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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수산업] "바다만 쳐다보면 억장이 무너져"

[위기의 수산업] "바다만 쳐다보면 억장이 무너져"

무너지는 국내 수산업, 한일·한중 어협 이후 관련산업 황폐화

국내 수산업이 한일ㆍ한중 어업협정이후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어장 축소와 어자원 훼손, 어획고 감소 등으로 수산 관련 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수입 수산물이 각 가정과 식당에서 판을 치고 있다.

우리나라 수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해 본다.


어획고 격감, 어시장 썰렁

"어~고등어가~." 32년째 부산공동어시장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경매사 김덕진(金德珍ㆍ52)씨의 구수했던 경매 여흥구가 요즈음은 좀체 힘이 없다. 갈수록 물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5월 16일 새벽 6시부터 시작된 김씨의 경매는 불과 1시간만에 끝났다. 이날 위판된 물량은 씨알 잔 고등어 5,600상자와 사료용 전갱이 2,600상자 등 하급어종 위주로 1만9,000상자에 그쳤다.

김씨는 "물량이 줄어드는데다 저급어종이 주종을 이뤄 인심 마저 흉흉하다"며 허탈해 했다. 한때 위판고가 우리나라 연근해 수산물의 70%가량을 넘나들었던 부산공동어시장의 현주소이다.

이 시장 정산과 류성기(柳成基ㆍ32)씨는 "한일, 한중어협 이전인 1995, 96년까지만 해도 오후 1시까지 경매가 이어지는 일이 허다해 일을 해도 피곤한 줄 몰랐다"며 혀를 찼다.

부산공동어시장의 위판실적은 96년을 정점으로 어자원 고갈과 해양오염 등으로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 한ㆍ일어협 등이 결정적인 악재가 됐다.

이후 위판실적도 98년 31만3,894톤(3,738억원)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28만2,682톤(3,117억원)으로 9.9%(금액16.6%) 줄어들었고 올들어 4월말까지도 8만2,553톤(785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9만2,067톤(882억원)에 비해 16%(금액 13%)나 격감했다.

고급어종인 참조기는 98년 6,935톤, 99년 5,611톤, 지난해 5,528톤, 올 4월까지 314톤(지난해 같은 기간 1,932톤)으로 줄어들었다. 원양으로 눈을 돌려봐도 별로 다를게 없다.

한국원양어업협회에 따르면 99년에는 79만1,409톤을 잡았으나 지난해에는 18% 줄어든 65만1,267톤, 올들어 3월까지도 16만5,776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가 줄어들었다.

어장별로는 한ㆍ일어협의 직격탄을 맞은 북해도 트롤은 지난해 99년에 비해 98%, 북양트롤, 원양오징어채낚기, 해외트롤, 새우트롤 등도 20~30%가량 각각 줄어들었다.


판치는 수입수산물

이로 인해 일본 중국 등 외국산 수산물이 가정의 식탁이나 횟집에서 넘쳐나고 있다.

97년부터 수산물 수입 전면자유화에 이어 '어협'까지 겹쳐 돔, 농어 등 활어에서부터 민어, 먹장어 등 종류도 확대 일로에 있다.

올 1ㆍ4분기중 수출은 3억3,665달러에 그친 반면 수입은 3억5,969달러로 2,304만달러의 무역적자가 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991만달러의 흑자를 냈던 것을 감안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란 표현이 틀리지 않다. 농어와 돔 등 횟감용 활어도 지난해에 비해 50%가 늘어난 2,271만달러어치나 들어왔다.

특히 지난해 경남 거제세관 통영출장소를 통해 들어온 횟감용 돔과 농어는 98년에 비해 각각 7배와 5배가 늘어난 2,098톤, 2,062톤으로 '청정해안' 거제, 통영 일대도 수입산이 판을 치고 있는 형편이다.


좁아진 어장

이 같은 어획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어협에 따른 어장축소 때문이다.

