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야기(25)] 진돗개의 견종 표준

우리 시각으로 보면 스웨디쉬 엘크하운드는 겹개와 같은 형이고 노르웨이언 엘크하운드는 홑개형이다. 그리고 털의 질(毛質)과 털의 색깔(毛色) 등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

엘크하운드는 이같은 사소한 차이로 품종이 분리됐는데, 라이카종도 마찬가지다. 루소 유로피언 라이카 (Russo-European Laika), 이스트 시베리언 라이카(East Siberian Laika), 웨스트 시베리언 라이카(West Siberian Laika) 등 세가지로 분류된다.

이들도 엘크 하운드처럼 한 혈통에서 시작하였으나 주 번식지의 자연환경에 의해 털의 질과 색깔 등에 나타난 미세한 차이로 품종이 분리된 경우다. 결국 한 혈통으로 기본 형태가 같은 견종이라도 크기나 털의 질, 털의 색깔 차이로도 품종의 분류가 가능한 것이다.

진돗개는 우리 고유의 개이니까 우리 마음대로 분류하고 관련된 모든 것을 우리가 정해서 세계로 알려주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 고유의 것이라지만 개를 분류하고 평가하는 것에는 세계적으로 공인된 약속이 있다. 이런 상식을 따라줌으로써 우리 개의 가치를 세계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문화란 함께 공유할 수 있을 때 그 가치가 배가되는 것이다.

진돗개가 어떻게 생겨야 제대로 생긴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많은 애견가들간의 논란거리다.

물론 상식적으로 쉽게 합의에 도달하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목나무 옹두리에도 사연이 있듯이 진돗개의 성품이나 생김새에도 당연히 그 생성의 원리가 있다. 이 원리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어떻게 생겨야 하는가' 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유추해 낼 수 있다.

진돗개에 대해 논할 때 개의 성품, 지적 능력 등 정신적인 것과 체구의 뼈와 근육, 그리고 각 부위의 생김새 등 형태적 요소가 그 생성의 원리를 가지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우리 머리 속에 갖추어야 할 이상적인 진돗개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이는 진돗개 번식의 방향 제시를 위한 근거가 되고, 또 번식의 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애견 단체에서 견종별로 정해서 제시하는 개의 표준이 바로 이것이다. 표준이란 그 견종에 대한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규정이기 때문에 하나로 통일되어야 하며 함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으로 비유하자면 표준은 헌법이고, 심사 규정은 법이며, 심사 지침은 조례같은 것이다. 따라서 표준의 설정은 연구와 검토를 신중히 해서 정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특히 표준은 항목별로 매우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개'라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각 항목의 표현은 상징적이고, 포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표준은 정확하게 표현되고 간결하게 쓰여져 누구나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심사위원이나 번식 전문가들은 이 표준에 입각하여 당시의 번식 상황, 이를테면 품성이나 능력, 체구나 색깔의 변화 등 현황을 판단하고 그 대책을 설정하여 표준의 범주 안에서 심사를 하고 번식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진돗개의 표준을 일목요연하게 몇 마디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제까지 몇몇 단체에 의해 진돗개의 표준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해 왔다.

더욱이 지금처럼 불분명한 현학적 표현과 무분별한 경험이 진돗개 관련 이론으로 둔갑하여 순수한 애견가들을 현혹시키는 현 시점에서는 더 그렇다.

다음호에서는 표준에 해당될 수 있는 진돗개의 형태 생김의 핵심을 짚어 보고 거기서 도출된 결론에 대해 나름대로 고찰해 보겠다.

윤희본 한국견협회 회장

입력시간 2001/06/0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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