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新열강전] "중국 겨냥 전략, 좌시하지 않겠다"

중국- 동북아 주도권에 차질, 강력반발로 新냉전 조짐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새 세계전략은 동북아 질서 재편의 중심에 서 있는 중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21세기 슈퍼 파워를 지향하는 중국은 최우선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데, 미국은 이를 무시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미사일(MD) 방어체제를 둘러싸고 동아시아에 형성되고 있는 신냉전 조짐은 이러한 양국의 전략적 우위싸움에 따른 피할 수 없는 결과라 하겠다.

중국은 정치적으로 세대교체기에 들어섰지만 경제적으로는 개혁ㆍ개방의 23년 경제성과에 힘입어 동아시아의 주도세력으로 올라섰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동북아 세계 질서에서 중심에 서려고 한다. 13억 인구, 한반도의 44배에 달하는 땅을 가진 중국은 이제 잠룡(潛龍)에서 비룡(飛龍)으로 비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가상 적은 미국이다. 중국은 한국과 대만이 포함되는 MD 체제의 구축 목적이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칫 동아시아에는 한ㆍ미ㆍ일 대 중국ㆍ러시아ㆍ북한의 새 냉전구도가 조성될 우려마저 있다.


"새로운 군비경쟁 초래할 것" 경고

중국 외교부의 쑨위시 대변인은 최근 가진 정례 외신 기자 브리핑에서 "MD 체제 구축은 세계 안보와 안정, 전략적 균형을 깨뜨리고, 새로운 군비경쟁을 초래할 것"이라며 포기를 요구했다.

그는 "MD 계획에 대만까지 포함하려는 것은 중국 내정을 직접 간섭하는 것"이라며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MD 체제가 아직 실행단계는 아닌 만큼 중국이 이를 분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등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우선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의 신중한 처신을 촉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도록 하는데 목표를 둘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당 간부들이 주로 보는 '챙가요(參考)소식'은 미국이 우방국에 대표단을 파견, MD 계획 동참을 설득하고 있으나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있다.

프랑스는 MD체제에 의문을 제기했고,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 계획과 관계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NATO는 일반적인 원칙에만 동의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해'는 했으나 민중들이 항의 집회를 갖고 흑색의 상복을 입었다는 사실까지 구체적으로 실어 한국민의 반미 감정 고조 현상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한ㆍ미ㆍ일 3국이 안보협력 체제를 강화하는데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3국의 안보연대 강화가 궁극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강력한 봉쇄망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중국을 경쟁국 또는 잠재적 위협국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이 이를 주도하고 있으니 중국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이에 맞서는 중국의 전략은 '연횡전략'이다. 한ㆍ미ㆍ일의 '합종전략'에 대처하기 위해 북한과의 군사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과 정치ㆍ군사관계 교류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다.


북한ㆍ러시아와 공조체제 구축할 듯

중국의 대응 전략은 곧 구체화할 전망이다. 올 하반기 장쩌민 국가주석은 러시아와 북한을 방문, 공고한 협력체계를 재확인한다.

특히 미국의 독주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러시아와는 1980년에 폐기된 중ㆍ소 동맹조약을 새로 복원한다는 의미를 지닌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자국에 대한 미국의 포위망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반도 전략은 등거리 정책을 기조로 현상유지를 추구하면서 영향력을 제고하는 게 핵심이다.

북한과는 2000년 5월 이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 양국간 밀착도를 세계를 과시한 바 있고, 한국과는 1999년 이후 국방장관, 참모총장 교류를 진행하는 등 한ㆍ미간 안보결속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대응 전략은 그러나 대만통일과 중ㆍ미 관계 개선이라는 여러 변수와 함께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한반도 통일은 대만통일에 유리한 국면을 제공하지만, 북한이 중국 안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준다는 점에서 이중성을 안고 있다. 또 미국에 대한 과도한 적대감은 중국의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정찰기 추락사건에서 보듯 적절한 치고 빠지기 전략이 아직까지는 유효한 것이다.

송대수 베이징특파원

입력시간 2001/05/2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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