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해체…"있을때 잘해줬어야지"

우혁·토니·재원 SM과 결별, 라이벌사와 전격 전속계약

올해 초부터 재계약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그룹 H.O.T의 전 멤버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 등 3명이 소속사를 옮기고 새 출발을 선언했다.

이들 3명은 5월 13일 오후 1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6층 버클리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H.O.T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결별하고, 예전미디어(대표 방극균)와 앨범 2장을 발매하는 조건의 전속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3인조 그룹으로 새롭게 변신키로 결정했지만, 아직 그룹 이름을 짓지 못한 상태다.새 음반 작업에 들어가 연내에 발표할 계획이며, 이들 멤버의 자작곡이 상당수 수록된다.

이들이나 새 소속사는 이적에 따른 개런티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으나 가요ㆍ음반업계에서는 멤버당 전속계약금 3억원 정도와 앨범당 로열티 500~1,000원을 받는 파격적인 조건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3인조그룹으로 변신, 강타·희준은 솔로로

예전미디어는 태사자 1ㆍ2집과 차태현 1집, 그리고 김사랑 1집을 낸 음반제작ㆍ유통사로 최근 로커스홀딩스가 인수했다.

로커스홀딩스가 god의 소속사 싸이더스의 대주주인 관계로 앞으로 god의 새 앨범도 예전미디어에서 유통할 예정이다.따라서 이들은 결국 god와 '이웃 사촌'이 되는 셈이다.

이재원은 기자회견에서 "SM과 재계약을 협상해오다 새 출발을 결심했다.많은 음반사에서 제의해 왔으나 좋은 조건보다는 음악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고 신뢰할 만한 회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토니안은 "H.O.T는 해체되는 것이 아니다.발전을 위해 지금은 각자의 길을 가지만 훗날 5명이 다시 모여 H.O.T로 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장우혁도 "H.O.T,우리들의 우정은 영원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현재 SM에 전속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문희준과 강타에게 이 소식을 전하려 했으나, 문희준은 일본에 있고 강타마저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알리지 못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3명이 연내에 새 그룹으로 독자적인 앨범을 내기에 앞서 강타는 8월, 문희준은 9월 각각 독집을 SM엔터테인먼트에서 발매하고 솔로가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3명의 이탈 회견으로 가장 당황한 측은 역시 H.O.T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다. SM측은 "멤버 셋이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당황했으며, 내년까지 계약이 돼 있는 문희준과 강타도 사전에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SM측은 세 멤버들에게 일방적으로 해체를 통보한 적이 없으며 지난해부터 계속 협상을 해왔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신들이 세명의 멤버들로부터 각각 계약기간이 끝나는 시점에서 '계약만료 해지 통보서'를 내용증명으로 받았다고 덧붙였다.물론 멤버 셋은 "계약서에 계약 해지사실을 통보하지 않을 경우 자동 연장된다는 조항이 있어 어쩔 수 없이 '해지 통보서'를 보낸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래도 SM측은 "H.O.T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며 어떤 형태로든 함께 음반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열성팬 항의시위, SM에 원망 쏟아져

H.O.T의 해체사실에 팬들은 흥분한 상태다.멤버 3명이 기자회견을 가진 날 밤부터 열성 팬들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SM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앞으로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였다.

기획사 사무실로 돌멩이를 던져 유리창을 깨트린 혐의로 경찰에 연행된 소녀, 현장을 촬영하던 사진기자의 필름을 빼앗았다 돌려주는 여학생도 있었다.

H.O.T 팬들의 홈페이지 등에는 소속기획사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중이다.H.O.T 팬들의 모임인 다음카페에도 'H.O.T의 이름은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사실상의 H.O.T 해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거나 SM측에 대한 항의성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H.O.T라는 이름을 우리가 지키자.서명운동을 하든지 돈을 모아서라도 SM측으로부터 H.O.T 이름에 대한 권리를 사오자"고 촉구했다.

한 네티즌은 "이제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모든 SM앨범에 대한 불매운동과 함께 기획사 인터넷 사이트 다운시키기 등을 제안했으며,일부 팬들은 기획사 앞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팬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장우혁과 토니 안, 이재원은 극비리에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들이 5월 18일 오후 도쿄로 떠난 것은 예상 밖으로 커진 팬들의 동요 탓이다.홀로서기 선언 이후 H.O.T 팬들은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앞에서 연일 시위하고 있다.19일에는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드림콘서트 현장에서, 20일에는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앞에서 지방 팬들까지 동원하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들 3명은 일단 도쿄 근처의 친구집에 여장을 푼 뒤 인적이 드문 곳으로 숙소를 옮겨 향후 활동을 구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갑작스러운 일본행에 대해 가요 관계자들은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문희준과 만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서둘러 기자회견을 하느라고 서울에 있는 강타에게조차 연락하지 못했던 터라 이번 기자회견에 대한 전후 사정을 문희준에게 설명하기 위해 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주변에서는 단순한 여행이라고 주장하지만 5월19일께 일본에서 돌아올 예정이었던 문희준이 귀국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이러한 의혹을 더욱 부풀리고 있다.

H.O.T 해체에 따른 파문은 이탈한 3명과 남은 2명의 만남과 헤어짐속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주가, SM하락 로커스홀딩스 상승

H.O.T 해체 선언은 관련 기업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3명의 기자회견 이튿날인 ?4일 코스닥 시장에서는 H.O.T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전 주말보다 550원(4.95%) 내린 1만550원으로 마감됐다.

반면 이들을 받아들인 예전미디어의 지주회사인 로커스홀딩스의 주가는 1만4,900원으로 700원(4.93%) 올랐다.

로커스홀딩스의 이날 주가상승은 장우혁 등 3명을 영입한 예전미디어의 영향 외에도 자회사인 싸이더스가 제작한 장즈이와 안성기 주연의 영화 '무사'에 대해 5월9일 개막한 칸영화제에서 1,000만달러 이상 판권 계약가능설이 꾸준히 제기된 데 힘입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H.O.T가 해체됐음에도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하한가로 떨어지지 않은 것은 그동안 해체설이 나돌면서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음반관련주는 보통 실적과는 상관없이 '반짝 스타'가 뜨고 질 때마다 주가가 재료에 따라 급등락하는 속성을 보인다는 게 시장분석가들의 설명.따라서 이같은 주가흐름도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코스닥시장에서 하루살이 테마주로 게임 애니메이션 등 엔터테인먼트주가 뜨고 지면서 덩달아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도 하다.

신동립 스포츠투데이 뉴스부 차장

입력시간 2001/05/24 18:5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