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LP여행] 혼성포크듀오 '뚜와 에 무와'

최초의 혼성포크듀오 '뚜와 에 무와'. 1971년 김민기 출현 이전은 포크의 개념조차 불명확했던 시기다.

한대수를 제외한 거의 모든 포크가수들이 대부분 우리 정서에 친숙한 멜로디의 외국 팝송을 번안해 부르기에 급급했던 게 현실이었다. 그런 시절에 나타난 이필원ㆍ박인희의 뚜와 에 무라는 남녀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화음과 함께 당시로서는 드물게 창작곡을 발표한 싱어송 라이터였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이필원이 일본 아끼다시(市) 민단 단장이였던 부친 이희도씨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 고1때. 일본말이 서툴어 늘 외톨이였다.

일본대부속고교 시절 외로움을 잊기 위해 클래식 기타에 빠져들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그에게 음악은 늘 푸근한 친구 같은 존재였다. 그의 모든 노래가 애수어린, 짙은 고독감으로 일관된 것은 이같은 청소년기의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에서 귀국한 뒤인 1968년 초, 이필원은 흑인들과 혼성그룹 '미키즈'를 결성해 이태원 007클럽에서 건반을 치며 음악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일본 최고의 록밴드 '타이거즈'는 그의 우상이었다. 스스로 그 이름을 빌려 첫 5인조 록그룹 '타이거즈'를 결성했다.

명동의 미도파 살롱을 주무대로 활동하며 이듬해 플레이보이배 그룹사운드 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 후에 동물농장, 얼간이 짝사랑 등으로 유명해진 '쉐그린'의 이태원, 전언수를 영입해 5인조 밴드 '미도파스'를 결성했는데, 이미 제법 인기그룹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그에게 필생의 음악배필인 박인희와의 만남은 '타이거즈' 리더로 활동하면서 이뤄졌다.

박인희는 당시 미도파 살롱의 인기MC. 우연히 에브리 브라더스의 'LET IT BE ME'를 무대에서 함께 불렀다. 우수어린 짙은 고독감이 배여 있는 이필원의 음색과 시적 감성이 묻어나는 박인희가 빚어내는, 처연하면서 달콤한 하모니는 평론가 이백천의 귀를 의심케 했다.

마음을 뺏긴 그는 방송출연을 주선하고 조경수씨는 듀엣 결성을 적극적으로 제의했다. 상상외의 반응을 접한 두 사람은 마땅한 연습장소가 없어 미도파 살롱 주방이나 인적이 드문 경복궁 야외에서 국내 최초의 포크혼성듀엣 탄생을 준비했다.

박인희가 작명한 뚜와 에 무와는 불어로 '너와나'라는 뜻. 첫 음반은 1960년대 말 자비 30만원을 들여 신세기레코드에서 발표했다. 중국가수 국중주도 참여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들은 가요계의 기인 '황우루'와 손을 잡으면서 비로소 대중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 수 있었다.

1970년에 줄줄이 발표된 <뚜와 에 무와 1,2,3집-그랜드,GH00004.14.17, 1970-71년>에 수록된 노래들은 단번에 재판을 찍어낼 정도로 공전의 인기몰이를 했다. 1971년엔 중앙일보, 동양방송 등 언론사에서 주는 가요대상까지 휩쓸었다. 10곡이 수록된 1집의 대표곡은 이필원의 창작곡인<약속>.

나머지 9곡은 박인희 작사의 번안곡 <썸머와인> 등 모두 귀에 익은 곡들이다. 2집과 3집에서도 박인희 작곡의 <그리운 사람끼리>, 이필원 작곡의 <추억>으로 히트 퍼레이드를 벌였다.

그러나 보수적인 당시 사회분위기에 혼성 듀엣의 풍경은 늘 색안경의 대상. 영화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함께 보러 갔다가 이를 오해한 주간경향의 '이필원ㆍ박인희 스캔들' 기사는 잘 나가던 듀엣의 파경을 몰고 왔다.

때마침 동아방송에서 '3시의 다이얼' 진행 제의를 받았던 박인희는 DJ로 나서며 결별을 선언했다. 두 사람은 각각 솔로로 데뷔앨범을 발표하면서 뚜와 에 무와는 아쉽게도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인생과 사랑을 고운 멜로디와 시적 감성으로 노래한 대표적 여성 포크싱어인 박인희는 여고시절엔 문학에 심취한 소녀였고, 숙대 불문과 재학때는 초대 교내방송국장을 역임한 다재다능한 재원이였다.

솔로 시절 발표한 모닥불, 목마와 숙녀 등 무수한 히트곡들은 문학적 낭만을 속삭이는 젊은이들의 밀어였다. 그녀는 결혼전까지 광화문에서 뚜와 에 무와 상호의 레코드샵을 열어 타의에 의한 해체의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이필원은 지금도 박인희와 빚어낸 달콤한 화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발탄으로 끝난 '얼굴'의 윤연선과 시도했던 색다른 화음도, 한인경과 2기 뚜와 에 무와 재결성도 그런 아쉬움을 달래지 못했다.

최근 이필원은 한국포크싱어 연합회 2대회장으로 취임해 세종문화회관에서 대규모 포크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떨리는 마음으로 새 여성 파트너와 3기 뚜와 에 무와를 결성해 무대에 서기까지 했다.

미국에서 한인방송사 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박인희와는 늙어서 머리가 하얗게 되었을 때 함께 노래하기로 약속했다 한다. 히트곡<약속>처럼 한번만이라도 재결합 공연 약속이 이루어질 날을 올드 팬들은 열망하고 있다.

최규성 가요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5/3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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