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어디로 가나?

주요기관마다 엇갈린 전망 하반기 회복세에 무게

"터널의 끝이 보인다. 그러나 언제쯤 터널을 벗어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국 경제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둘러싸고 주요 연구기관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엇갈린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ㆍ여당 주변의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지만 재정경제부 관계자들과 대부분의 민간연구소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아직까지는 추이를 더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자칫 일본식 장기불황의 가능성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관련 '싱크탱크(Think Tank)'라고 할 수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가 일단 바닥을 다진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 반등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KDI는 최근 펴낸 '동향분석'자료에서 "수출이 둔화되는 반면 내수가 다소 회복되면서 전반적인 경기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위축됨에 따라 생산 및 출하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내구 소비재 출하의 감소폭이 크게 둔화되고 건설투자 관련 지표가 개선되고 있어 향후 내수의 회복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완만한 경기회복세, 'u'자형 반등 예상

KDI 관계자는 "올들어 1~3월중 전월 대비 증가세를 보이던 산업생산이 4월중 감소세로 돌아서고, 평균가동률 및 경기동행지수도 하락하는 등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출하가 둔화되면서 재고율이 상승하고 있어 향후에도 생산이 조기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LG경제연구원도 KDI와 비슷한 입장이다. 경기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른 시일내에 급격히 회복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박사는 "경기회복을 바라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경기회복 속도는 완만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굳이 말하자면 'V'자형 보다는 'U'자형의 반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기 회복이 완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한국 경제가 반도체 경기 동향에 급격히 영향을 받는 고질적인 천수답(天水畓) 구조라는 점 때문이다. 요컨대 미국의 정보기술(IT) 경기가 회복,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오문석 박사는 "반도체 가격이 곧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올해 말 혹은 내년 이후에야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더 우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또 "대우, 현대 처리와 상시퇴출제에 따른 부실기업 처리여부, 그로 인한 금융기관들의 손실부담 등 올 하반기에도 금융경색을 야기할 변수들이 많은 것도 경기회복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역시 하반기 실물경기는 재정 및 금융정책 등 국내적인 부양책보다는 미국경기의 회복과 같은 대외여건의 변화에 의존하는 '천수답'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5월 중 수출이 전월 대비 11.9% 증가, 수출급감에 대한 공황심리는 다소 진정시켰지만 회복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올들어 소비자물가의 상승으로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위원은 "2ㆍ4분기 중 실물경기의 침체가 지속될 것이며, 미국 금리인하의 효과가 점차 나타나는 하반기 중에나 점진적인 경기회복의 신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경기지표 바닥, 반등에는 역부족

실제로 주요 경기지표들도 바닥은 다졌지만 반등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4월 들어 도ㆍ소매 판매와 내수용 소비재출하, 선행종합지수 등은 호전됐지만 생산, 출하, 재고, 평균가동률 등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중 생산은 수출 급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7% 증가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 역시 74.9%에서 74.6%로 떨어졌다.

설비투자는 마이너스 5.7%를 기록, 작년 11월 이후 6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도소매판매 증가율은 3.9%로 0.3%포인트 높아졌고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지표인 선행종합지수 전년동월비 증가율은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조철환ㆍ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1/06/06 13:29


조철환ㆍ경제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