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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본(59)] 지에이타이(自衛隊) ②

[재미있는 일본(59)] 지에이타이(自衛隊) ②

지에이타이(自衛隊)와 관련, 최근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이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반격하는 개별적 자위권과 달리 동맹국이 공격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로 발동할 수 있는 자위권이다. 유엔 헌장은 주권국의 당연한 권리로 이를 인정하고 있고, 한국 전쟁 당시 유엔군의 참전 등이 좋은 예이다.

일본의 경우는 헌법 9조가 무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어 '보유하고는 있지만 행사는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에 머물러 왔다. 1981년 5월의 정부 답변을 비롯한 지금까지의 유권해석은 '헌법 9조가 허용한 자위권의 행사는 일본 방위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그 범위를 넘는다'는 내용이다.

지난 4월 자민당 총재 경선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郞) 총리를 비롯한 후보들은 이런 정부 해석에 의문을 표하면서 헌법 해석 변경이나 개헌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강하게 주장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내각 발족 이후에는 헌법해석 변경이나 개헌의 어려움을 인정하는 자세로 후퇴했지만 "일본 근해에서 공동훈련 등 미ㆍ일 공동활동 중 미군이 공격받을 경우 일본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이상하다"며 다각적인 연구에 여전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은 헌법 해석을 변경하지 않고도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국회 결의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할 수 있다는 방안을 내놓아 자민당이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내의 논란은 자위대가 일본 영토와 영공, 영해를 벗어난 지역에서 어느 수준까지 활동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반면 한ㆍ중 양국의 국민 정서는 그것이 자위대의 역할 강화, 일본의 군비 강화로 이어지리라는 점에서 논의 자체를 경계해 왔다.

내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위대의 활동 범위는 조금씩 넓어져 왔다. 1992년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의 제정 이후 일본은 PKO와 인도적 국제지원을 위한 자위대의 파견 등 실적을 꾸준히 쌓아 왔다.

그러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화유지군(PKF) 참여를 막았고 PKO 참여 자위대원의 무력은 대원과 장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목적에 한정했지만, 자위대의 수송 및 현지 적응 훈련의 성격도 띠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넓히려는 일본 보수파의 숙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의 적극적인 주문을 배경에 깔고 있다. 현재 가장 흔히 거론되는 예가 일본 주변의 유사사태 발생시 '주변사태법'과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위대가 공해상에서 미군의 후방지원을 맡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1999년 법안 성립을 앞둔 답변에서 '후방지원 자체가 무력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미군의 무력행사에 동참하는 일도 없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에 이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위대 대원이나 함정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아니라면 자위권, 즉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현대전에서 수송, 보급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아 거의 현실성이 없는 내용이다. 함께 행동하던 미군 함정이 공격을 받아 위기에 처해도 지켜보기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방관이 결과적으로 자위대 함정의 위기를 부른다는 지적에 앞서 미국에서 먼저 주문이 들어 왔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미국 전문가들이 매듭지은 대일정책 제언인 '아미티지 보고서'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나서는 것을 환영했다. 최근 부시 행정부의 위탁을 받아 랜드연구소가 낸 보고서는 아예 헌법 개정을 권고하고 나섰다.

한반도 주변과 대만 해협의 위기를 동북아 위기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는 미국은 이 지역 최강의 전력을 갖춘 자위대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이 이런 미국의 요구를 곧바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할 좋은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의 국익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보통 군대로 거듭날 경우 중국이 경제 잠재력을 동원해 군비 강화로 치닫는, 더욱 불안한 역내 안보 상황을 부를 수 있다는 게 일본의 고민이다.

이런 고민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대개 일본 자위대의 군사역할 강화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지만 보다 냉정하게 미국, 중국 변수를 포함해 주변을 둘러봐야 할 때다. (계속)

황영식 도쿄특파원 yshwang@hk.co.kr

입력시간 2001/05/2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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