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야기(26)] 진돗개의 견종 목적(犬種目的)

‘견종 목적’ 이란 단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생소할 것이다.개는 적어도 우리 인간이 기르기 시작하면서 그 종의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인간의 동반자 기능이 없다면 개는 그 종의 존재 의미가 절반 가량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개를 더욱 효과적인 인간의 동반자로 만들기 위해 견종의 품성적 특성을 살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인간이 견종의 특성을 살려 사냥개나 경비견 등 어떤 목적에 맞게 사육하기 시작한것은 기원전부터다.

그러나 이런 분류 및 품종개량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중세기, 유럽에서였다. 이 무렵부터 세계 각지와 교역에 종사하던유럽인들에 의해 각양 각색의 독특한 개들이 교류되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애완용으로, 또는 경비용으로, 사냥의 보조견으로 사육되었으며, 심지어 재난을당한 인간을 구조하는 구조견으로까지 활용되었다.

흑사병이 유럽을 덮쳤던 중세에는 흑사병의 숙주인 쥐를 잡는데 이용되었다. 또 전쟁이 터지면 군용견으로활용되기도 했다.

인간과 개는 이렇게 서로 생존에 필요한 관계를 만들어 가면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왔는데, 여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 바로‘견종의 본질적 특성을 살린 사육 목적’, 즉 견종목적이다. 표준에 입각해 진돗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바로 견종의 목적을 분명히 설정해 놓아야 한다.

견종 목적은 사람들이 그 견종을 사육하는 동기이기도하다. 견종 목적이 분명해지면 체구 구성의 원리와 부위별 생성 원리 및 사용 원리가 정립되고 서로 부합되면서 번식의 방향이 제시되는 것이다.

견종목적에 부합되는 체구 구성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심미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인간과 개 상호간에 실용적으로 보답하는 진실한 아름다움으로 이어진다.진돗개의 견종 목적이야말로 우리 애견가들이 굳이 진돗개를 고집하는 진정한 멋이라 할 수 있다.

진돗개는 우리의 토종 개이다. 토종이란 말은 ‘재래종’과 같은 의미로 사전에는 “다른 지방의 가축, 작물 등과 교배한 일이 없이 어떤 특정 지방에서 오랫동안 사육 또는 재배되며 풍토에 적응한 종자”라고정의되어 있다.

수 천년 동안 우리 나라의 기후와 풍토에 적응하면서 특유의 강인한 체질과 품성을 가지고 질병에 저항성을지닌 진정한 우리 나라 토종개가 진돗개이다.

따라서 진돗개가 우리의 토종개로,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삶의 역사와 환경을 보면 진돗개의견종 목적도 유추해 볼 수 있고, 나아가 종족적 특징도 알아낼 수 있다.

그러면 진돗개의 견종 목적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 진돗개는 수렵견이며 가정견이다.’ 진돗개는 오랜 세월 이 땅의 자연속에서 우리 민족과삶의 애환을 함께 해온 견종이다. 그 옛날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들어 개에게 먹이를 제때에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돗개는 자연스럽게 산이나 들로 나가 사냥으로 부족한 먹이를 해결하게 되었고 굶주림에도 익숙해졌을 것이다.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살다 보니 뛰어난수렵 능력과 영민함을 갖춘 개로 적응할 수 밖에 없었다. 먹이를 거의 자급자족하던 생활환경이 수렵견으로 품성을 갖추게 하였고, 수렵견에 걸맞는생김새로 진화했을 것이다.

이처럼 수렵은 진돗개 생존의 역사이다. 진돗개는 혹독한 주변 환경을 효율적으로극복할 수 있는 성품과 생김새를 만들어 냈고, 그 능력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짐승을 직접 추적하여 사냥하는 것이다.

수렵 능력이 다른 견종과견줘 탁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얻어진 진돗개의본질적 성품과 생김새는 우리의 정서에도 당연히 잘 맞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우리는 진돗개를 더욱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윤희본 한국견협회 회장

입력시간 2001/06/1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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