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입시가 앗아간 못다 핀 꽃

어른들의 무책임이 또 젊은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5월16일 밤 경기 광주시 송정동 예지학원에서 보다 밝은 미래를 꿈꾸며 '스파르타식' 생활을 감내하던 재수생 10명이 불에 타거나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22명이 부상했다.

참변의 현장인 4층짜리 건물 옥상 조립식 가건물은 출입구 외에 비상구가 없었고 창문에는 쇠창살이 설치되어 있었다. 불이 출입구에서 일어나 탈출에 장애가 되기도 했지만 쇠창살이 결정적으로 희생을 키웠다.

이 사고가 나자 관련 기관들은 일제 점검을 한다느니 법석이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대형 참사 때마다 어김없이 되풀이 되는 일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항상 이 모양이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많은 유치원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 참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데 이번에는 입시생들이다. 행정이 제대로 가동됐다면 연말쯤 바라던 대학에 합격해 기뻐할 수도 있었을 우리들의 미래들이다.

우리들을 더욱 가슴아프게 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다시한번 보여 주었다. 불이 난 곳이 잠도 충분히 자지 못하게 하고 무지막지하게 공부만 시키는 스파르타식 입시 학원이다. 이 같은 학원을 우리의 미래들이 부나비 처럼 찾아들었다.

희생자들의 유품에서는 잠을 쫓는 '타이밍'약과 정신적 부담을 호소하는 일기들이 발견되었다. 무엇 때문에 그들은 쇠창살까지 처진 학원에서 먹고 자며 시험준비를 해야만 했을까.

예지학원 화재 사건은 단순한 화재 사건이라기 보다는 대학 입시에 짓눌려 인생의 가장 좋은 시기를 어둡게 보내야 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현주소를 웅변하고 있다. 학벌 만능 사회가 빚은 '교육 살인'이다.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5/22 20:18


김지영 주간한국부 koshaq@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