태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비즈니스를 만들어 왔다.

바로 이런 트라이앵글(삼각 고리)이 깨졌고, 에스코바르의 죽음과 칼리와 메델린 카르텔의 와해로 이어졌다. 이제는 많은 코카인이 100여개의 작은 집단에 의해 생산된다. 그리고 이 집단은 콜롬비아 내전의 당사자들과 연계돼 있다. 라미레즈 아쿠나 국방장관은 "마약전쟁은 범죄적 문제에서 군사적 문제로 변했다"고 지적한다.


콜롬비아 반국, 미군과 충돌 가능성도

콜롬비아 내전은 지난 10년간 3만5,000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전쟁 당사자는 정부와 콜롬비아혁명무장군(FARC), 국민해방군(ELN), 우익세력 등이다. 이중 FARC와 ELN은 관할지역의 코카 재배업자로부터 세금을 거둔다. FARC의 경우 지난해 2억~4억달러를 거뒀다.

콜롬비아 정부는 마약 재배를 막아 FARC와 ELN의 돈줄을 막는 '콜롬비아 플랜'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총 75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했고, 미국은 이중 13억달러를 들여 기동력 있는 마약 부대(1,000명 수준)를 창설했다.

앞으로 우려되는 것은 FARC의 대응이다. 반군들은 코카인 대신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해 납치 등 범죄를 다양화할 가능성이 있다. 직접 미군을 공격해 미군이 콜롬비아를 떠나도록 압박할 수도 있다.

FARC가 지대공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느냐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수십억달러의 자금력을 지닌 FARC가 그것을 사들일 여유는 있다. 미사일은 작전에 참여한 미국 조종사와 현지 전투기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마약전쟁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콜롬비아 플랜이 자칫 콜롬비아 국경을 따라 넓은 지역을 전쟁터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전 국무부 관리인 아론손은 "우리는 이제 마약업자들을 잡아들이는 단계에 와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분명히 좋은 뉴스다. 나쁜 뉴스는 이미 수십년이 걸렸다는 점이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1/05/0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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