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전장에서 꽃핀 여성의 위대한 인간애

■ 스토리 오브 커리지

전쟁 영화에서 여성은 부상자를 치료하는 간호원, 집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어머니나 아내 역할이 고작이다.

그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TV 시리즈물 를 보면 막후에서 활동한 용감한 여성들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된다. 1997년에 제작되어 CIC사에서 매년 한 편꼴로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되고 있는 이 시리즈물은 게이 블럭과 말카 드럭커가 쓴 'Rescures: Portraits of Moral Courage in the Holocaust'를 토대로 하고 있다.

2차 대전 중 나치의 눈을 피해 유태인을 구출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발굴한 것으로, 자신의 목숨까지 내건 용감한 행동에 동참한 여성들은 독일, 폴란드, 헝가리, 네덜란드, 프랑스 등 국적도 다양하다.

이처럼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영화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영화계에 널리 포진한 유태인의 힘과 철저함 덕분이다.

1998년에 출시된 <포화 속의 용기 Two Women>는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연출로 가톨릭 신자인 두 미혼 여성의 의로운 행동을 그리고 있다. 유태인인 자신의 제자를 숨겨주고 아들처럼 돌보았던 바르샤바의 가정교사 게트루다 바빈스키(엘리자베스 퍼킨스)와 신부님을 도와 유태인을 구출했던 프랑스 몽타반의 소녀 마리 로즈 지네스트(셀리 워드)가 그 주인공이다.

1999년에 출시된 <린다 해밀턴의 희생 Two Couples>에는 팀 헌터가 연출한 <아트와 요체 보스> 편과 린 리트만 연출의 <마리 타케> 편이 담겨 있다.

<아트->는 자신의 집에 36명의 유태인을 숨겨두고 돌보았던 암스테르담의 아트(마틴 도노반)와 요체(다나 들라니) 부부 이야기이고, <마리->는 가톨릭계 학교를 운영하던 벨기에의 에밀(알프레드 몰리나)과 타케(린다 해밀톤) 부부가 유태인 학생들을 보호한 이야기이다.

최근 출시된 <스토리 오브 커리지>에도 두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팀 헌터가 연출한 <말카 시즈마디아 Malka Csizmadia>는 헝가리의 작은 마을에 살고있던 18세 된 말카 시즈마디아(로빈 튜니) 가족의 이야기다. 말카의 집 옆에 유태인 수용소가 생기면서 말카 가족의 삶은 바뀌게 된다.

말카는 철조망 너머로 늘 마주치게된 조셉 세자라니(마이클 레파포트)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그와 레지스탕스간의 편지 배달을 돕는다.

위험하다고 반대하던 어머니는 "왜 늘 피곤한가를 생각했다. 옳고 그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장님처럼 산 탓이다. 무감각하게 산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씀하신다. 이때부터 어머니는 물론 언니와 여동생까지 유태인을 탈출시키는 위험한 일에 가담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말카는 흠모해 마지 않던 조셉을 여동생에게 양보하는 아픔을 겪게되지만, 이를 원망하지 않고 평생 독신을 고수한다.

"1944년 봄, 1만1,000명이었던 유태인은 4개월 뒤 300명 밖에 남지 않았다. 그들은 종전 5일 전에도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 그건 나와 조국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아 있다"고 말카는 나레이션한다.

토니 빌이 연출한 <위 아 서커스 We are Circus>는 9대째 서커스 가문을 이어온 독일의 아돌프(팀 메스터슨)와 마리아(다릴 한나) 부부가 서커스단 안에 흑인, 난쟁이, 유태인을 숨겨준 실화를 담고 있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5/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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