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야기(24)] 견종의 다양성

현재 지구상에 분포되어 있는 개의 종류가 얼마나 되는 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FCI(국제애견연맹)에서는 350여종을 인정하고 있으나 이 기구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아시아, 아프리카의 여러나라와 구 소련 지역 국가와 동유럽의 여러 나라의 개들은 이 수치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대략 800여종에 이르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개는 다양한 형태와 크기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한 종(種) 안에 이처럼 많은 종류의 형태가 포함되어 있는 종은 개밖에 없을 것이다. 천차만별의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 이들이 전혀 다른 종으로 분류되지 않고 개라고 통칭되는 것은 뼈와 장기(臟器)의 기본적인 구조가 같고, 유전자가 동일하여 서로 수정하여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개는 그 형태가 기준이 되어 품종을 분류한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개라도 이들은 한 종 속에 있기 때문에 우수한 개를 번식하기 위한 기본적인 원리는 같다. 단지 한 품종만이 가진 독특한 환경이나 품성을 인정하여 사육방식이나 우수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달리 할 수는 있다.

각 품종의 형태와 성품은 인간의 선호도나 인위적인 선택번식, 그리고 지리적으로 혹은 다른 불가피한 상황에 따라 오랜 세월 동안 분리 혹은 고립되어 살다 보니 그 곳의 환경이 선택번식을 하여 형성된다. 우리 진돗개는 세 번째의 경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일부 아마추어들 사이에서 진돗개를 홑개, 겹개 또는 각골형, 통골형, 후두형 또는 길개, 골개 등 다양하게 분류하여 각 형태마다 생김새를 달리하는 이론을 만들어 퍼뜨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다양한 분류가 진돗개의 표준은 이렇지만 개의 용도에 따라 저런 식으로 생길 수도 있다는 차원 정도의 논리이면 용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개의 특성상 진돗개는 이런 형 저런 형이 원래부터 따로 있으므로 아예 처음부터 그 분류와 평가를 달리 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이면, 아무리 일부 아마추어들의 차원이라고 하지만 너무 위험한 시도이다.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진돗개를 진도 홑개, 진도 겹개, 진도 길개, 진도 굴개 등으로 아예 품종 자체를 분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류가 타당치 않다는 것은 외국 견종에서 그 예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영국의 테리어 종이나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엘크 하운드, 러시아의 라이카 종에서 볼 수 있는 분류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테리어 종은 특수 용도나 기호에 따라 잡종과 인위적 선택번식을 통해 에어델 테리아(Airedale Terrier), 웰쉬 테리어(Welsh Terrier), 스무스 폭스 테리어(Smooth Fox Terrier), 와이어 폭스 테리어(Wire Fox Terrier), 요오크셔 테리어(Yorkshire Terrier), 오스트레일리언 테리어(Australian Terrier) 등 다양한 품종의 테리어를 만들어 냈다.

이중 에어델 테리어와 약간 작은 웰쉬 테리어는 중형과 소형으로 분류되는 체중의 차이가 있으며, 스무스 폭스 테리어와 와이어 폭스테리어는 짧고 부드러운 털과 거칠고 긴털의 차이가 있으나 모두 그 기본적 형태는 같다.

요오크셔 테리어와 오스트레일리언 테리어는 모든 형태가 거의 같으나 오스트레일리언 테리어가 털의 길이가 약간 짧고 실크색이 많으며, 주로 번식되고 사육된 지역이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라는 지역적 차이가 있다.

그리고 우리 진돗개처럼 견종의 역사가 깊고 자연이 만들어낸 견종이라고 할 수 있는 엘크 하운드(Elkhound)나 라이카(Laika) 종에서도 같은 분류의 예를 볼 수 있다.

스칸디나바아 반도의 엘크하운드는 노르웨이언 엘크하운드(Norwegian Elkhound)와 이 견종 중에서도 검은 색소의 털을 가진 블랙 노르웨이언 엘크하운드(Black Norwegian Elkhound), 그리고 스웨디쉬 엘크하운드(Swedish Elkhound) 세 가지로 그 품종이 분류된다.

이들은 원래 한 혈통이므로 기본적인 형태는 같으나 주 번식지가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있고 여기에 인간의 선호도가 그 형태에 영향을 미쳤다.

윤희본 한국견협회 회장

입력시간 2001/05/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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