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e 재무비서

월 말이면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오랫동안 줄을 서는 진풍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텔레뱅킹'과 '인터넷 뱅킹'의 도입으로 가정 혹은 직장에서 편하게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은행 뿐 아니라 증권, 보험, 카드 회사에 개설한 금융 계좌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e비서'라 불리는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PFMS)가 그것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각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모든 금융 계좌를 한 곳으로 모아 관리하고 재테크 전문가의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서비스는 하루에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는 미국인 270만 명 중 40% 정도가 이용할 정도로 성공한 금융상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나라에선 신한, 한빛, 제일, 국민, 주택은행 등이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주요 인터넷 업체도 프로그램 개발업체와 손잡고 자산 관리 서비스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제일은행(www.kfb.co.kr)이 보험사를 제외한 은행, 증권, 카드사 거래 계좌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한빛은행(www.ehavit.co.kr)은 '이클립스'라는 이름의 글로벌 금융 정보 통합서비스를 5월부터 시작했다.

인터넷 업체로는 온라인 경매의 선두주자인 옥션(www.auction.co.kr)이 원클릭 종합 금융 서비스인 '옥션 마이 파이넌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성 포털 사이트 여자와닷컴(www.yeoazawa.com)도 금융 솔루션 업체인 핑거와 손잡고 금융 계좌 통합 서비스인 '여자와 마이핑거'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를 받고 싶은 네티즌은 먼저 거래 은행이 제공하는 무료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컴퓨터에 설치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은행 전산망에 들어가 회원 신청을 한 뒤 ID와 비밀 번호를 받는다.

여기서 받은 ID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만약 고객이 은행과 증권, 보험사에서 다양한 금융 계좌를 가지고 각기 다른 ID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이들 계좌를 모두 통합하는 대표 ID이기 때문이다.

이 ID를 이용해 사이트에 접속한 후 자신이 가진 금융기관 별 ID와 패스워드를 기입한다. 이 작업만 마치면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신의 모든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 고객이 은행 사이트에 접속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고객의 거래 금융 기관 계좌 내역을 찾아서 보여주고 은행, 금융 기관끼리 계좌 이체 서비스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대출금 만기일, 이자 납부일, 공과금 납입일 등을 컴퓨터가 스스로 체크해 고객에게 통보해 주고 자산 포트폴리오 방향까지 제시해 준다는 것이 이 서비스의 궁극적인 목표다.

예를 들어 개인별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해 수입에 비해 카드 사용액이 지나치게 많다든가, 증권 투자 비중이 자산 규모에 비해 너무 크니까 투자 비중을 줄이라는 등 구체적인 자산 관리 지침을 받을 수 있다.

이미 한미은행(www.goodbank.com)은 e메일을 통해 부분적으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는 은행과 고객 모두 윈ㆍ윈(winㆍwin)할 수 있다는 면에서 앞으로 대표적인 인터넷 금융 상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먼저 고객은 자신의 정보를 주고 은행으로부터 금융 자산 종합 관리 서비스와 맞춤형 재테크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신에 은행은 고객의 모든 자산 내용을 한 눈에 확인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금융 서비스를 파악해 관련 상품을 팔 수 있어 모두에게 이익인 셈이다.

고객 관리 비용이 저렴한 인터넷 자산 관리 서비스가 정착되면 중산층과 서민층 고객도 은행을 통해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돈이 많은 고객만 혜택이 돌아가던 자산 관리 서비스가 광범위하게 확대되는 등 인터넷이 금융권의 높은 문턱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강병준 전자신문 인터넷부 기자

입력시간 2001/06/0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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