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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바꿔? 놔둬?

경찰청장, 바꿔? 놔둬?

교체시기·후임 놓고 여권 핵심부 고민

5월 초 경찰청에는 이무영(57) 청장이 곧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5월 말로 예정된 검찰총장 인선에서 호남 출신인 신승남 대검차장이 임명될 경우 '특정지역 요직 독식'이라는 따가운 여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전북 출신인 이무영 청장을 바꿀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총장 교체의 배경이 4월부터 그를 괴롭혔던 '대우차 노조 폭력진압 파문'에서 '검찰 인사 불똥'으로 옮아갔지만, 경찰청장 인사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변수도 적지않다.

우선 불과 5개월 전 치안정감 3명이 한꺼번에 옷을 벗은데다 '박금성 사태' 등으로 경찰 수뇌부의 인적 구조가 크게 뒤틀리는 바람에 차기 '후보군'이 헝클어졌다.

특히 신임 경찰청장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연말 경무관급 이상 고위급 인사를 맡아야 하는데, 경찰 조직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인물 선택을 대선과 떼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차기대선 고려한 인물선택

경찰 수뇌부는 현재 이무영 청장 다음 서열로 치안정감인 최기문(崔圻文ㆍ49ㆍ대구) 경찰청차장과 이팔호(李八浩ㆍ57ㆍ충남) 서울지방청장, 이대길(李大吉ㆍ55ㆍ전남) 경찰대학장이 포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차기주자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이대길 학장이다. 이무영 청장보다 1기 후배인 간부후보 20기로 서울방범부장, 정보국장, 경남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나이도 적당한 편이다. 하지만 그는 광주사범과 전남대 법대를 졸업한 호남 출신.

검찰인사와 연동한 지역안배 차원에서 이무영 청장을 낙마시킨다면 이대길 학장을 신임 청장으로 임명할 가능성은 적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현 정부에서 청장에 기용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지만 이번 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떠오르는 후보가 최기문 차장이다. 경북 출신으로 검찰 인사의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40대란 점이 개혁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역임하는 등 현 정권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 차장이 기용되더라도 '단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는 "만약 최 차장이 기용되더라도 연말ㆍ연초 인사까지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그 같은 말해준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여러 점을 고려할 때 이팔호 서울청장 카드가 '무난하다'는 반응이다.

이무영 청장과 간부후보 동기라는 약점이 있지만 지역색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운데다 주변 사람들의 신망도 두텁다. 지난해 부산청장을 떠날 때는 부하 직원들로부터 "사랑한다. 존경한다. 아쉽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 경찰 인터넷 홈페이지에 빗발쳤다.

하지만 개혁 보다는 화합 이미지와 어울린다는 게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자칫 그를 임명할 경우 정부로서도 차차기 교체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부담이 거슬린다.


이 청장 유임설 무게 실리기도

차기 주자들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다시 이무영 청장 유임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교체설도 지금은 어느 정도 물밑으로 가라앉은 상태.

이 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심경을 묻는 질문에 "검찰인사와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대답하는 등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노동계 등 여론의 집중공세에 이어 여권 내부의 경질 주장까지 버텨내는 등 청와대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는 그에게 검찰 인사는 큰 장애물이 아니라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경찰청 한 고위간부는 "이달 안에 경찰청장이 교체된다면 여론을 의식한 경질성 인사로 비춰질 것"이라면서 "현 정부는 개혁을 잘 이끌어온 이 청장의 공로를 감안해 명예로운 퇴진 기회를 제공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 청장 진퇴에 쏠린 관심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뒤에 자연스럽게 교체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와 관련, 이 청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7월 전에 용퇴하겠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직도 민노총이 경찰청 앞에서 '퇴진 시위'를 벌이는 등 노동계의 '반이(反李) 감정'이 수그러들지 않는데다 정치권 입장이 상당히 유동적이라 이무영 청장에게 이번 검찰인사는 또 한번 중요한 고비가 될 것 같다.

강 훈 사회부 기자 hoony@hk.co.kr

입력시간 2001/05/1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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