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사회]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힘의 논리가 지배, 밀어붙이기 난무

한국사회의 하부구조는 좌충우돌의 극한으로 치닫는 인상이다. 진지한 논의와 협상은 실종되고, 힘의 논리와 '일단 챙기고 보자'는 식의 밀어붙이기가 유행하고 있다. 이 같은 좌충우돌은 정부의 무원칙과 각급 시민단체의 조급증이 어울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 무언가 얻어내지 못하면, 그 다음은 기약할 수 없다는 사고방식이 사회 기저에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6월을 총력투쟁의 달로 선포, 일제파업 등 강경행동에 나서기로 해 경제전반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미 5월30일부터 국회의장실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 저지,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주5일 근무제 도입, 임단협 요구 실현, 공공의료 쟁취 등이 민주노총의 구호다.

현실성보다는 세력확대에 초점을 맞춘 요구사항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대우자동차 노조는 GM으로의 회사 매각을 저지하기 위한 결사대를 미국으로 파견해 현지에서 매각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우차 사태 해결을 위한 채권단이 GM측과 협상을 진행중에 있는 상황에서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노조의 돌출행동은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려 소탐대실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우려했다.

전교조는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7차교육과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불복종 운동 등을 공언하고 있다.

7차교육과정이 담고 있는 수준별 교육과정과 선택형 교육과정 등이 평준화 해체, 귀족학교의 등장, 입시위주의 교육강화, 사교육비의 급증을 불러 교육불평등을 심화한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방침과 일선 교사들의 주장이 합일점을 찾지 못해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원칙 앞서는 숫자논리

교총은 아예 정치단체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교총은 5월 교육정책 실패를 심판하기 위해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와 반대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실정법 위반이자 시기상조라며 반대했고, 정치권도 교육현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총은 하지만 내년 선거정국에서 영향력을 기대하며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연말 출범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교수노조와 공무원노조도 내년 선거정국에서 반사이익을 노리기는 마찬가지다. 대학사회 개혁과 대학 경쟁력 강화, 공직사회의 민주화를 각각 명분으로 내세우는 교수노조와 공무원 노조는 더 이상 정부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주장이 선거정국과 맞물렸을 때의 결과다. 표가 우선시 되는 상황에서 숫자의 논리는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다.

입안과 실행에 시간을 요하는 본질적 개혁보다는 교원ㆍ공무원 정년 연장(환원) 등 부수적 요구들만 흥정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크다. 개혁의 알맹이는 빠진 채 집단의 제몫찾기로 결과가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연세대의 기여입학제안 공개 파문은 떳떳치 못한 대학당국의 좌충우돌 사례로 지적된다.

대입방식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는 사인인 만큼 교육부에 안을 올렸으면 공론화하는 게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발뺌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다는 것이다.

기여입학제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원조달과 불평등의 고착화란 장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공론화를 통한 합의과정을 선도하지 못하는 당국의 자세는 사회적 좌충우돌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6/05 21:39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