한일어협으로 동쪽 한계선(135도 30분)과 서쪽 한계선(동경 131도40분), 배타적 경제수역(EEZㆍ어업수역ㆍ양측 연안으로부터 35해리)이 정해지면서 오징어 채낚기, 북해트롤(명태), 꽁치봉수망, 대형선망(고등어 꽁치) 등 10개 업종에서 조업이 크게 위축됐다.

내달 30일로 협정 발효를 앞둔 한ㆍ중어협도 조업수역의 절반이 잘려나간 한ㆍ일어협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피해 우려는 마찬가지이다.

양쯔강수역에 대한 조업이 협정발효후 2년으로 제한되고 동중국해어장도 저인망, 트롤, 선망 등 6개 업종에 대한 조업시기, 허가척수, 어획할당량에 제한을 받게 됐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현행 조업유지수역 범위를 갈치, 병어조업 등으로 어장성이 뛰어난 북위 29도 40분까지 확보한 것은 다행이지만 중국어선들에 대한 불법조업에 대한 감시와 단속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업계 줄도산, 선원 실직증가

어장축소는 대규모 감척으로 이어져 수산 관련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한ㆍ일, 한ㆍ중어협으로 출어를 포기하거나 감척대상(올해 547척)에 포함되면서 조업을 중단한 어선이 많아 부산 영도구에 밀집한 130여개 수리조선업체들의 4~6월 철망기 물량확보율이 60%를 밑돌고 있다.

20여개에 달했던 어상자 제조업체도 수요가 최고 40%까지 줄어 절반가량이 폐업했으며 50여개 어망제조업체와 어묵가공업체 등도 '아 옛날이여'를 연발하고 있다.

이밖에 건포류(안주감) 제조업체는 원양산 명태 반입 감소로, 냉동창고업은 원양업계의 어획부진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시 수산진흥과 관계자는 "부산지역 수산가공업 최대 생산규모는 연간 4,000억원에 달하지만 어획부진에 의한 원료난 등으로 한ㆍ일어협이후 가동률이 절반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개발원의 '어협'에 따른 어업생산감소 피해조사결과 2002년을 기준으로 한ㆍ일이 2,100억원대, 한ㆍ중이 910억~1,483억원대로 대략 연간 3,000억원대로 집계됐다.

어구, 어망, 어선기관제조업, 가공업, 유통업 등 수산 관련산업의 영업손실도 표본조사결과 최대 3,28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감척은 '한ㆍ일'이 기존 조업척수의 52~74%에 대게저자망 유자망 통발어업은 전부 감척해야 할 것으로, '한ㆍ중'은 22~37%에 통발 외끌이 안강망 등이 상당수 감척해야 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2002년까지 2만명이상의 선원이 실직할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연근해 치어 보호, 대체어장 개발 시급

국립수산진흥원 등 해양전문기관들은 연근해 어자원 고갈은 10년여에 걸친 지속적인 치어 남획의 결과라며 지금이라도 연근해 어자원에 적합하도록 어선수를 구조조정하고 남획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ㆍ일어협 결과 우리 수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은 일본에 비해 얼마나 자원관리형 어업에 소홀히 했는지에 대한 반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해양연구소와 국립수산진흥원 등이 참여해 남해안 거제도 장목 일대에서 벌이고 있는 '바다목장화'사업은 우리 수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말해주고 있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또 수산물 수입을 늘리기 보다는 어자원이 풍부한 세계 각국과 합작투자 등 형식을 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아직도 많은 수산자원을 보존하고 있는 북한 연근해어장과 EEZ를 설정하고 있지만 아직 수산기술이 미약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수역이 1차 대상이라는 것이다.

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극동 러시아수역은 수산자원의 보고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대체어장으로 남아있다"며 "하루 빨리 어장개발을 위한 철저한 사전조사와 분석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입력시간 2001/05/2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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