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황금을 보는 인간의 감춰진 욕망

■ 황금의 지배(The Power of Gold)

피터 L. 번스타인 지음/김승욱 옮김

금은 원소기호가 AU인 금속이다. 주기율표 상으로 11족 6주기에 속해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103개의 원소 중 가장 산화가 안 되는 안정된 금속이다. 하지만 금은 이런 화학적 성질로만 규정할 수 없는 복잡다기한 영물이다.

태양을 연상케 하는 그 눈부시고 화려한 자태, 결코 변하지 않는 영원성에 대한 상징 등으로 금은 오랜기간 인간의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이 같은 황금에 대한 인간의 집착과 탐닉은 인류에게 끊임없는 질투와 시기, 욕망과 좌절, 전쟁과 평화를 가져왔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의 대상인 황금(GOLD)을 보다 역사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 나왔다. 피터 L. 번스타인이 쓴 '황금의 지배'(The Power of Goldㆍ경영정신 펴냄)는 금에 대한 인간의 과도한 욕심이 어떻게 인류 역사와 경제 흐름을 바꿔 왔는지를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저자 번스타인은 황금이 어떻게 권력과 아름다움, 그리고 불멸의 화신으로 부상하게 되었는지를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성경 기록에는 금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400여 귀절이나 된다. 여호와는 유대인들에게 예배할 장소인 지성소의 건축과 지성소 안에 들어갈 언약궤를 만들면서 "정금으로 그것을 싸 되 그 안팎을 싸고 윗가를 돌아가면 금테를 두르고"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도 권력의 상징으로 금이 사용됐는데 그 중 파라오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세계 최초의 위대한 여성 지도자였던 파라오는 금가루를 얼굴에 바르는 것을 좋아했으며, 황금으로 자신의 호화 관을 사후에도 영혼의 상징으로 남기고자 했다고 한다.

또 신대륙 발견자인 콜럼버스는 실제로 신대륙 발견 보다는 황금을 찾는데 더 관심이 많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19세기 캘리포니아에서 상당량의 금이 발견되면서 수십만명이 금을 찾아 몰려드는 '골드 러시'가 나타난 것도 금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단점으로 보여준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번스타인은 20세기 중반까지 화폐 제도의 기반으로 세계 경제의 근간이었던 금의 위력은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폐지하면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금 제작과 채굴, 그리고 금이 가진 화학적 성질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북아프리카를 정복한 아랍인들이 사하라 사막을 건너가 소금과 금을 1대1로 바꾼 이야기, 또 금본위제 수립에 기여했던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물리학 연구소가 아닌 영국 조폐국에서 여생을 보낸 역사적 일화 등도 담고 있다.

번스타인은 오랜 기간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 인류를 지배해왔던 황금이 이제 화폐 주식 채권 사이버머니 등에 힘을 넘겨주고 저렴한 장신구 재료로 전락했지만 아직도 그 위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인류 물질 문명의 핵심인 돈(황금)과 그 돈의 흐름인 금융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저자 번스타인이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이 황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황금이 인간을 소유하고 있다'라는 점을 깨달으라는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돈은 수단일 뿐 결코 목적인 될 수 없다 게 그의 마지막 조언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5/24 19:20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