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혁신의 시대 소유는 무의미한 짓

■ 소유의 종말(Age of Access)

(제러미 리프킨 지음/이희재 옮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그 시대의 문화(Culture)와 재화(Goods) 같은 유ㆍ무형의 가치(Value)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한발 앞서 미래를 예견한 사람들은 문화ㆍ예술 분야의 창조적 선구자가 되거나, 막대한 부의 주인공이 된다.

선각자들은 시대의 주류(Main Stream)를 타고 있는 주인공들이며 이들에 의해서 현재, 바로 오늘이 만들어진다.

세계적인 사회 비평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러미 리프킨이 펴낸 '소유의 종말'(Age of Accessㆍ민음사 펴냄)은 21세기 인류의 미래상을 문화ㆍ경제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미래서다. 이 책에서 리프킨은 매우 새로우면서도 아주 신선한 21세기의 신개념을 도입한다.

그가 주장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재화와 가치 흐름의 핵심은 바로 '접속(Access)'이다.

그는 미래 자본주의 사회 사람들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소유(Property)'에 집착하지 않고 '접속'하려 한다고 말한다. '접속'에는 접근, 출입, 접근하는 권리(방법), 이용 권한, 임대 등의 다양한 사전적 의미가 있다.

이 책에서 리프킨이 말하는 '접속'은 단순히 컴퓨터나 네트워크로의 접속에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상에서는 물론이고 자동차 주택 가전제품 공장 체인점 같은 오프라인상에서의 다양한 실물 영역에서도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이다.

리프킨의 '접속'은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다. 소유와는 반대의 개념이다. 예전 산업사회는 소유의 시대였다. 기업은 많은 상품을 팔아 점유율을 높이고, 소비자는 상품 구입을 통한 소유로 자기 영역을 확대 했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와 혁신의 시대에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고 리프킨은 단언한다. 이제 기업들은 공장을 소유하지 않고 브랜드만 갖고 운영하는 나이키 같은 회사가 되고 싶어한다.

포드는 차를 팔기보다는 임대를 통해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고객도 차를 소유하지 않고 임대를 통해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바꾸기를 원한다. 기업에서 중요한 것은 단 한번의 세일이 아니라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다.

기업은 시장 점유율 보다는 고객의 시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장소와 물건을 상품화하고 그것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시간과 식견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미래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는 것이다.

리프킨의 예측은 경제적 관점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이런 접속의 시대에는 문화가 상업화를 위한 재료 공급원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역사적으로 문화는 항상 상업에 선행했다. 상업은 문화의 파생물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상업화에 의해 문화적 다양성이 소멸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결국 인간 문명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다. 리프킨은 이런 새로운 자본주의의 위기를 막기 위해 지리적 공간에 뿌리를 둔 문화적 다양성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접속의 시대에 걸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인류의 문화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5/29 17:46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