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야기(21)] 뇌의 활동(上)

진돗개의 품성이나 정신 세계를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의 정신세계와 연계되는 뇌의 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태어난 지 2~3주가 지나면 체온과 신진대사를 조절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뇌가 발달한다.

예를 들어 강아지는 이 시기가 지나면 어미 개가 항문과 성기 부분을 핥아주지 않아도 오줌을 누고 배변할 수 있다. 4주가 되면 강아지는 공간을 지각하고 몸의 어떤 부위가 접촉되는지 지각력이 생긴다.

그리고 5주엔 깨고 싶을 때 깨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이는 수면을 책임지는 신경체계가 이 시기까지 발달했음을 의미한다. 개의 뇌에는 '수면 센터'가 있고, '깨어있는 센터'가 있다. 1957년 동물학자 데먼트(W. Dement)는 이 '깨어있는 센터'의 활동이 깊은 잠에 들어있는 시간을 매우 짧게 조정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성장한 개의 뇌를 해부해보면 다른 포유류의 뇌와 그 구조 및 역할이 유사하다. 대뇌는 학습과 감정, 행동을 조절하고 소뇌는 근육을 제어하며 사이골은 말초신경시스템을 연결한다.

그러나 이런 뇌의 활동은 간단하게 설명할 수만은 없는 문제다.

대뇌피질(大腦皮質)은 감각적 식별을 위해 중요하고, 감각적 식별은 개 정신의 기능 발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학습과 문제 해결에는 대뇌변연계(大腦邊連系, limbic system)라고 불리는 대뇌의 연결망(network)이 가장 중요하고, 이것은 대뇌 양 옆에 있는 부위인 '해마회'와 함께 일반적인 기억 기능을 조정한다. 개는 대뇌변연계의 적절한 기능을 통해 자신과 주변 세상과의 관계를 이해한다. 이런 연관관계는 개의 행동에 대한 인간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중요한 기능이다.

개가 본능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것과 인간이 개에게 바라는 것 사이의 대립을 뇌의 대뇌변연계 활동에서 소화하는 것이다. 인간이 이 시스템에 충격을 주면 개는 본능에 충실하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복종의 형태를 보이게 된다.

즉 개의 '정상적' 행동에 대해 벌을 줌으로써 인간은 개의 활동을 조정할 수 있다.

뇌의 다양한 영역에 대하여 우선 알아야 할 점은 그 어떤 부위도 스스로 혼자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개의 뇌는 복잡한 연결망이며 '뇌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정신에 대한 행동적 반응은 점점 더 다양하다'는 일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외부 사건이 개의 감각 중 하나인 눈 또는 귀를 통해 동시에 대뇌피질로, 대뇌변연계로, 그리고 또 다른 그물과 같은 구조로 연결되어 서로 전달된다.

이를테면 과수원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두 마리의 개가 보았다고 가정했을 때, 이 사건은 두 개에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물론 어떤 개는 눈치채지 못하거나 무시할 수도 있다) 대뇌변연계가 이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결정하는 동안, 그물같은 연결망도 동시에 뇌의 활동에 개입한다.

두 마리 개 중 한 마리의 대뇌변연계가 놀람이나 두려움, 고통을 기록했다면 겁에 질려 달아나 버릴 것이다. 다른 한 마리의 대외변연계는 호기심을 기록했다면 개는 사과를 집어 주인에게 가져오게 만들 것이다.

개의 대뇌변연계와 대뇌 양 옆의 해마회는 개의 정신에서 가치 시스템을 유지한다. 개가 특정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가치체계의 예측된 결과와 실제로 발생한 것 사이의 대립이 대뇌변연계에 기록된다.

이런 작용은 대뇌피질의 학습을 관장하는 영역과의 연계돼, 그리고 신체의 호르몬계와 연결되어 있는 뇌의 영역인 해마회와의 또 다른 연계을 통해 일어난다. 만약 인간이 제공하는 보상이 개가 몰입하고자 하는 상황보다 적은 보상이라면, 명령에 복종하지 말 것을 결정하는 곳도 바로 대외변연계이다.

재미있는 것은 개의 정신세계에서 해마회가 연류되고, 흥미라는 감정이 유발될 때 학습효과가 향상된다는 점이다. 해마회는 본능적인 행동을 많이 관장하지만, 새로운 기억들도 저장한다. 그리고 오래된 기억은 대뇌피질에 저장한다.

윤희본 한국견협회 회장

입력시간 2001/05/0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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