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가 낳은 '신종 방송인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새로운 직종을 낳는다.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방송에 대한 환경이 급변하면서 KBS MBC SBS 등 기존의 지상파 방송사에서 볼 수 없었던 방송인들이 양산되고 있다.

특히 케이블 TV의 출현은 지상파 TV에서 볼 수 없었던 신종 방송직종을 등장시키고 있으며, 오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출범하는 위성방송 역시 수많은 새로운 방송 직업군을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부터 케이블TV 프로그램 채널 사업자(PP) 등록제가 시행된 후 다양한 전문 장르 PP사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방송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영상 세대이자 인터넷 세대인 10~20대 젊은이들도 이제 비디오 자키(VJ) 등 케이블 TV에 의해 새로 선보인 전문 방송직으로 몰리는 추세다.


비디오 자키, 게임자키, 쇼핑 호스트 등 다양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직종은 비디오 자키(VJ). 음악전문 채널 m.net와 KmTV, MTV 등에서 뮤직 비디오나 가수들의 노래를 소개하며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비디오 자키는 이현화 이기상 채진등 등 100여명에 달한다.

각 케이블 TV에서 매년 한두 차례 VJ 선발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30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다. m.net 김미선 홍보팀장은 "대학 졸업생은 물론 재학생, 고등학생들까지도 VJ에 응모하고 있다. 응모자들은 음악적 감각과 지식뿐만 아니라 방송에 필요한 진행 솜씨까지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VJ가 되는 길은 음악 전문케이블 TV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선발대회를 통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

또한 연기자나 가수 중에서 방송 진행솜씨가 돋보이면 VJ로 나갈 수 있다. KmTV의 '댄스머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VJ 이현화는 "젊은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한다.

음악과 춤, 그리고 연기를 할 수 있는 VJ는 젊은이의 취향에 딱 맞는 직업이다. 엄청난 수입은 보장되지 않지만 그래도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이라 좋다"라고 말한다.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 불고 있는 컴퓨터 게임 열풍을 타고 생긴 게임채널에서는 '게임 자키' 와 '게임 캐스터' 라는 신종 직업을 등장시켰다.

온게임넷 등 게임 채널에서 게임과 관련한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게임 자키와,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비롯한 게임 경기를 중계하는 게임 캐스터는 고예진 박성희 정일훈 등 50여명에 달한다. 게임 채널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어 게임 자키와 게임 캐스터들의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아리랑TV에서 게임 자키로 활동하고 있는 고예진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게임이라는 것이 하찮은 것 같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엄청난 매력을 준다. 프로게임머가 당당히 선망의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다. 방송의 게임 자키 역시 중고생들에게 대단한 인기다"라고 설명한다.

대학 졸업자들에게 인기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는 쇼핑 호스트 역시 케이블TV 출현으로 새로 등장한 직업이다.

LG홈쇼핑, CJ39쇼핑 등 홈쇼핑채널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시청자들에게 판매하는 쇼핑 호스트는 유난희 이유진 등 40여명. 조만간 농수산 방송 등 3개의 홈쇼핑 채널이 추가로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더 많은 쇼핑 호스트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쇼핑 호스트들은 판매액에 따라 능력급이 지급되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한번쯤 도전할 만한 직업이다.

쇼핑 호스트는 홈쇼핑채널에서 1년에 한두차례 정기적으로 모집한다. 쇼핑 호스트는 리포터 등 방송 경력이 있으면 유리하다.

39CJ쇼핑에서 쇼핑 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임지숙은 "상품을 설명하면서 판매액이 모니터에 나오기 때문에 긴장감 있게 일을 할 수 있고 역동적이어서 쇼핑 호스트가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많은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고 말한다.


지상파 방송으로 활동영역 넓혀가기도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고 방송하고픈 젊은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비디오 저널리스트(VJ)다.

화제의 인물이나 사건 등을 추적해 혼자서 촬영하고 편집하고 방송하는 비디오 저널리스트의 등장은 케이블 다큐 전문채널 Q채널과 CTN 출현과 맥을 같이한다. 이창제 등 우수한 비디오 저널리스트들은 KBS 'VJ특공대' SBS '휴먼TV 아름다운 세상' 등에 진출해 지상파 방송도 하고 있다.

비디오 저널리스트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비디오 저널리스트들을 양성하는 학원까지 등장시켰다.

최근 방송되기 시작한 부동산 채널에서는 부동산 자키라는, 이전까지는 보지 못한 직업을 선보였다.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신속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부동산 자키는 시청자의 관심에 비례해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요리를 하면서 요리법을 설명하는 쿠킹 호스트, 영어로 뉴스를 전달하는 영어뉴스 캐스터, 애니메이션만을 전문으로 더빙하는 만화 성우, 경마 경기를 중계하는 경마 캐스터, 각종 방송 프로그램 안내만을 담당하는 프로그램 자키 등이 케이블TV 등장으로 생긴 신종 방송관련 직업이다.

이런 새로운 직종의 방송인들은 최근 활동 영역을 지상파 TV로 넓혀 MBC KBS SBS 등 방송 3사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최할리 이기상 등 인기 비디오 자키들은 SBS 연예정보프로그램 등의 리포터로 나서고 있으며, 경륜 캐스터 김찬호는 아예 지상파 TV의 진행자로 자리를 옮겼다. 케이블TV 출현은 새로운 직업을 등장시킴과 동시에 풍부한 방송인력을 지상파 TV에 공급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은 12월 시작될 위성방송시대에 맞춰 새로운 방송일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배국남 문화부 기자

입력시간 2001/05/24 18:46


배국남 문화부 kn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