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과 체질](6) 식습관과 비만

과연 살찌는 체질이 따로 있는 것일까? 정답은 없다. 어떤 사람이든지 살이 찔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다.

문제는 일정한 나이 이후에는 생리적으로 적응을 해버리기 때문에 변화를 주기가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살찐 사람은 모든 생리적인 체계가 살찐 상태에 맞추어져 이를 극복해야 하는 중간과정이 꼭 필요하게 된다. 어려서의 식습관과 일정기간의 노력이 없이는 비만과의 전쟁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사람도 동물의 일종이므로 활동력에 의해 건강이 좌우된다. 간단히 말해 비만은 입력과 출력의 균형이 깨진 상태이다. 입력된 만큼 출력이 없으니까 비만이 나타나는 것이다.

사상체질로 볼 때 그 수가 적은 태양인을 제외하면 태음인의 비만 가능성이 가장 높다.

태음인은 흡수대사기능이 강하기 때문에 모든 영양물들을 자신의 몸에 저장하고 내뿜기를 싫어한다. 스폰지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풍만한 몸매와 넉넉한 인심으로 대변되는 동네 아주머니의 모습이다.

태음인은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에서 활동의 제한을 받으면 비만이 되기 쉬운 체질로, 요즘 같이 노동량이 적은 환경에서는 비만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태음인은 살이 찌면 바로 심폐기능에 영향을 받게 돼 숨이 가쁘다든가 호흡이 짧아져 산소부족의 증세를 호소하고, 심한 경우 가슴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배가 불러도 흡수저장능력이 왕성해 식욕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사상체질의 선구자인 이제마 선생은 태음인의 탐욕을 돼지에 비유했다. 왕성한 식욕에 상응하는 인간적인 베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돼지같이 먹고 자고 일신의 탐욕에만 빠진다면 그 태음인은 성인병으로 직행하게 된다. 태음인의 살을 빼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숨내쉬기다. 풍선풀기가 다이어트 방법으로 소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운동요법중에서 지방을 태우고 흡수기능에 반대되는 호흡발산기능을 도와주는 운동은 모두 도움이 된다. 사우나에서 땀 빼기, 힘차게 걷기, 강하게 숨을 내쉬기 등 자신의 체력에 맞게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소양인은 의외로 후천적인 비만이 많다. 어려서는 개구쟁이에다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던 사람들이 자신의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는 한동안 깊은 고민에 빠진다.

소양인 중에는 다른 체질에 비해 성장과정에서 소모성 질환을 겪는 경우가 자주 보이는데, 주로 만성 폐렴이나 결핵, 혹은 신장질환 등이다. 이 질환들은 아무리 잘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다. 오히려 살이 빠지면서 재발도 빈번한 편이다. 그런 유년기를 겪은 경험이 있는 소양인이라면 살이 찌는 것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

소양인은 또 마른 체형을 싫어하는 편이다. 듬직한 모습에 매료되어 소양인 중에는 후천적으로 비만을 부르는 음식을 찾아 먹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를 점잖게 만들고 중후한 사람인 양 변신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소양인이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보양 강장음식을 찾으면 성인병위험이 있다. 소양인은 닭고기나 뱀장어 등 열성 육류를 대량 섭취하면 피의 흐름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순환기 질환을 갖고 있는 소양인은 피해야 한다.

소양인은 교활한 토끼와 같다고 한다. 그러나 살찐 토끼는 자신의 교활함에 빠져 자신의 함정을 스스로 파는 꼴이다. 소양인은 일단 마음을 비우고 적당한 휴식을 통해 마치 수도승과 같은 섭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섭생을 잘했다 하더라도 소양인은 배설생식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항상 허기짐을 느낀다. 스스로 원기가 부족하다는 우울감에서 벗어나야 적게 먹고 많이 자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

소음인은 살이 찌면 오히려 잡병이 없다. 다만 과다 체중의 소음인들은 여러 가지 냉증과 담에 결리기 쉽고 영양대사 이상으로 황달증 등과 같은 간기능 이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소음인의 체중과다는 그들 나름대로 소화기능의 약화를 이겨낸 결과이므로 음식의 종류만 주의하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소음인들은 칼로리 위주의 식사, 즉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피해야 한다.

소음인은 다른 체질에 비해 복합적인 영양이 부족한 편식위주의 비만이 있다. 입맛에만 맞는 고 칼로리 위주의 식단은 결국 영양 불균형을 일으켜 비만이면서 빈혈이 동반된다거나 다른 보조영양소의 부족에 의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소음인은 요사스러운 여우라 한다. 잔꾀를 부리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여 제자리에서 살만 찌는 모습이다. 머리보다는 몸을 쓰는 것이 비만에서 벗어나는 열쇠다.

장현진 한성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2001/05/1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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