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클리닉] 노년기의 性

물질 문명과 의학의 발달로 인류의 평균수명은 점점 늘어나 현재는 과거 50년 전에 비해 남녀 공히 약 20년 가량 오래 살게 되었다. 옛날의 회갑(回甲)은 이제 산수(傘壽)에 해당하게 되었고, 이처럼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성기능 부전으로 고민하는 중ㆍ노년층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역사속의 권력자들은 이런 노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기울였다. 나폴레옹이나 뭇솔리니 같은 독재자들도 정력제를 구해서 썼다는 기록이 있다. 정력 혹은 성적 능력을 왕성하게 하기 위해 쓰여지는 약들을 통틀어 미약(媚藥) 또는 최음약(催淫藥)이라고 부른다.

원래 최음약을 의미하는 '아프로디시악' 이라는 말은 그리스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를 받든다는 의미에서 왔으나 히포크라테스가 이것을 '성쾌락'의 의미로 쓰면서 '최음약'이라는 뜻이 되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약을 찾아야 할 정도로 성생활에는 정년이 있는 것일까? 답부터 말하면 성생활이 불가능해지는 나이, 즉 성생활의 정년은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물론 중ㆍ노년층이 되면서 분명히 젊었을 때와는 달라지는 성적 기능의 생리적 변화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정확히 알고는 있어야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청년기에서는 성적 자극을 받은 후 발기에 이르기까지 5~10초 정도 걸리지만 노년에서는 이보다 3배 정도의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이를 약간의 여유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발기가 되었을 때 복벽과 이루는 '발기각'도 청년층이 30~50도인데 비해 60대 이후에는 60~80도로, 발기의 힘이 어느 정도 감소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고작 30도 정도의 후퇴만 있을 뿐이니, 이러한 발기각의 감소가 부부관계를 못 가질 정도는 아니다. 성 생활에서도 청년기 때와는 다른 점이 있다.

청년기에는 극치감(orgasm)에 이르렀을 때 전구감(前驅感)이 있다가 2~3초 후에 사정하는 2단계이나, 노년기에는 사정의 절박감 없이 1단계로 정액의 분출과 동시에 쾌감을 느끼게 된다. 사정시에 외요도구로부터 정액이 사출되는 거리도 청년기 때에는 30~60cm 이지만 노년층에서는 10~30 cm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또한 성적 자극에 의해 흥분이 일어나게 되면 안면이나 기타 피부에 나타나는 성적홍조(性的紅潮)가 노년층에서는 감소되거나 없을 수도 있다. 발기가 되었을 때 음경 및 귀두부의 충혈상태도 다소 감소되며, 사정을 한 후 음경의 이완도 빨리 나타난다.

이러한 모든 현상은 연령의 증가에 따른 남성 성기능에 관여하는 호르몬의 변화, 그리고 조직학적 변화에서 나온 것이지만 어느 것도 노년층에서의 성 생활을 불가능하게 할 만한 요인은 없다. 단지 젊었을 때의 성(sex)을 강하고 직선적이며 공격적인 측면으로 표현한다면, 노년기의 사랑과 성은 부드럽고 곡선적이며 약간은 방어적인 측면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청춘은 아름다워라' 라는 헤르만 헷세의 책 제목에서 보듯이 모든 사람이 젊고 강한 것을 동경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사고 인 것만은 분명하다. 나이든 분들이 '내가 소시적엔...'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는 마음 가운데는 현재의 나이들었음을 은연중에 비하하는 일면도 있다.

이는 청소년기에는 꿈과 희망, 그리고 도전 의식이 있었던 데 비해, 노년기에는 어지간한 현실을 경험한 후라 웬만한 일로 쉽게 노하지도 흥겨워 하지도 않기 때문에 젊었을 적의 짜릿한 도전감이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출의 황홀함이 있다면 황혼의 장관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젊어지려는 마음보다는 아직 젊다는 마음, 또는 세월이 가면 더 늙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젊다는 긍정적인 사고가 생을 더 활기있게 하지 않나 싶다. 노년기의 성 생활에서도 과거만 회상하고 그리워할 필요는 절대 없다.

연령과 더불어 다가올 수 있는 성 생활의 명예퇴직이란 누군가가 퇴직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물러나고자 하는 소극적 사고에서 기인할 따름이다. 그러니 부디 "Olds be ambitious!"하시기를 바란다.

장광식 강남비뇨기과 원장

입력시간 2001/06/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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