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60)] 국가경쟁력과 과학면

최근 발표된 고등학생들의 자연계열 기피현상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장무 서울대 교수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수학능력시험의 자연계열 지원자는 전체 수험생의 29.4%에 불과했는데, 이는 95년에 비해 25.8%나 감소한 수치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반면, 인문계 응시자 수는 95년 39만여명에서 지난해 48만여명으로 늘었고, 예ㆍ체능계는 95년 7만3,000여명에서 지난해 13만4,500여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다소 어렵고 재미는 없지만 의미 있는 삶을 살기보다는, 순간적인 편안함과 재미를 추구하는 요즘 청소년 문화경향에 그 원인이 있겠지만, 정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과 기피현상은 자연적으로 과학기술 전문인력의 공급부족현상의 심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고 이것은 곧바로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격하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스위스 IMD 국가경쟁력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49개국 중 28위(2001년), 중진국의 상황을 고려했다는 IPS 조사에서도 22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과학기술이 청소년들에게 충분한 흥미를 일으키고 있는 정도"는 34위로 라는 점이다. 이것은 국가경쟁력의 기초가 허약하다는 말과 같다.

물론 IMF 경제위기의 영향이 적지 않겠지만, 이 위기가 전화위복이 된 것이 아니라,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적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심히 염려스러운 일이다. 소위 경제력과 직결되는 계통을 선호하고 자연과학을 홀대하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분명한 이유를 찾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왜 청소년들이 이런 경향을 보이는 것일까? 대개의 경우 초ㆍ중학생들은 과학에 대하여 대단한 호기심을 보인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을 선택하는 시점에서는 이러한 마음이 온데간데 없다. 그 이유와 해결책으로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해 본다.

먼저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생활에 대하여 지나치게 자기비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에 진리탐구를 위해서 투신했다면, 작은 경제적 어려움은 어느 정도 감수하는 모습,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보람을 부각시키는 일이 앞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자 스스로마져 경제적인 잣대로만 스스로를 평가하려는 성숙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점에서 과학기술자들의 각성이 선행되어야 하며, 동시에 과학자들이 이런 대중적 매력을 끌 수 있는 과학문화 활동에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적 배려를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런 활동을 연구평가에 가산하는 방안도 좋을 것이다. 영국에서는 이미 연구예산 중 일부를 이 같은 활동에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두 번째로 청소년들의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이어줄 만한 교육ㆍ사회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 학교의 과학교육은 입시일변도며, 번듯한 규모와 시설의 과학관 하나도 없다.

구멍가게 같은 서울과학관이 전체 서울을 떠받들고 있는 한탄스러운 현실이다. 사교육시장에서 과학교육이랍시고 하고 있지만, 단순한 실험위주이거나 놀이수준에서 그칠뿐 그것이 과학자의 꿈을 이어가기에는 질적으로 너무 열악하다.

과기부장관이 장담하고 있듯이 새로 국제적인 규모의 서울과학관이라도 내년에 꼭 착공되기 바란다. 물론 질적인 면에서 국제적 규모이기를 말한다.

세 번째로는, 젊은이들의 경향에 맞게 흥미와 보람이 있는 과학이라는 사실을 알려줄만한 매체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공중파에서 과학기술자가 설 수있는 공간은 협소하기 그지없고 언론에서도 과학자들이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은 전국의 과학자들이 일주일에 10매내외의 원고지에 할말을 다 해야한다. 그것도 구석에 박혀있다.

외국에서 처럼 과학기술 전문 방송채널의 설립이 그 대안이 될 것이다. 미국,유럽의 디스커버리 채널은 물론이고, 일본도 이미 3년전부터 과학방송채널을 설립해 아주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여하튼,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공계의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이 없이는 국가경쟁력의 안정적 확보는 있을 수 없는 일임을 두루 절감했으면 좋겠다.

입력시간 2001/06/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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