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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보호, 한다는건지? 만다는건지?

모성보호, 한다는건지? 만다는건지?

모성보호법 개정안 국회통과, 시행 2년간 유예

모성 보호냐, 기업의 경제적 이익이냐.

모성보호 관련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성계와 재계 사이의 오랜 논란이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모성보호 관련법이 4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통과했으나 4월 24일 여당인 민주당이 당초 오는 7월 1일로 되어 있던 모성보호법의 시행을 2년 연기하기로 했기 때문.

이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 이래 민주당이 모성보호법을 공약으로 내건 지난해 4ㆍ13 총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입안 과정과 본회의 심의 등 이제까지 사사건건 맞붙었던 여성계와 재계는 모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여성계 "정 경 합작 졸작품" 혹평

국회에서 통과된 모성보호법 개정안의 내용은 당초 국회 환경 노동위원회가 입안한 대로 ▲여성 노동자의 출산휴가를 현행 60일에서 90일로 확대 ▲육아 휴직 시 임금의 30% 지급 ▲월1회 유급 태아 검진 휴가 신설 ▲유산ㆍ사산 휴가 신설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성계와 노동계가 희망하던 대로 일단 처리된 셈. 여성계에서는 법안의 통과에는 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도 2년 간의 시행 연기에 대해서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8개 여성ㆍ노동단체들이 연합한 여성노동법개정 연대회의는 4월25일 성명을 내고 모성보호법 시행 유예 결정은 "정치계와 경제계가 환상적으로 만들어 낸 치졸한 졸작품"이라며 "일하고 싶은 여성들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았다" 고 맹렬히 비난했다.

여성단체연합의 김기선미 정책부장은 "정권 교체가 2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2년 연기란 모성보호법의 시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개정안 반대와 유보를 주장해 온 재계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고 안도하는 입장이면서도 개정안 통과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단체들은 "시행 시기만을 유보한젾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므로 법안 내용에 대한 원칙적이고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의 반대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4월17일 발표한 성명에 의하면 모성보호 관련법이 시행되면 기업이 연간 8,500억원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

남녀 노동자 36만명이 육아휴직을 신청할 경우 30일분 추가 인건비가 7,650억원, 출산휴가 소요 비용이 530억원 든다. 1년에 8,500억원이라면 기업으로서는 적지않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재계의 주장대로 "추가 인건비용이 늘어 기업이 여성 채용을 기피하게 될" 법도 하다. 경총 성명서는 또 1회 유급 태아검진 휴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모성보호협약에도 규정이 없고 적용국가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성계에서는 재계가 기업부담 금액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고 맞대응 해왔다. 여성계에 따르면 모성보호 관련법 시행에 따른 추가비용은 1,366억원에 불과하다.

노동부의 계산에서도 추가비용은 1,657억원으로 추산되었다. 7,000억원에 이르는 양측 주장의 차이는 육아휴직 비용 계산에서 비롯된다.

재계의 계산에서는 남녀 모두 연차적으로 100% 육아휴직을 신청할 것이라고 보는 반면 여성ㆍ노동계는 현재 가임 여성 노동자 13만2,500여명 중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20% 정도인 2만4,000여명에 불과하다고 본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출산 휴가 실시 기업은 21%, 육아휴직 규정이 있는 기업은 8.9% 에 불과했다. 남성 노동자의 경우는 남성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게 된 1999년 이래 신청자가 단 2명에 불과하다는 실정을 고려, 0% 로 잡았다.

이 경우 육아휴직 비용은 연간 632억원 정도로 낮아진다. 또 여성ㆍ노동계는 출산 휴가 연장기간 인건비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되므로 추가비용이 없다"고 본다. 한마디로 계산 방법이 다른 것이다.


재계 "경제회생에 찬물" 불만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차이는 출산 및 육아를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겉보기에는 양측이 모성보호라는 대의명분에는 동의하되 다만 돈의 액수를 놓고 갈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성은 여하한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보호되어야 마땅하다는 여성계의 주장과 모성을 경제적 손익으로 계산하려는 재계의 시각은 궁극적으로 모성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여성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출산 및 육아를 개인이 아닌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고 보고 있다. 여성단체연합 조영숙 정책실장은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을 생산하는 출산 및 육아는 여성 개인의 몫이 아닌 사회와 전체국민의 몫이므로 법이나 정책에 의해 보호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출산 및 육아는 경제논리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여성계에서는 일부 국가의 예를 보거나 국제 노동기구(ILO)의 규정을 보더라도 90일 이상의 출산휴가는 최소한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ILO에서는 지난해 6월 제88차 총회에서 여성 노동자의 산전후 휴가를 14주로 연장하는 협약을 채택했고 18주 이상을 권고했다. 여성계에 따르면 이미 57개국이 ILO의 협약을 따르고 있다.

또한 여성계에서는 모성보호법이 제정되면 "아이를 낳고 보느라 집안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는 우수한 여성 인력이 취업 전선에 나설 수 있고 기존 여성 노동자들도 생산성이 향상되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재계는 기본적으로 출산 및 육아를 노동자 개개인, 특히 여성 노동자의 사적인 문제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어떤 이유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 휴가는 생산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본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들에 비해 생산력이 떨어지는 노동인력이 아닐 수 없다. 경제 5단체의 성명에서도 "모성보호 관련법 개정은 40대 가장의 실업과 대졸자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취업 여성들의 휴가확대를 위한 입법화는 어처구니 없으며, 경제회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했다.


여성계, 재계 만족시킨 묘안 찾아야

이러한 양측의 골 깊은 시각 차이는 2년간의 시행 연기로는 절대 좁혀질 수 없다.

오히려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줄 수 없어 일단 미뤄두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결정은 양측 간의 갈등을 더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양측 모두 상대의 세에 밀려 얻은 것보다는 잃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모성보호법 시행이 불투명해졌다고 보는 여성계에서는 법안의 통과를 시행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투쟁방안을 검토중이며 재계는 재계대로 다만 미뤄졌을 뿐인 모성보호법의 시행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각종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출산휴가 연장 및 육아 휴직의 반대 급부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유급 생리휴가를 폐지하자거나 현행 100%인 출산 휴가 중의 급여 지급을 ILO의 권장안인 70%로 낮추자는 안 등이다.

이밖에도 모성보호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줄곧 문제가 되었던 출산휴가 연장에 따른 인건비의 고용보험 지급 등 정치권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고용보험에 대해서는 김호진 노동부 장관이 4월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출산휴가 소요 비용을 "고용보험에서 계속 부담할 경우 2003년 이후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이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모성보호에는 동감하면서도 경제적 이익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국민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복잡하게 만드는 정치권이 답답할 뿐이다.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koshaq@hk.co.kr

입력시간 2001/05/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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