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일본(60)] 지에이타이(自衛隊)③·끝

일본 지에이타이(自衛隊)의 전력이 아시아 최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육상 전력이나 공군력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해상 전력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자위대의 외형상 전력은 1999년말 현재 23만6,000여명의 병력과 항공기 500대, 함정 140척에 지나지 않는다. 얼핏 60만의 병력과 520대의 항공기, 210척의 함정을 갖춘 한국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180여만의 병력과 4,000여대의 항공기, 800척의 함정은 물론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갖춘 중국과의 거리는 아득하다.

그러나 병력과 장비의 운용 효율이나 성능을 따져 보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자위대는 대부분 하사관과 장교로 구성돼 있다. 현대전에서는 병력의 양보다 질, 사병보다는 하사관이나 장교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자위대의 전력은 외형적 수치보다는 훨씬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자위대원의 선발 기준도 까다로워 정원이 18만명인데도 불구하고 늘 15만명 수준에 머물러 왔음을 생각하면 질적인 면에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봐도 좋다.

더욱이 자위대의 장비는 미군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의 첨단형이다.

최신식 미군 장비를 그대로 도입해 쓰는 것은 물론이고 중요 장비를 독자 개발하거나 미국과 합작 개발, 탁월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육상 자위대의 T90형 전차나 F16의 성능을 한단계 끌어 올린 F2전투기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4만2,000여명의 병력으로 다른 나라 해군에 거의 뒤지지 않는 해상 자위대는 장비면에서 동북아 최강을 자랑한다. 한국 해군 함정의 총톤수는 14만7,000톤이지만, 자위대는 37만4,000톤에 이른다.

평균적으로 자위대 함정의 규모가 한국 해군 함정의 4배에 이르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비교에 불과하다. 일본은 현대 해상 전력의 총아로 불리는 이지스함을 4척이나 보유하고 있으며 2005년까지 4척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이른바 ‘88함대’로 불리는 일본의 4개 호위함대에 한 척씩 배속된 이지스함을 2척씩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자위대의 해상 전력 증강 의욕은 1998년에 배치된 양륙형 대형 수송함 '오오스미'에서 잘 드러난다. 길이 178m, 최대폭 25.8m인 8,900톤급의 이 수송함은 2만6,000마력의 동력으로 22노트의 속력을 낼 수 있다. 상륙작전용 양륙정 2척을 탑재할 수 있으며 넓은 갑판을 갖추어 놓았다.

전문가들은 이 수송함이 유사시 소형 항공모함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 당국은 격납고가 없고 갑판의 두께가 얇아 항공모함 전용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갑판 보강 등 간단한 작업만으로 수직 이착륙기나 대잠 공격용 헬기 등 10여기를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에 이어 이미 세계 2위의 대잠수함 작전 능력과 소해 능력을 갖춘 해상 자위대가 오랜 비원인 항공모함 보유를 변형된 형태로 이뤄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위대의 전력 증강은 5년 단위의 중기방위력 정비계획에 따라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방위예산이 국민총생산(GNP)의 0.9%에 불과한 데도 지난해 4조9,000억엔에 이를 정도의 경제력과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조차 빌려 가는 기술력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

자위대의 이미지가 날로 개선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오랫동안 '기쓰이'(힘들다) '기타나이'(더럽다) '기켄'(위험하다) 등 3K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자위대 입대가 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장기 불황의 여파이기도 하지만 일반 대학을 졸업한 자위대 간부후보 응모자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 1992년에는 1,721명에 불과했던 것이 크게 늘어나 97년에는 8,900명에 이르렀고 지난해에는 1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자위대 간부는 물론 일반 대원이 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이다. 99년의 경우 간부후보의 경쟁률은 육해공 자위대 평균 57대1이었고 하사관 후보도 25대 1에 달했다. 일반 자위대원의 경쟁률도 30대1에 이르렀다.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참가 등 해외 활동 기회가 많아진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대기업에 별로 뒤지지 않는 좋은 대우가 일본의 젊은이를 부르고 있다. 해상자위대의 경우 대졸 간부후보생의 초임은 21만8,000엔 수준이다.

하사관 후보생도 대졸이 17만 5,000엔, 고졸이 16만3,000엔 수준이다. 여기에 당연한 임무인 훈련에까지 지급되는 각종 수당이 급여의 50% 가까워 일류기업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장비 개선도 그렇지만 인력면에서 자위대의 질적 향상은 주변국의 경계를 사기에 족하다. 과거 인재를 망라했던 일본군의 행위가 역사에 남긴 부(負)의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입력시간 2001/05/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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