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e북의 위력

앞으로 100년쯤 뒤에는 무거운 책가방과 잉크 냄새 풀풀 나는 종이책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개인용 컴퓨터나 단말기로 책의 내용을 내려받아 볼 수 있는 전자책(e북)이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e북은 기존의 아날로그 매체인 책 대신해 PC나 정보단말기(PDA), 전자책 전용단말기 등 휴대용 컴퓨터 기기를 이용한 '디지털화된 책'이다. 아직까지는 인터넷에 접속해 소설을 PC에 내려 받아 읽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이는 e북 활용의 한 단면일 뿐이다.

e북은 텍스트의 내용만 받아보는 것이 아니라 책갈피에 북마크하고 메모도 할 수 있으며 밑줄도 그을 수 있다. 종이 책의 원료로 쓰이는 펄프의 과잉 생산을 줄여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측면도 가지고 있다.

e북의 가장 큰 장점은 제작비를 절감해 책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주요 업체들은 현재 종이 책 가격의 30% 수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0여 개 업체가 e북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제일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전자책 제작과 판매 회사인 와이즈북닷컴(www.wisebook.com).

와이즈북은 이레출판사가 펴낸 '마음을 여는 101가지 이야기 어린이편' 시리즈를 종이 책 출간과 함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www.yes24.com)도 지명도 높은 국내 작가의 작품을 e북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이 회사가 출간 계약을 한 소설가 중에는 윤대녕, 박상우, 이순원, 구효서, 전경린 등 이미 필명을 날리고 있는 작가가 다수 포진하고 있다.

김영사, 청년사, 사계절 등 100여 출판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북토피아(http://www.booktopia.com), 중앙M&B, 민음사 등 단행본 시장을 주도하는 6개 출판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에버북닷컴(www.everbook. com) 등도 e북 사업에 적극적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아마존, 글래스북, 소프트북, 넷라이브러리 등이 e북에 필요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서비스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휴대용 전용 단말기나 포켓PC를 통해 e북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e북 의 국내 시장규모는 2000년엔 10억원 정도로 연간 3조원의 종이책 시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

그러나 5년 후에는 종이책 시장의 절반 수준인 1조5,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3조원 규모의 단말기 시장을 포함한다면 e북 관련 시장은 어마어마한 규모로 커진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2005년이 되면 전세계에서 2억5,000만명이 전자 책으로 독서를 하며 내년에는 이미 전자책의 세계 시장규모가 10억 달러 이상을 넘어설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책이 자리를 잡으려면 무엇보다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저작권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것과 전자책 전용 휴대형 단말기 개발이다.

해커의 침입을 방지하는 튼튼한 잠금 장치를 만드는 문제는 스티븐 킹의 인터넷 전용 소설 '총알 올라타기'가 해킹을 당함으로써 현실적인 문제로 나타났다.

전용 단말기는 1999년 미국에서 로켓이북과 소프트북 등이 나왔으나 무거울 뿐더러 가격이 너무 비싸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종이책을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는 값싸고 가벼운 휴대형 단말기는 2~3년 정도 더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콘텐츠 역시 e북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렴하고 편리한 e북 전용단말기가 개발되어도 결국 독자들이 선택하는 상품은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물론 활판 인쇄 책에 더욱 친숙한 습관이나 해상도 역시 걸림돌이다. 그러나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신세대들은 이미 모니터 상으로 텍스트를 읽는데 익숙하며 낮은 해상도 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필두로 주요 업체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같은 문제가 해결될 때쯤이면 종이책은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 중독형 e북 독자가 등장할 지도 모른다.

강병준 전자신문 인터넷부 기자

입력시간 2001/05/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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