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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풍향계] 내사람 만들기와 기싸움

[정치 풍향계] 내사람 만들기와 기싸움

한나라당의 국가혁신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혁신위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1세기 새로운 국가경영모델을 만들기 위해" 출범시킨 기구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차기 대선용 싱크탱크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주에는 국가혁신위 자문위원 영입 대상 205명의 명단이 공개돼 국가혁신위의 성격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뜨거웠다.

특히 사정당국이 국가혁신위 자문위원회 참여설이 나도는 고위공직자나 국립대학 교수, 국책기관 임직원들에 대해 공직기강 확립차원에서 감찰을 벌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야 공방은 한층 거칠어지고 있다.

여권은 최근 의약분업 추진과정에 대한 감사결과에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일부 공무원 신분 인사들이 야당의 대선기구에 참여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공직기강해이를 넘어 권력누수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국가혁신위' 공방 가열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가 혁신 자문위원에 대한 내사는 야당 탄압"이라는 입장을 정리하고 이번 주부터 관련 국회 상임위를 소집,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특히 이회창 총재가 당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는 "공직자 기강확립은 명분일 뿐 야당에의 두뇌 유입 차단이 목적이며 특히 공무원 신분임을 들어 국립대 교수나 국책연구기관의 인적자원이 야당에 유입되는 것을 막아보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국가혁신위의 주진우 행정실장도 "현 정부에 비판적인 지식인들의 야당 유입을 막고 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정치감찰이자 기획감찰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공직자들이 벌써부터 여야의 유력한 대선주자에게 줄대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사태"라며 사정당국의 공직 감찰은 당연한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일부 국책기관의 연구원들과 국립대 교수들이 야당의 자문위원으로 은밀하게 줄대기를 한다면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열심히 일하는 동료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야당과 이회창 총재는 국책기관 연구원과 국립대 교수마저 정치에 끌어 들여 오염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한나라당의 국가혁신위 자문위원 영입 대상 명단에는 전직 총리, 전ㆍ현직 대학교수, 외교안보연구원과 국방연구원 등 국책연구소 연구원, 언론인, 사회단체 간부, 문화예술계 인사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5월 15일 이회창 총재와 상견례를 겸한 저녁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된 인사는 남덕우 전 총리,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장관, 손봉호 서울대교수, 진덕규 이화여대 교수, 김영작 국민대교수 등이다.

이밖에 자문위원 후보명단에는 강영훈ㆍ노신영ㆍ노재봉ㆍ현승종 전 총리, 이승윤 전 경제부총리, 한승주 전 외무장관, 김경원 전 주미대사, 이경숙 숙대총장, 김경동 서울대교수, 김기환 세종연구소장, 이상우 서강대교수 등도 올라 있다.

소설가 이문열씨, 벤처기업 '다음'의 이재웅 사장, 영화감독 강제규씨 등도 자문위원 혹은 분과위원 후보로 거명돼 있다.

그러나 명단에 포함된 일부 인사들은 "나의 의사와는 관련이 없다" "이름이 도용 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명단공개가 파문을 일으키자 "예비명단의 면면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당이 자체적으로 선정한 접촉 대상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경제난 극복엔 '머리 맡대고 한 목소리'

이 같은 정치공방과는 달리 여야 간에 모처럼 경제난 극복을 위해 지혜를 모으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여야의 경제통 의원들과 진념 경제부총리 이근영 금감위원장 등 여ㆍ야ㆍ정 3자는 5월19~20일 합숙토론회를 갖고 구조조정 특별법을 6월 임시국회에서 제정키로 합의했다. 여야와 정부는 또 금융구조조정 및 서민생활안정, 기업환경개선,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 문제와 재벌규제 완화 문제 등 최근의 뜨거운 경제 쟁점들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넓혔다. 국가채무 범위 등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여야 모두 유익한 기회였다고 긍정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공감대가 확산될 경우 앞으로 국회에서 경제 살리기와 관련, 보다 생산적인 의정활동이 기대된다.

한나라당이 이 시점에서 경제난 해결에 정부여당과 기꺼이 보조를 맞추고 나선 배경에는 "더 이상 경제난을 방치할 경우 차기 정권의 부담이 된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제 대선 승리가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더 이상 경제가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1/05/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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